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서울대는 왜 있는 집 자녀만 다닐까?

샘연구소 2011. 7. 15. 20:50

 

(권선무 씀,  바다출판사. 2004)

 

                        ( 연구원 최세나 읽고 씀  )

 

서울대는 정말 '있는 집' 자녀만 다닐까? 당연히 ‘있는 집’ 자녀만 다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서울대 학생들 중 소위 ‘있는 집’ 자녀들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에 초점을 두고 우리 사회의 교육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자신의 논거를 펼치기 위해서 교육학적/사회학적 시각에서 바라본 다양한 교육 불평등에 대한 이론을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후반부에서는 실증자료들을 통해 ‘국립 서울대학교’에 어떤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미 2004년에 나온 책이지만 대학입시를 놓고 볼 때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지금 읽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지난 7년의 간극을 메꾸기 위해 최근의 자료를 참고하여 비교하면서 읽어보았다.

 

저자의 요지는 ‘교육의 기회 균등’이다. 소극적 의미에서 출발점의 평등 뿐 아니라 과정의 평등, 거기에 부분적으로는 결과의 평등까지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립’ 서울대학교가 스스로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입시 제도를 다원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의 입시유형은 크게 ‘정시모집’과 ‘수시모집’으로 나뉜다. ‘정시모집’은 ‘일반전형’과 ‘특수교육대상자특별전형’으로, ‘수시모집’은 다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농어촌특별전형 포함)’, ‘지역균형선발특별전형’, ‘특기자전형’, ‘북한이탈주민특별전형’으로 나누어진다.(2010학년도 대학 신입학 전형 설명회 자료 참조(http://admission.snu.ac.kr/adm08/adm0801/adm080105/view.jsp?idx=1256428&pageno=1) 꽤 다양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구성원의 특성은 조금 달라졌을까?

궁금한 마음에 저자가 근거자료로 제시하고 있는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신입생특성조사보고서’의 2011년 발간본을 찾아보았다.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자료 자체가 갖는 한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저자가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2004년 자료와 동일항목을 찾아 비교해보았다.

 

먼저, 서울대 신입생의 주 성장지역을 보면 서울과 광역시는 비율이 줄어든 데 반해, 수도권의 비율이 6.5% 높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서울

광역시(인천제외)

수도권

도시지역

읍면이하

2004

39.1

20.4

15.6

18.0

5.1

2011

32.7

17.7

22.1

19.3

6.1

[표 1 : 서울대 신입생의 주 성장지역]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들은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울산 등 다섯 도시이다. 서울과 함께 이들 서울에서 먼 광역시 출신과 읍면 이하지역은 줄어든 반면 고양시(일산), 성남시(분당) 등이 포함된 수도권 출신이 크게 늘어났다. 

 

아버지의 주된 직업분포를 비교해보자.

 

전문직

관리직

사무직

농축수산업

비숙련노동

2004

18.5

18.7

23.2

2.0

1.3

2011

20.3

18.6

21.3

1.7

2.1

[표 2 : 서울 신입생 아버지의 직업군]

 

전문직 및 비숙련 노동자 군이 다소 늘어나고 사무직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리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 통계만으로는 어떤 함의를 도출해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다만 학생 중 ‘모’의 직업은 응답자의 49.5%가 ‘전업주부’로 응답하였다1.

   

다음으로 지각된 사회계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지각된 사회계층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하는지를 물어본 것이다.

 

상류

중상류

중류

중하류

하류

2004

1.1

22.0

55.6

18.9

2.5

2011

3.7

25.8

44.9

20.4

5.2

[표 3 : 서울대 신입생이 지각하는 사회계층]

 

결과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중류’의 비율이 낮아진 가운데, 상류와 중상류, 중하류와 하류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특히 스스로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과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모두 2배 이상 상승한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회균형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약 65%가 자신이 하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학력을 한번 보자. 부모의 학력과 관련된 자료는 2004년 자료가 책에 제시되어 있지 않아, 2011년 자료만 살펴보도록 하겠다.

