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세상에 너를 소리쳐!

샘연구소 2011. 6. 4. 21:50

빅뱅!

20세 전반의 활기찬 남자 청년 5명으로 이루어진 가수그룹이다. 아이돌 그룹이라 하기엔 너무 진지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을 보면 아이돌 같기도 하다.

그들의 노래가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어쩌다 잠깐 스치듯 텔레비전에서 본 대성의 어리숙하고도 순수한 미소, 태양의 그 내공깊고 완벽에 가까운 쏠로 공연 모습이 내가 아는 빅뱅의 전부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이의 책상에 이 책이 꽂혀있었다. 나도 한 번 봐야지 생각하고 읽었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냈다.

부제 "꿈으로의 질주, 빅뱅 13,140일의 도전"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내용이었다.

 

지드래곤, 태양, 대성, T.O.P., 승리.

각각 생김도 다르고 재능도 다른 이들 다섯명이 만드는 퍼즐의 완성품이 이루어지기까지 각자가 헤쳐온 과정과 현재의 노력이 쓰여있었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가수가, 래퍼가, 댄서가 되려고 '작정하고' 몸이 부서져라 자기를 단련하고 일으켜 세우면서 달려온 그들의 일상이 새롭게 다가왔다.

 

제일 먼저 시작하고 지금도 팀을 이끄는 맏형 지드래곤.

힘들던 시기, 비바람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움직이는 거미를 바라보며 '이 녀석은 알고 있는 거야. 이 비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맑은 날이 올 거라는 걸. 설령 이 비바람에 거미줄이 찢기고 뜯겨도,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열심히 실을 뽑아내는 것뿐이라는 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빅뱅이 '실력파'라기보다는 '노력파'라고 말한다. 정말로 그래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즐거워보이는 그들의 모습 뒤에는 몸을 다치면서도 연습하고 밤잠을 설치고 수많은 비판에 자기를 지키면서 끊임없이 더 나은 공연, 완벽한 작품을 공연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과 긴장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하나같이 무대를 즐기는 타고난 꾼들이었다.

 

태양은 처음 자신의 밑바닥으로부터 가수로의 끼와 꿈이 자리잡게 된 계기를 이렇게 말했다. 지누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 위한 오디션에서 합격하고 나서 그는 비로소 "그때부터 '열정과 집념만 가진다면,못해낼 게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겉다"고 말한다. 남들이 가는대로 따라서 혹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가라고 하는 길로 차곡차곡 따라가기보다 자기가 직접 선택하고 열어가는 그 길을 보아버린 때의 짜릿한 감동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이 결국 그를 힘들지만 그만이 거둘 수 있는 쾌감과 보람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부모님의 반대와 오디션의 탈락, 부상,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스스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바로 이런 재능과 일치하는 꿈을 추구할 때가 아닐까.

 

대성이 가수가 되기로 작정한 건 중2때 담임선생님과 노래방에 갔다가 선생님이 칭찬하시며 "이야, 우리 대성이가 노래를 이렇게 잘했어? 가수해도 되겠다!"고 하신 이후이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선생님은 대성 뿐 아니라 왠만한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그런 칭찬을 하셨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재능과 끼의 방향이 일치하는 칭찬이 아이들의 마음밭에 뿌리를 내리는 모양이다. 내가 아는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은 늘 규칙위반을 일삼고 반성문을 쓰던 학생에게 "야, 너 반성문 한 번 잘 썼다! 작가해도 되겠는걸!"했던 아이가 훗날 정말로 작가가 되었다고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사실 아이들이 '듣고 싶은 칭찬'을 들을 때 비로소 그 칭찬이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T.O.P.는 어려서부터 소위 탈선아였다고 고백한다. 대개의 아이들이 그렇듯 학교공부에 점점 흥미를 잃고 부모님과 교사로부터 질책과 징계만 받으면서 오히려 탈선아들끼리 뭉쳐서 점점 더 멀리 빗나가게 되는 과정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래퍼가 되어 노래하는 음유시인이 되기로 결심하면서 그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독하게 자기자신을 사지로 몰아넣듯 달려갔다. 이제는 과거의 자기처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쓴소리도 하고 싶고 겨우 중학생인 아이들의 가능성은 보지 않은 채 궁지로 몰아넣거나 밀쳐내 버리는 어른들에게도 한마디 던진다.

 

승리 역시 학교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광주에서 내로라는 춤꾼이었지만 서울에서 오디션 프로에 참여해보고 좌절한다. 그래도 오로지 끈기와 용기로 도전하고 노력한 끝에 빅뱅의 마지막 멤버가 되었다. 풍족했던 가정이 경제적 파탄을 맞이하고 어려운 시절을 겪었지만 변함없이 격려하고 지지해준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은 그가 끝내 밝은 모습으로 자기를 지켜낼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몸치가 춤꾼이 되고 노래를 못하던 춤꾼이 빅뱅의 멤버로 뛰기까지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과연 꿈을 위해서 보통의 그 또래 아이들이 거쳐가는 공부와 친구 관계, 놀이와 여가를 포기해도 되는 것일까? 이들의 앞으로의 인생은, 자기 자신의 내면은, 인간관계는 혹시 기형이 되는 것은 아닐까?

이들처럼 가수의 꿈을 위해 많은 아이들이 춤을 추고 노래나 연기학원을 드나들지만 그 중에 대다수는 그저 그러다가 '폐기'될 뿐이 아닌가?

 

많은 의문이 이들의 자신감과 열정을 공격하려고 든다.

그럼에도 이들의 도전은 힘차고 찬란하다.  

젊으니까.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많은 부분 빅뱅 자신의 이야기라보보단 스토리메이커 김세아씨가 각삭해고 추가한 글솜씨라고 여겨진다. 다섯 사람의 글투 역시 하나같이 유사한 것도 역시 그래서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읽고 생각해볼만하다.)

 

 

 

 

  

 

 

 

 

 

'책과 영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가치 사전   (0) 2011.06.09
헐하우스와 제인아담스  (0) 2011.06.08
청소년소설, '괴물, 한쪽 눈을 뜨다'   (0) 2011.06.03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0) 2011.05.24
10대 엄마 JUNO   (0) 201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