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기린과 자칼이 춤출 때

샘연구소 2011. 6. 21. 00:43

기린과 자칼이 춤출때

세레나 루스트 저, 김영민 역, 비전과 리더쉽, 2008

 

 

  이 책의 앞부분에 이런 문장이 있다.

 

“한 번 상상해보라. 상대가 나를 질책한다. 그러나 내가 이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면! 또는 반대로 내가 뭔가에 실망했거나 잔득 화가 나 있다. 그런데 상대가 나를 이해한다고 말한다면! 환상적인 일이 아닐까?”

 

그렇다. 정말 환상적인 일일 것이다. 우리는 나를 비난하는 듯한 상사의 태도, 퉁명스런 동료의 말, 몸을 치고 지나가는 행인 등에게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상처를 받는다. 그뿐인가? 불필요한 말, 더딘 일처리, 부족한 지식과 정보, 우유부단한 성격 등으로 얼마나 자신을 질책하고 학대하고 있는가? 그런데 이런 우리들에게 이런 상처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상처받은 영혼, 자칼이 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를 경험한다. 그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내적, 외적으로 ‘자칼’의 탈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자칼들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또 자신의 느낌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우스워지거나 통제력을 잃을까봐 자신의 의견이나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한다.

 

자칼이 쓰는 대화의 4가지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잘못을 지적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브레이크 걸기

2)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이야기 하는 위장 두건

3) ’계속 그러면 어디 두고보자’라고 위협하는 채찍

4)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죔쇠

 

자칼들은 자신의 욕구에 대해 직접 이야기 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해석, 요구사항들을 말한다. 이런 식의 대화는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강요당하거나 비난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어느 누구도 자칼과 소통하고 싶어하지 않고, 관계를 끊어버리고 싶어진다.

 

기린의 귀로 자칼을 품으려면...

이 책에서 기린이 상징하는 것은 화평, 함께함, 공생과 연결된다. 기린은 ‘객관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만남’을 중요시 한다. 진솔하고, 서로의 공감을 중요시 여기며 모든 사람들의 행동 뒤에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러한 내적태도가 기린의 중요한 힘이다.

 

기린은 자칼들이 이야기를 할 때, 자칼이 쓰는 언어 하나하나에 반응하기보다 언어와 상황을 ‘관찰’하고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일어나는 자신의 ‘느낌’, ‘욕구’를 정중하게 자칼에게 ‘부탁’한다.

 

다음의 표를 보면서 자칼의 태도와 기린의 태도를 비교해보자.

자칼의 태도

기린의 태도

1. 다른 사람을 향해 ‘넌 뭔가 잘못됐어!’

2. 자신을 향해 ‘난 뭔가 잘못됐어!’

1. 다른 사람을 향해 ‘넌 무엇을 느끼고, 무엇이 필요하니?’

2. 자신을 향해 ‘난 무엇을 느끼고, 무엇이 필요하니?

 

즉, 자칼은 평가하고 비난한다. 그러나 기린은 느끼고 욕구를 찾아 연결하려고 한다.

욕구에는 소속의 욕구, 의미를 찾고 싶은 욕구, 안전에의 욕구, 보호받고 싶은 욕구, 자율성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 존엄성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 개성을 존중받고 싶은 욕구, 자유를 누리고 싶은 욕구, 평등한 대우를 받고 싶은 욕구 등등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비폭력대화의 핵심은 “Connection before Correction!" 다시 말해, 먼저 관계를 맺고, 그런 다음 변화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 때 ‘연결 connection'이란 각자의 욕구를 찾고 서로가 그 욕구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연결하는 것이다.

 

서로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효과적으로 대화하려면 다음의 4단계를 따르는 것이 좋다.

 

1. 관찰 - 평가하지 않고 사실을 관찰하여 말하기(카메라)

2. 느낌 - 해석하지 말고 느낌만을 확인하여 표현하기

3. 필요, 욕구 - 느낌 뒤에 숨은 내 욕구를 알아내서 표현하기

4. 요청, 부탁 - 바람이나 요구 대신 부탁하기

이것이 비폭력대화이고 기린의 대화법이다.

 

 

옷에 묻은 먼지는 그냥 두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오스왈드챔버스라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옷에 먼지가 묻었을 때 바로 털어버리려고 하면 나머지 옷도 엉망이 되지만, 그냥 놓아두면 저절로 말라붙어 어느 날 손으로 톡!하면 털어져나간다는 것이다. 그처럼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자칼의 언어로 비방하였다고 해서 바로 대응하기보다 그냥 그대로 놓아두면 어느 순간 톡!하고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칼들일수록 비방하는 상대도 수시로 바뀐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칼식(폭력적) 대화와 기린식(비폭력, 평화적) 대화의 특성을 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누구누구를 자칼과 같다고 할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나도 자칼로 변해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칼의 언어가 습관이 되어 몸에 밴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이제 그들의 언어에 상처받고 함께 요동하기보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그들이 무엇을 원해서 그러는지, 그들의 ‘욕구’를 파악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선물로 받을 것 같다. 이제, 의사소통에 있어서 기린과 같은 고급 언어를 구사해야겠다라는 다짐도 해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자칼의 언어를 자칼의 귀로써가 아니라 기린의 귀로 듣는다!!

이 표현이 이 책의 핵심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책 표지에 이런 말이 있다.

 

‘옳은 일, 그른 일이라는 생각 저 너머에 들판이 있네, 우리 거기서 만나세“

_루미 Rumi 

그 곳에서 만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판단과 비판없이 존재로 받아주는 그 자유로운 들판에서,

 

그 곳으로 인도하고 싶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아이들의 빛이 더욱 초롱초롱 빛나도록...

 

 

인간에게 주어진 최후의 자유는 주어진 상황 속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비터 프랭클(Victor Frinkl)

 

자, 이제 어떤 태도를 선택하며 살아갈 것인가?

 

 

 

※글쓴 이: 서동미

(학교사회복지사, 지금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경기도교육청 프로젝트 조정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학교, 감사와 행복을 품은 아이들 세상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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