동향과 이슈

학생행복지수

샘연구소 2011. 6. 1. 00:25

경쟁 내몰린 학생들 “행복은 성적순 맞다”

서울교육청 ‘행복지수’ 조사, 성적 좋을수록 높게 나타나

 

(출처: 2011년 5월 30일자 한겨레신문)

 

서울 지역 학생들의 행복지수가 성적과 가정의 경제 수준에 정비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http://www.hani.co.kr/popups/print.hani?ksn=480241).

이는 서울시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서울형 학생 행복지수’로 지난 4월부터 두 달 동안 서울 지역 초·중·고 65개 학교의 학생 53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5월 29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성적이 좋을수록, 가정이 부유할수록 행복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올라갈수록 행복지수가 떨어졌다고 한다.

‘서울형 학생 행복지수’는 ‘학교생활 만족도’와 ‘가정생활 만족도’, ‘자아에 대한 만족도’와 ‘전반적인 행복 정도’를 묻는 문항에 대해 1점(전혀 그렇지않다)~5점(매우 그렇다) 등 5개 척도로 설문한 결과를 통해 산출된다.

 

이 기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학생인데 성적이 높고 가정이 유복하면 당연히 더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겠나? 성적 좋으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학교생활이 더 만족스러울 것이고 가정이 유복하면 가정생활에 불만도 덜 한 게 당연하지. 이런 것은 자아에 대한 만족도나 전반적인 만족도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이 감소하는 추세라는 것은 그동안의 각종 설문조사들이 말해주고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행복감이 낮아지고 입시와 사회진출을 앞둔 고교생의 경우 불안과 긴장이 높으니 행복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이런 너무나 흔해빠진 결과를 조사한다고 아마 많은 돈을 들여 학자들을 모아서 설문지를 개발했을 것이다. 한심하다. 그래서 학생이 불행하면 어떻게 할 건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잘 하는 걸 평가하도록 학교를 바꿀 건가? 가난한 가정을 부유하게 할 건가? 그런 함의는 찾기 힘들다. 도무지 교육청이 무얼 하려고, 어떤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이런 지표를 개발해서 조사한 것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2010년 7월에 <좋은교사>에서 기획특집으로 다룬 ‘학생행복지수’에서 ‘학교행복지수’로라는 기사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좋은교사측은 학업 성취도 평가, 교원 평가, 학교 평가,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 수능 성적 공개, 학교별 지원 현황 공개, 학교 정보 공개 등 끝이 없는 가운데 이런 평가와 공개가 과연 우리 아이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는지, 학교가 아이들의 삶 가운데 행복을 증진하는 데 기여하는지 여부를 지수화하고 이를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개발한 아동․청소년 권리 지표 및 지수,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개발한 아동․청소년 행복 지표 및 지수 등을 참고하여 우리 학교 교육이 담아야 할 바람직한 교육 내용과 학교 교육이 지향할 가치를 총체적으로 담은 '학교행복지수'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시험 성적만으로 학교를 평가하고 아이들과 모든 학교 교육을 이 한 방향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흐름들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지 운동 차원에서 제시해 보고자 했다. 이들은 새로 선출한 교육감 당선자에게 “학교행복지수를 채택하라 !”고 외쳤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개발한 아동․청소년 권리 지표 및 지수는 UN 아동 권리 협약이 제시한 아동의 권리 항목에 따라 한국 아동․청소년의 상황을 드러낼 수 있도록 개발한 것으로 생존, 보호, 참여, 발달의 5가지 권리영역별로 세부영역별 지표들이 나뉘어 있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가 개발한 아동․청소년 행복 지표 및 지수는 세계 아동․청소년의 행복을 알아보기 위해 유니세프(UNICEF)가 공통된 지표와 지수를 개발해서 2006년과 2009년에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조사연구를 실시했던 것을 한국상황에 맞게 다시 수정보완하여 개발하고 비교연구를 실시한 것이다. 이 지표는 1. 물질적 행복, 2. 보건과 안전, 3. 교육, 4. 가족과 친구 관계, 5. 건강 관련행위, 6. 주관적 행복의 차원들 속에 하위차원으로 세부질문들이 나뉜다.