 

초졸

중졸

고졸

대졸

대학원졸

1.4

1.9

17.9

51.6

27.2

1.1

2.8

29.7

54.8

11.6

[표 4 : 서울대 신입생 부모의 학력]

 

대졸 이상의 고학력층이 ‘부’는 78.8%, ‘모’는 66.4%에 이르렀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모’의 직업은 절반가량이 전업주부로 나타났기 때문에 결국 부의 고학력과 그로 인한 직업선택이 소득으로 연결되고, 이는 거주 지역 및 자녀들의 교육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순환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기회의 평등. 과정의 평등. 결과의 평등. 좋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형식적으로 어느 정도 기회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틀은 마련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서울대 밖에서 생각하는 서울대와 실제 안에서 마주치는 서울대의 모습은 다른 부분이 많다. 내가 서울대의 구성원으로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저자의 모든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쉽게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저자의 표현을 응용해보면 ‘없는 집’ 자녀는 없는 집 자녀대로, 있는 집’ 자녀는 있는 집 자녀대로 힘들어한다. 물론 저자가 서울대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이 글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사회경제적 지위 같은 것에 상관없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사회구조적 기반을 만들자는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이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더구나 저자가 기회 뿐 아니라 과정과 결과의 평등까지를 논하고 싶은 것이라면 당연히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의 평등을 통해 서울대라는 공동체에 들어온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만만치 않다. 이미 기업인의 자녀로, 판/검사의 자녀로, 의사/교수의 자녀로 너무나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동급생들 속에서 그들은 혼란스럽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그들에게 ‘너는 여기 들어올 자격이 없는 사람이야’라며 비아냥거린다. 실제 서울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속적으로 ‘개룡남 논쟁’과 ‘수시-지역균형 논쟁’이 반복된다. 심지어 타대 출신의 대학원생들을 비하하는 글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들만의 특권의식이 이미 뿌리 깊게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같은 공간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그 안에는 너무나 많은 위계와 서열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 위계와 서열은 역시 학생 개인의 노력으로는 넘어서기 힘든 조건들로 이루어진 것들이라 아무리 노력해서 과에서 1등을 한다한들, 아버지가 판/검사가 아니면 그 그룹에 들어갈 수가 없다. 과학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이미 대학 1학년 과정을 선학습 하고 입학한다. 게다가 일년 먼저 졸업해서 19살인 학생들도 있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정말 죽어라 공부 열심히 해서 내신 잘 받아, 지역균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허탈할 수 밖에 없다. 돈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되는 학생들은 일찌감치 어학연수에 교환학생에, 유학을 준비한다.

 

그럼 반대로, 그야말로 ‘있는 집’자녀들은 아무 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을 ‘서울대’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에 ‘넣어준’ 부모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실제 상담을 하러 오는 케이스 중 상당수는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가정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녀들은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본인들도, 옆에서 지켜보는 우리들도 혼란스럽다.

 

교육에 있어서의 ‘평등’이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좋은 사회’란 실현 가능한 것일까? 그것이 맞는 것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많은 의문과 고민이 생긴다.

 

“계층 간 이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교육이다. 부모가 빈곤하다고 하더라도 자식이 능력만 있고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얼마든지 양질의 교육을 받고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곳이 좋은 사회다. 그래야 그 사회의 역동성이 높아지고, 잠재력이 뛰어난 인재가 적소에 배치돼 사회의 효율화를 가져올 수 있다.” pp147~148

 

 

 

 

 

  1. 지난 2009년 4월 30일자 일간지에 보고된 바 있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노당 권영길 의원이 29일 공개한 ‘외고ㆍ자사고 학생부모 직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어머니가 전업주부인 학생은 외고가 64.67%로 가장 높았으며 일반고가 49.05%, 실업계고가 31.53%로 조사된 바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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