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꼴찌들이 떴다

샘연구소 2011. 6. 29. 21:24

꼴찌들이 떴다(양호문, 비룡소, 2008)

 

10대를 위한 청소년문학상인 블루픽션상 제2회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실제로 강원도 춘천 근방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는 양호문의 실감나는 청소년성장소설이다.

 

기계공고 3학년, 현장실습도 못나가는 ‘찌질한’ 아이들... 딱히 갈 곳도, 돈도 없어 정말 단지 밥을 먹기 위해 학교에 간다. 그런데 교무실에 불려가 자격증 하나 없어 엄두도 내지 못했던 꿈같은 현장실습 제안을 받는다. 그러나 가족의 기대감과 우쭐한 기분에 도착한 현장은 로또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도망가야 하는 곳이다.

삼청교육대와 어른들의 아픈 상처, 비리와 구사대, 기술자와 노가다, 인삼도둑을 둘러싼 농촌의 현실, 무위도식하는 지식인과 현장 실무자, 유치장에서 만나는 노숙자, 가족에 관한 아픈 상처, 환경 문제 등....

칭 꼴찌들의 의리로 문제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들은 성장한다.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찌질하다’고 생각한 어른들의 실제 삶 속에서 아이들은 옳고 그름을 보고 스스로 판단하면서 어른의 세계를 알아 가고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마음의 창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한다. ‘이제 뭘 하면서 어떻게 살까?...’, ‘아직도 늦지 않았겠지?’,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할까?’

 

공부 못하고 미래에 관한 비전도 없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과 성장 과정에 관한 아직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인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춘천에 소재한 기계공고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춘천은 비평준화 지역이기 때문에 중학교 실력에 따라 실고와 기계공고, 농공고에 진학한다. 흔히 공부 못하는 순서대로 학교에 지원한다. 학생들은 거리에서 교복만 봐도 가정형편과 중학교 성적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실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자존감이 가장 높다. 실제 실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각자의 전공을 살리기 위해 실고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계공고와 농공고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계공고는 농공고보다 성적이 약간 높다.

그러나 세 학교 학생 형편은 대동소이 하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가난한 가정의 학생이 성적이 저조할 확률이 높고, 중학교에서 좀더 극단의 현상을 경험하며, 이 성적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대략 과반수 이상의 학생이 급식지원을 받으며,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반계 고등학교에 비해 중도 탈락률이 높다. 물론, 교사의 학교에 관한 애착과 학생들의 성취에 관한 기대수준도 낮은 편이다. 사회적으로도 위의 세 학교에 다니면 문제 행동에 접근할 것이라고 기대되며, 실제 문제행동 상황에서 가족, 학교로부터 옹호자를 찾기 어렵다. 때문에 혼자 몸으로 세상과 부딪히고 또래집단 속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간혹, 성실하게 자격증을 취득하여 취업을 하기도 하고, 특례입학으로 춘천의 강원대, 한림대, 한림전문대에 진학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그냥 졸업해서 소규모 기업과 가게 혹은 대형 마트에 취업을 한다. 이 과정에 속한다 하더라도 쉽지는 않다.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는 인건비가 낮은 직장에 취업하게 되고, 특례입학의 경우 학사 과정에 적응하기 위해서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누락된 학업을 채워야만 한다.(죽도록 공부한다고 표현한다) 고교 졸업 후 그냥 취업하는 경우는 대부분 비정규직에 취업이 된다.

 

이제 1년 혹은 2년 후에 세상과 만날 아이들은 정말 혼자이고, 비무장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의 학생들은 두 가지 과업을 이수한다고 한다. 하나는 독립적인 자신의 자아상을 만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전히 부족한 애착을 채워 나가면서 이상적인 삶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때문에 어른이고 싶고, 어른인척 하며, 어른으로 대우해달라고 요구하는 청소년의 경우에도 여전히 어른을 통한 애착과정이 성장에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청소년끼리 모이는 또래집단은 어른이고 싶은 욕구를 갈망한다. 그들 간에 엄청난 몰입을 만들어내는 이유이다. 일반 가정의 학생들은 또래집단의 몰입을 경험하고 이후 시간은 가정이라는 애착집단으로 돌아와 몰입도는 적으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삶의 모델을 찾아간다.

그러나 돌아갈 곳이 없는 저소득층의 청소년들은 부족한 애착의 문제를 가지고 또래집단 속에서 파워를 만들어 낸다. 같은 또래 안에서 대안을 찾기 때문에 별 볼일 없는 대안이 되기 쉽다. 결국, 이상적인 삶의 모델을 구축할 기회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신들이 아는 범위 안에서 세상을 보고 인생을 설계한다. 때문에 문제 집단으로 발전하거나 사회에 순응하는 최하위 집단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세 명의 청소년의 엄마이고 사회복지사이며 아동, 청소년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세상에 관한 객관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서비스, 청소년 스스로 자발적 미래를 설계 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서비스, 과정을 함께 가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는가? 이러한 과정이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대상자의 자발성에 근거하는 서비스의 기저가 아닐까? 이러한 서비스 속에 효과성도 함께 녹아들어가는 것을 아닐까? 이 사회에서 저소득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롤 모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는 나는 매 시간, 매 순간마다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 사회가 학생들을 기다려주고 기회를 주도록 구조 변화되기 위해 나는 기여하고 있는가? 혹은 내 목전의 일에만 시야가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에효... 머리 복잡하고, 부끄럽고, 할 일 많은 날들이다. 문제에 답을 해야만(최소한 노력을 시작해야만) 비로소 나도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이 아직 멀어지지 않았음을...’, ‘이제부터 해도 충분하다고...’, ‘사회가 정의롭다고.’, ‘손잡고 끝까지 함께 가줄 것이라고...’

 

 

(한국교육복지연구소 연구원, 전 춘천교육청 교육복지사업프로젝트조정자 문경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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