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사랑의 기술

샘연구소 2011. 7. 10. 20:31

대학교 시절 선배들의 추천으로 Erich Fromm의 <존재냐 소유냐>,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함께 <사랑의 기술>을 읽고 토론했다. 그리고 에리히 프롬의 책들은 그 어떤 책들보다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중요한 책이 되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몇 년전에 50주년 기념판을 새로 구입해서 수시로 읽고 있다. 1956년에 출간된 책이니까 아마 2006년에 나온 책을 산 모양이다.

 

 

 

처음 읽을 때에도 영문본으로 힘겹게 독해를 했던 것 같은데 특히 <The Art of Loving>은 '기술'이기엔 너무 저급해보였고 사실 '예술'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어서 적절한 우리말 단어를 찾기 힘들다고 행각했었다.

 

내가 이해하기에 에리히 프롬이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창조(생산)와 전인적 몰입으로 행해지는 예술과도 같은 것이었다. 또한 사회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로서 사랑을 논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 행동으로서의 기술을 말하고 있다.

 

그는 인간 실존에 대한 질문의 대답으로서 사랑을 제시한다. 처음 인간은 어머니로부터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차츰 대상을 넓히면서 객체화한다. 형제애, 모성애, 이성애, 자기애, 그리고 신에 대한 사랑으로 나누어서 설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모든 사랑이 하나이며 진정한 사랑은 소유욕과 자기과시욕을 모두 내려놓는 대상과의 합일, 전인적 몰입이며 자기실현이라고 한다.

 

그는 프로이드가 간과한 사랑의 여러 측면을 제시하며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다양한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면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한다. 그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로 다음의 8가지를 꼽는다고 Wikipedia에는 나와있다. (http://en.wikipedia.org/wiki/Erich_Fromm)

 

1. 타인과의 관계, 관심과 존경, 지식 Relatedness 
Relationships with others, care, respect, knowledge.
2. 초월, 창조, 사랑과 즐거움이 있는 삶을 누리고자 함. Transcendence 
Creativity, developing a loving and interesting life.
3. 소속감 Rootedness 
Feeling of belonging.
4. 정체감, 사회 안에서의 독특한 개인으로서의 자기존재감.  Sense of Identity 
Seeing ourselves as a unique person and part of a social group.
5. 지향성, 가치관 Frame of orientation 
Understanding the world and our place in it.
6. 성취, 자율. Excitation and Stimulation 
Actively striving for a goal rather than simply responding.
7. 외부세계: 타인 및 자연과의 연합 또는 연대감 Unity 
A sense of oneness between one person and the "natural and human world outside."
8. 보람, 만족을 추구함. Effectiveness 
The need to feel accomplished.

 이러한 그의 사상들은 첫 저작인 <Escape from Freedom>(1941)에서 <The Art of Loving>(1956)을 거쳐 <To Have or To Be?>(1976)들로 이어진다.  

 

<Escape from Freedome>에서는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고 노예처럼 사는 존재, 그렇게 만드는 역사와 사회에 대해 쓰였던 것 같다. 자유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과거 여자들이 남자에게 기대서 스스로 자유를 구석하고 기생적으로 살던 것, 노예생활 등을 말하면서 민주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 존재로서 자유를 회복할 것을 주장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외로움과 수고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리라는 결심, 동시에 누구도 나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자존감을 더욱 부채질했다.

 

<To Have or To Be?>에서는 소유보다 존재가 얼마나 가치있는 것이며 우리의 삶이 소유를 지향하기보다 보다 성숙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기를 노력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었다고 기억한다. 위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보다 쉽게 읽혔던 것 같고 더 얇았던 것 같기도 하다.

루미의 우화에도 어느 현자가 도둑이 들자 "제발 책들만은 가져가지 마세요. 제 생명과도 같은 것입니다."라고 하자, 그 도둑이 "이런 쓸데없는 것을 목숨보다 귀중히 여기다니!"하면서 던져버렸다면서 도둑이 들어도 빼앗아갈 수 없는 것을 간직한 자가 진정한 부자라고 한 것과 연결되는 내용이다.

 

<사랑의 기술>은 에리히 프롬의 풍부한 지식 배경과 통찰력 때문에 지식의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면서 동시에 나를 성찰하게 하고 또한 구체적인 행동을 다짐하게 해준다. 영어공부에도 좋은 책이다. 문고판이니 들고다니기도 좋다.

 

Love is an activity, not a passive affect; it is a "standing in," not a "falling for." In the most general way, the active character of love can be described by stating that love is primarily giving, not receiving. (21쪽)

 

Beyond the element of giving, the active chararcter of love becomes evident in the fact that it always implies certain basic elements, common to all forms of love. These are care, responsibility, respect and knowledge. (24쪽)

 

Love is not primarily a relationsip to a specific person; it is an attitude, an orientation of character which determines the relatedness of a person to the world as a whole, or toward an "object" of love.(43쪽)

 

First of all, it led to the tolerance which we find in Indian and Chinese religious development.... (중략)...Secondly, the paradoxical standpoint led to the emphasis on transforming man, rather than to the development of dogma on the one hand, and science on the other. (73-74쪽) 

 

마지막 부분에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익혀야 하며, 그래서 discipline(훈련, 연습), concentration(집중과 몰입), patience(인내) 그리고 사랑을 최우선 순위에 놓는 것 등을 강조한다.

이 책은 사랑의 기원, 양상, 유형 등에 대한 고찰에서 나아가 인간 존재의 본질로서의 사랑을 탐구하고 진정한 사랑이 자유롭고 아름다우며 존재의 가장 숭고한 실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아울러 그러한 사랑을 위해 작은 일에서부터 연습하고 반성하고 몰입하고 인내하며 실천하도록 안내해준다.

 

에리히프롬이 정신분석학에서 출발했지만 훈계조나 도덕적 잠언으로 흘렀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그의 성찰과 저술들은 동시대와 나를 포함한 많은 후세대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왠만하면 영어 원본을 읽으면 좋을 것이다. 에리히 프롬의 글은 그 자체만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군데군데 잘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대충 넘어간다고 해서 전체적인 이해를 크게 해치지 않는다.

번역본은 여러 역자에 의해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번역자나 리뷰들을 볼 때 정성호 역, 범우사에서 나온 책이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8032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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