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이야기 <합★체>(박지리 장편소설, 사계절)는 제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쌍동이 남학생 두 명이 펼쳐가는 이야기이다. 이들의 아버지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등장한 바로 그런 진짜 난쟁이 마술사였고 두 아들 역시 유전으로 난쟁이였다. 이름이 각각 합과 체인 쌍둥이 아들들은 변신로봇의 합체처럼 합체해서라도 커지기를 소망한다.
자나깨나 공부에 열심인 합, 그러나 체는 공부보다는 운동에 열심이고 체게바라를 '형님'이라며 늘 우러르고 산다. 아버지 난쟁이는 본인은 공을 가지고 놀면서 마술과 서커스로 살아가지만 아들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셨다. 아버지는 너무 작아서 미처 보지못한 트럭에 치여 돌아가셨다.
수업시간에 졸던 체는 선생님이 하필 읽으라고 시킨 <난쏘공>의 일부분이 자기 자신의 고백과 같은 내용이어서 뒤통수를 얻어맞듯 충격을 받는다. 그런데 개구장이 못된 친구가 난쟁이라고 놀리는 바람에 급기야 싸우고 학교를 안 가기로 마음먹는다.
학교엔 가지 않고 뒷산 약수터 근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도사를 자처하는 할아버지로부터 계룡산 은거지에서 33일간 수련을 하면 키가 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얼결에 마지못해 따라나선 합과 오로지 키를 크게 하고 싶은 체는 산길을 뒤져서 동굴을 찾아내고 아침 점심 저녁 때마다 운동을 하며 은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우연히 듣게 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 할아버지가 결국 가짜 도사였다는 것을 알게 되어 허무하게 집으로 돌아와 학교에 다니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합과 체가 힘을 합해 선전하는 농구경기이다. 그리고 사실인지 꿈인지 모를 장면으로 끝난다. 이들이 키가 커졌다는.
<난쏘공>을 쓴 조세희씨가 최근 몇 년만에 처음 공개 강연을 했다는 뉴스를 읽었다.
수십년 전 난쏘공이 요즘 새삼스럽게 가슴을 파고든다.
합과 체가 교육복지사업의 혜택을 받았을까? 그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아뭏든 합과 체는 오늘도 유쾌발랄하다.
놀고 공부하고 웃고 싸우고 느낌이 있고 생각이 있고 행동하며 자라난다.
무협지 같은 이야기를 신나게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가난한 아이들의 학교생활, 가정, 마을이 배경화면처럼 지나간다.
'가난'에 질식되지 말자.
아이들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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