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경계의 아이들

샘연구소 2011. 6. 2. 08:53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나는 사회복지사들에게 늘 가슴에 맺히는 일은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 둘 때, 사라질 때이다. 중퇴생들은 최근 꾸준히 늘고 있고 학교밖 아이들은 줄잡아 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가난하면 아프고, 가정과 학교에서 폭력에 시달리고, 끝내 공교육에서 밀려나거나 그나마 진학한 '전문계고'에서조차 꿈을 접고 중퇴하고 사회의 낙오자가 되지만 이들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작고 금세 파묻힌다. 빈곤은 저소득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정치적으로까지 철저하게 배제하고 소외시킨다.  최근 10년새 우리 사회의 전체적 양극화가 너무 심해지고 있다. 교육복지사업은 '언발에 오줌누기'로 그칠 것인가.

 

올해 초 한겨레21에서 [표지이야기]로 ‘경계의 아이들’이란 기획연재를 실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나는 페이지들을 뜯어서 묶어 놓고 읽고 또 읽는다. 알게 모르게 지금 이 순간도 꾸준히 밀쳐내고 모른 채 하는 우리의 아이들. 또는 부모나 교사가 포기해도 포기하지 못한 채 열심히 만나고 세우고 키우려고 애쓰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

 

아이들이 중퇴하기까지의 전력을 거슬러올라가보면 몇가지 유사한 경로들이 나타난다.

아버지의 실직, 질병이나 알콜중독, 가정폭력, 불화와 이혼, 자녀인 청소년의 방황과 학업부진, 학교에서의 부적응과 교사의 폭력, 문제행동의 심화와 가출 및 학업중단. 그리고 이들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 일탈의 시작은 대부분이 중학교 2학년이었다.

 

(출처: <한겨레 21>, 849호)

 

실제로 학교에서 교사나 사회복지사로 재직할 당시 내가 보았던 것도 그렇다. 일탈행동의 시작시기가 초등학교 5~6학년으로 낮아지고는 있지만 역시 중2는 '블랙홀'과 같다. 아이들은 불안정하고 멀쩡하던 아이들조차 들썩거린다. 교사들도 지도하기가 힘들어서 서로 담임을 안 맡으려고 하기도 한다. 그 분수령은 중2 여름방학인 것 같다. 9월 개학 때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낯설 정도이다. 중3까지의 앞날이 얼굴에 훤히 보인다고 하면 과장일까?

 

마음 붙일 곳 없고 외로운 아이들은 공부가 될 리 없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리 없다. 자기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돌볼 줄도 모른다. 이런 이들에게 세상은 계속 거칠고 황량하다. 학업성적이 낮고 부모의 기대가 낮으면 대개 전문계 고교로 진학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중퇴한다. 인문계 고교의 4배에 가깝다. 현장에서 느끼기는 더 심하다. 1학년 4월이 지나면 교실에 이빨 빠지듯 자리에 구멍이 숭숭 보인다.

 

(출처:  <한겨레 21> 849호)

 

어떤 아이들은 보통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부적응아'를 위한 특별 대안학교를 향한다. 서울시에는 위탁대안학교(졸업시 원 재적교의 졸업생으로 기록됨)들도 여럿 있다. 하지만 이곳들 역시 적응이 쉽지는 않다. 자기를 통제하는데 익숙지 않은 아이들, 늘 배제되고 소외되는 경험 속에서 반항과 일탈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온 아이들은 무기력과 폭력적 태도를 떨쳐내지 못한다. 일부는 또다시 탈락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본다. 나 역시 학생들을 의뢰해놓고 그런 변화들을 보았다. 상황은 여전히 가난하고, 외롭고, 암담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자기를 일으켜 세워나간다. 얼굴에 웃음을 되찾는다. 아래 <한겨레21>의 원주고 기사도 그런 예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자신의 목표가 생겼다는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는다. 거기에는 교사들과 자신의 노력이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 아이들에게 물었다. 중퇴를 막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을까하고.

이들이 바란 건 빈곤해결이나 학습에 대한 지원이 아니었다.

교사와 부모의 관심이었다.

따스한 질문과 경청, 감정을 읽어주는 대화,  어른 스스로 분노를 참고 잘못한 학생을 포용하고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랬다.

 

이 아이들을 품고 사는 특별한 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훌륭하시다.

 

 

참고기사 -------------------------------------------------------------------------------------------------------------------------------

 

1회: 2011. 2. 21. 제 848호

학교 담장 밖의 아픈 청춘들

 

일탈 겪으며 제도교육에서 밀려났지만

또 다른 학교에서 꿈을 되찾는 ‘학교 부적응자들’, YMCA원주고 학생 47명이 세상과 화해하는 법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29023.html 

 

2회 : 2011. 2. 28. 제849호

어느 전문계고 졸업생 32명의 폐기된 꿈

 

자동차 연구원 꿈 접고 카센터 실습생으로,

80만원 비정규직 일터로 나서는 D공고 자동차과 학생들의 쓸쓸한 졸업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068.html

 

진정한 ‘마스터’ 만드는 핀란드

 

‘실업계고’부터 ‘마이스터고’까지 실패한 한국 직업교육 역사…

핀란드는 직업고 졸업 3년 뒤 석사과정 진학 가능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069.html 

 

3회(마지막) : [2011.03.04 제850호]

그들의 인생마저 중단시키는 사회

 

사회의 야수성을 홀로 짊어진 학업중단 청소년들, 부모의 가난이 아이의 고립으로 유전되는 악순환 끊어야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101.html

 

백투더 스쿨

 

교육부가 외면한 학업중단 청소년,

영국처럼 학교 복귀 프로그램 제공해 두 번째 선택의 기회 줘야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91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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