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링크, 네트워크

샘연구소 2011. 6. 15. 00:50

 '네트워크'의 전성기다. 안 그래도 사람 살이가 서로서로 얽히고 섥히여 살아가는 것이지만 이렇게 네트워크가 강조되는 걸 보면 어지간히 해체되고 단절된 모양이다. 교육복지사업 역시 네트워크사업이라고들 한다. 

 

 

 

얼마 전, <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톰 지그프리드 저, 자음과 모음, 2010)과 <링크>(바라바시 지음, 동아시아, 2002)를 읽고 사회복지실천에서의 '네트워킹'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보았다.

 

먼저, <호모루두스>는 러셀크로우 주연의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알려진 존 내쉬의 게임이론과 최근의 인간 본성에 대한 메타스더디적인 탐구를 연결하여 쓴  <A BEAUTIFUL MATH: John Nasy, Game Theory, and the Modern Quest for a Code of Nature>를 번역한 것이다.

 

인간의 집합행동의 법칙은 무엇일까?

많은 철학자와 경제학, 사회학, 물리학자, 생물학자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인간은 환경에 맞서거나 적응하고 통제하면서 '효용'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일까? 그 선택의 법칙을 알 수는 없을까? 이것이 변함없는 탐구의 주제였다.

 

저자인 지그프리드는 이 질문의 해답을 찾는 노력들로 고대 로마의 자연법에서 시작하여 뉴턴의 자연철학,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최근에는 케틀레의 사회통계학과 맥스웰의 통계물리학을 거쳐 존 내시의 게임이론에 이르는 과정을 한 눈에 보여주면서 마침내 최신 신경경제학과 네트워크 이론에 이른다.  특히 게임이론은 현대에 더욱 다양한 경제학과 사회물리학, 정보이론으로 확장되면서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해보려는 노력으로 가장 강력하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 보면 인간은 어떤 자극에 대해 단선적, 단편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며 복잡하게 시/공적으로 얽힌 네트워크 안에서 다층적이고 복잡한 '혼합전략' 취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게임, 확률, 정보 등으로 설명된다. 이것이 네트워크의 내용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연결의 양적 질적인 변화가 집합행동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네트워크)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링크>는 네트워크 이론의 창시자이자 세계적 권위자인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의 <LINKED - Then New Science of Networks(2002)>를 물리학, 경제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번역한 책이다. 바라바시의 네트워크 이론은 경제학, 사회학, 인문학, 의학, 공학 등 모든 학문에서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관심과 해박함, 독창적 논리와 대중적인 흡인력으로 세계 유수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는 혁명적 과학자이다. 이 책은 KBS TV, 책을 말하다, 한겨레신문, 중앙일보 등에서 2002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정도로 의미있는 책으로 평가되었다.

 

이 책의 부제는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이다.

분자, 생물들처럼 인간도 웹도 링크 속에서 살아간다. 진화한다.  링크는 어떤 '법칙'을 가지고 확산되거나 소멸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연구이다.

 

15개의 링크를 소주제로 하여 이야기가 펼쳐진다. 무작위의 세계, 여섯 단계의 분리, 좁은 세상, 허브와 커넥터, 80/20의 법칙, 부익부 빈익빈... 바이러스와 유행, 인터넷의 당장, 웹의 분화현상, 생명의 지도, 네트워크 경제, 마지막으로 거미없는 거미줄(Web without a spider)로 이어지는 각 챕터들은 하나하나가 흥미롭다.

 

네트워크에 관한 설명에서 어떤 '노드'들은 '커넥터'라고 부르는데 링크가 아주 밀집된 곳이다. 웹으로 말하면 구글 같은 곳이고 사람으로 말하면 오지랍이 넓은 마당발이다. 한편 반대로 링크가 매우 한산한 곳도 있다. 사회복지적으로 말하면 '사회적 지지망'이 빈곤한 사람이다. 또는 '사회자본'이 빈약한 사람이다.

 

얇지도, 쉽게 읽히지도 않는, 어쩌면 사회복지와는 참 먼, 그러나 매우 흥미로운 두 권의 책을 덮으며 '네트워크'에 대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세 가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육복지에 이 '링크'라는 개념을 적용한다면 가난한 아이들과 가족에게 링크를 더 접속시켜주는 것, 커넥터와 좀더 가깝게 해주는 것, 자신이 더 많은 링크를 개발하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즉, 사회복지사가 할 일은 학생을 가족관계, 또래관계, 교사와의 관계 등 미시적 차원에서 밀접한 환경체계와의 관계를 양적, 질적으로 증진시키고 새로운 사회적 지지망을 늘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 가장 중요한 링크는 지금까지도 아이를 지탱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족(깨졌든, 이빨이 빠졌든, 병들었든, 느슨하든, 위탁가정이나 그룹홈이든)이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이 어렵다보니 손쉽게 포기하거나 시도하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 또는 사회복지사나 학교가 너무 유능해서 부모는 팔짱끼고 구경만 하고 있고 '전문가'가 다 알아서 해준다. 감사인사 받고 보람 느끼고 뿌듯해하면 되는 이것은 진정한 전문성이 아니다. 

 

3. 교육복지, 위스타트 등 다양한 네트워크 사업. 과연 클라이언트의 네트워크가 향상되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실무자들, 전문기관들 사이의 네트워크만 신나게 확장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만의 리그'. 결국 공적인 행정 네트워크 속에서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를 '두 번 죽이'는데 기여하는 꼴이 되고 있다. 말만 임파워먼트가 아니라, 폼이 안 나고, 더디가고 내가 자랑할 일이 줄더라도 클라이언트 당사자의 네트워크가 풍성해지고 강력해지도록 겸손히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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