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하우스에서 20년>
- 미국 여성 최초 노벨평화상 수상자 제인아담스의 자전적 에세이
(2008, 번역: 심재관, 출판사: 지식의 숲)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자원봉사로, 지역사회복지론 등에서 ‘제인 아담스’라는 이름을 많이 보았다. 흔히 헬렌 켈러에 대해 우리가 매우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는 것과 같이 그녀에 대해서도 더 자세한 기술이 없어서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발견하고 사서 읽어보았다.
제인아담스는 미국에서 지역사회 복지관운동을 최초로 일군 여성이자 여성운동가이고 평화운동가이며 교육자이자 정치가였다.
제인 아담스는 1860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더빌이란 곳에서 태어났다. 체구는 작고, 병약했으며 게다가 척추병으로 한쪽 머리를 약간 기울인 장애인이었다. 6번의 대수술과 병으로 인한 학업 중단을 겪어야 했다. 가족 역시 어머니를 비롯해서 형제자매들도 병을 많이 겪었고 일찍 사망했다. 참 기구한 가족이다. 그녀는 새어머니와 새 형제들과 함께 자랐는데 특히 아버지를 존경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부분에서 나는 특히 아버지가 ‘퀘이커 교도’라는 부분에 주목하였다. 미국에서 그 당시 퀘이커 교도라고 하면 근본주의적인 종교적 신념 뿐 아니라 생태주의, 온유함과 존중의 만장일치제, 평화주의를 온전히 실천하는 고집스런 삶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민주, 평등의 혜택들을 쟁취하는데 비폭력 저항으로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물러서지 않은 용감한 시민들이었다. 책에서 간간이 나오는 그녀와 아버지의 대화, 아버지의 교육방식이 나에게는 많은 감동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로부터 보고 배운 것이 이후 제인 아담스의 신념과 생활방식을 낳게 되었을 것이다.
제인 아담스는 일리노이주의 록퍼드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후, 필라델피아에 있는 의과대학에 입학하였지만 고질병인 척추 병으로 장기 입원하게 되면서 학업을 중단했다. 이후 휴양을 겸하여 유럽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이 때 영국 런던의 토인비 홀을 방문한 것이 헐하우스에 대한 구상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토인비 홀은 빈곤이 경제적인 문제로만 탓할 수 없으며 교육을 통해 빈민이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켜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 빈민운동가 토인비를 기려 런던의 동부 빈민지역에 세운 세계 최초의 지역사회복지관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 돌아온 제인 담스는 시카고 헬스데드거리에 있는 찰스 헐이란 이의 빈집을 얻어 헐 하우스라 이름짓고 오랜 기간에 걸쳐 지역 주민들과 함께 교육, 숙식, 탁아, 체육, 문화, 친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생활과 복지의 거점으로 일구어나갔다.
당시 이 지역은 이민자들이 모여사는 구역으로 빈곤과 소외가 가져온 위생문제, 주거문제, 사회적인 불안과 갈등, 복지의 결핍과 같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녀는 지역사회의 일꾼들을 모아 교육을 시키고 스스로 돕게 하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면서 생기와 기쁨, 행복이 넘치는 곳으로 만들어나갔다.
이러한 제인 아담스는 또한 노동단체와 다른 개혁단체들과 함께 최초의 소년심리원법과 공동주택법, 여성노동자의 1일 8시간 노동제, 공장 검열, 노동자의 보수문제 등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민자와 흑인에 대한 사법제도의 정립을 위해 힘썼고 가난과 범죄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작업을 제안했고, 여성의 참정권 획득을 옹호했다. 1910년에 전국 사회사업가 회의에서 최초의 여성 의장이 되었고, 1915년 국제 여성회의에서 의장이 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 국제연맹'을 설립했다. 루즈벨트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유명인사들과 교류하면서 영향을 미쳤으며 그녀의 폭넓은 사회적, 정치적 활동으로 1931년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당시 FBI는 제인 아담스를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간주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평등운동이나 사회주의 운동, 노조운동 등에는 반대의 입장을 취해서 미국내 일부 좌파들은 그녀를 비판하기도 한다.
그녀는 노벨평화상 수상 후 4년 뒤인 1935년 5월 21일, 76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했다.
주요 저서로는 「민주주의와 사회윤리, Democracy and Social Ethics」(1902),「보다 참신한 평화의 이상, Newer Ideals of Peace」(1907),「헐 하우스에서의 20년, Twenty Years at Hull-House」(1910),「헐 하우스에서의 2번째 20년, The Second Twenty Years at Hull-House」(1930) 등이 있다.
헐하우스 건물을 그녀가 살던 집만 남고 다 개발되었지만 지금도 헐하우스 재단(association)은 초창기의 정신을 이어받은 50여 가지의 다양한 사업들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분야는 아동복지와 입양, 가정폭력, 교육 및 문맹퇴치, 노숙자 지원, 노인복지, 소규모 창업지원, 노동지원, 청(소)년 지원 사업 등이다.
제인 아담스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것은 미가서 6장 8절의 성경말씀이었다고 한다. 나 역시 한 때 내가 가장 감동받고 마음에 붙잡았던 구절이 바로 이 구절이었다. 그 말씀의 핵심은 정의, 사랑과 겸손함이었다.
헐하우스 홈페이지
'책과 영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링크, 네트워크 (0) | 2011.06.15 |
---|---|
아름다운 가치 사전 (0) | 2011.06.09 |
세상에 너를 소리쳐! (0) | 2011.06.04 |
청소년소설, '괴물, 한쪽 눈을 뜨다' (0) | 2011.06.03 |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0) | 2011.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