 

기사 중에 특별히 이 연구에 참여했던 염유식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연구결과 ‘한국 아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외롭다’고 말했다. 가슴이 찡하게 아려온다.   

 

(출처; <좋은교사> 2010년 7월호)

 

이 연구 결과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행복 지수는 '보건과 안전', '교육', '건강 행동과 위험' 측면에서는 OECD 최상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물질적 행복'과 '가족과 친구 관계' 측면에서는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다. 그런데 '주관적 행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른 나라들과 월등하게 많은 차이를 내면서 극단적인 하위를 나타내고 있다.

염유식 교수는 이어진 인터뷰 기사에서 이 연구를 통해 발견한 한국의 아동․청소년의 행복의 정도가 세계 최하위라고 말했다. 특히 지표의 6가지 영역 중 다른 영역은 우리나라가 상위 또는 최상위에 속하는데 유독 ‘주관적 행복’ 차원에서는 평균에서 표준편차가 3배나 뒤로 갈 정도로 우리나라가 하위권이라는 것이다. 주관적 행복은 또 다시 ① 주관적 불건강 ② 학교생활 만족도 ③ 삶의 만족도 ④ 비소속감 ⑤ 비어울림 ⑥ 외로움 등 6가지 영역으로 측정되었는데 그 중에서 외로움에 관한 항목이 특이했다. “외롭다고 느끼는 청소년의 OECD 평균은 8%입니다. 우리나라는 17%입니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높은 나라는 10%입니다. 차이가 많이 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외롭다는 느끼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또, 삶에 만족하느냐 하는 질문에도 긍정적인 답변이 OECD 평균이 85%인데 우리나라는 54%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이 이런 답을 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는 해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부모님이 해야 할 일은 자녀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밥 먹었냐??, ?아픈 데 없냐??와 같은 단편적인 대화가 아니라 친구는 누구이고, 친구들과 모이면 뭘 하면서 노는지, 학교에서는 어떻게 지내는지,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등을 물어 보고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교사>는 학교행복지수에 대하여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풍부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다음과 같이 큰 구성틀을 제시했다.

 

1. 안전 : 물리적으로 안전한 환경, 폭력과 체벌이 없는 학교

2. 건강 : 아침식사, 흡연 등과 관련된 문제

3. 학업 : 학업성취도 외에 학업 흥미도 교육여건 요소, 학업 중도 포기율, 학습 부진아 비율 등 학업에서 소외된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올릴 지표들도 포괄해야.

4. 물질적 차별 여부 : 가정의 경제적 지위가 학교생활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부모부담경비를 낮추어야. 예를 들어 급식비, 수학여행비를 비롯하여 교복비, 학습 준비물 구입비와 원거리 통학생을 위한 교통비 배려까지도 산정해야,

5. 만족도 : 학부모, 학생, 교사의 만족도를 설문을 통해 조사

6. 참여 : 학생들이 자치를 경험하면서 민주 시민으로 자라가도록 학교 내 동아리 활동 비율과 학생으로서 의견 표명 정도(학칙 재․개정, 징계시 소명권, 학교운영위원회 참여) 등

 

역시나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학생행복지수 조사결과 발표 기사에 대해 <좋은교사>측은 즉각 논평을 발표했다. (http://www.goodteacher.org/technote2/read.cgi?board=INTR_news&y_number=251&nnew=3)

 

학생의 행복을 위해 학교와 교육청이 무엇을 해주고 책임질 것인가와 관련된 구체적인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주관적 만족도만으로는 정책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정성적 지표 외에 정량 지표 개발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학생의 행복 전반이 아닌, 학교와 교육청이 책임질 수 있는 영역으로 좁혀야

▶‘학생’행복지수가 아닌 ‘학교’행복지수로의 전환 필요

 

나도 모두 공감이다.

학생이 행복하려면 학생개인의 심리적인 행복정도뿐 아니라 안전과 건강, 그리고 학생의 민주적 참여보장과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재생산되는 것을 막는 구조(보편적 교육복지 및 교육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들)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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