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산만한 우리아이 어떻게 가르칠까

샘연구소 2011. 7. 15. 16:08

                                                                   

 

지은이 : 조수철 외 5인 지음        펴낸곳 : 샘터

 

     (연구원 사윤재 읽고 씀)

 

내가 과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던 2003년 즈음, 교사들에게 가장 골칫덩어리들은 바로 주의산만하고 활동성이 높은 아동이었다. 교사의 지시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방식대로(?)밀고 나가는 학생들 앞에서 교사들은 치를 떨었다.

“김선생님! 00가 선생님 반이됐다며? 그 애 ADHD야! 고생 좀 할 걸...” 운 좋게도 이번에는 특별한 ADHD 소견이 없는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어느 교사가 걱정 반, 후련함 반으로 다른 교사에게 던지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 선생님 얼굴이 오버랩이 된다.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더라면, 그래서 그 선생님께 소개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컸다.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집중력 결핍 과잉 행동성 장애) 라는 용어는 이제 우리에게는 많이 익숙해졌다. 이제는 조금만 부산하거나 집중력이 낮은 아이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거나 염려와 선입견으로 문제아 취급하게 된 경향이 있다. 과연 ADHD를 어떻게 이해하고, 또 그런 행동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저자들은 이 책을 출간한 이유에서 부모나 교사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행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행동수정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내용과 과정까지 기술했다고 썼다.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ADHD에 대한 이론적인 내용뿐 아니라 산만한 아이의 긍정적 행동 키워주기, 학습지도 요령, 또래관계를 좋아지게 하는 4단계 전략 등과 같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들을 배울 수 있어서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이나 교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산만한 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지켜야 할 열 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1. 아이의 행동에 대해 될 수 있는 한 빨리 반응하라.

2. 아이의 행동에 대해 더 자주 반응을 보여라.

3. 다른 아이들보다 더 강한 자극을 사용하라.

4. 벌을 주기보다 아이가 할 마음이 들도록 유도하라.

5. 일관되게 하라.

6. 잔소리를 소용없다. 그냥 해라.

7.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이 있기 전에 미리 계획을 세워라.

8. 너그러운 마음으로 아이가 타고난 기질을 인정하라.

9. 이 문제에 자존심을 걸지 마라.

10. 용서할 줄도 알아라.

 

하지만 산만하다고 해서 모두가 ADHD인 것은 아니며, 또 ADHD라고 해서 모두가 약을 먹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산만해보이는 아이들 중 많은 수는 자기를 통제하고 행동을 고쳐나갈 수 있게 부모나 교사가 찬찬히 교감하며 꾸준히 지도하는 것, 주변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 아이를 존중하고 경청하며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만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일부 산만한 아이들 중에는 매우 창조적인 아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지금 세계적으로 훌륭한 어른들로 자라나서 눈부시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칫 산만함을 모두 ‘비정상’으로 치부하다가 이런 창조성과 유연성까지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주의산만함’과 ‘창조성’ 또는 ‘물밀 듯이 덮쳐오는 다양한 정보에 신속하게 반응하기’는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요즘같이 속도와 정보의 밀물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ADHD로 여겨지는 행동특성들은 어쩌면 하나의 적응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주의산만함이 자신의 주요 관심사나 과업 앞에서 ‘집중력’으로 통제되고 차별화되지 않을 때 비로소 ADHD라는 이름을 붙이고 문제를 해결해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MBC 텔레비전의 <무한도전>에서 공동 진행자들의 정신감정이랄까? 그런 테스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 때 정신과의사는 평소에도 말이 많고 부산스러운 노홍철이 ADHD의 전형적인 행동특성들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심리검사 결과 ADHD는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의사가 어릴 적 유난히 호기심이 분산되고 활동석이 높았던 ADHD와 유사한 행동특성을 보였던 어린이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고집이 세고 틱 장애나 한 가지에 집착하는 결벽증 같은 증상을 보이곤 한다고 설명하자 동료들은 ‘맞다, 맞다!’면서 노홍철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노홍철은 지금 아주 잘 건강하고 성실하게 살고 있고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직업인이다. ADHD는 ‘루저’로 박멸해야할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의산만한 아동의 학부모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죄책감과 자기비하, 무기력증, 주변의 눈치, 긴장감 등과 싸우고 있다. 취학 전 연령의 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나 역시 매일 아이들과 옥신각신하면서 힘들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도 있는데 하물며 ADHD 아동의 학부모는 오죽하랴. 이처럼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부모를 의지하여 양육되고 성장해야 하는 ADHD 아동들 역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며 마음 속에 불만과 긴장을 쌓아가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ADHD 아동과 부모들을 마음으로 껴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내가 만났던 산만한 아이들도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어 한창 청소년기를 달리고 있을 나이다. 그들이 과연 어떻게 컸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을 경험했는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ADHD가 의심되는 후배들과 그들의 어머니들에게는 어떠한 말을 해 주고 싶은지 궁금하다. 그들과 이 책을 읽고 과연 이 책에서 제시하는 처방들이 그들에게도 유효했을지 토론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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