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교육청은 올해 교육복지사업 지원학교를 더 늘리고 모델도 새롭게 다듬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의 '자원학교'를 교육복지투자사업에 흡수 통합하는 식으로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과거 자원학교를 운영하던 학교들이 일부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원학교'는 '빈곤가정 학생'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학교 전체의 학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자율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서 낙인감이 적었고, 교장이 재량껏 예산을 사용할 수 있어서 운용하기 좋았던 점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교육복지사업이 되면서 대상을 빈곤가정 학생 위주로 제한하고 또 프로그램 성격에서도 그동안 폭넓게 교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던 자원학교와 달리 빈곤가정, 학습부진 학생들의 교육력 제고를 위한 사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교육청은 나름대로 공문과 연수, 자료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 교사들은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담당 부장과 기획교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은 새로운 계획서, 회의들, 자료와 문서들 속에 파묻혀 지내고 학교는 또 한 번 피치 못하게 몸살을 앓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서부교육청 산하 예일여자중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처음 자원학교 사업을 운영했는데 올해 더 잘해보려던 차에 교육복지사업으로 변경하게 된 경우였습니다. 사업 컨설팅을 위해서 방문한 학교는 예전 내가 다닌 기독교재단의 여자중학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단정하고 정돈된 캠퍼스, 더이상 손 댈 곳이 없을 화장실, 아기자기하고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부서질 것 같은 교실모습이 저를 아스라히 멀어졌던 중학교 시절로 되돌려놓았습니다.
복도 창문으로 들여다본 교실 모습
학생용 화장실 모습. 내부도 이와 똑같이 편리하고 청결하다.
문고리 망가진 것이 하나도 없고, 쓰레기도 떨어져있지 않고, 화장실 칸마다 휴지가 비치되어 있다.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교감, 부장, 기획 선생님들, 그리고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함께 앉아서 위원들과 약 1시간 여 동안 보고를 듣고, 자료를 읽어보고, 진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습니다. 선생님들은 모두 더 배워서 사업을 더 잘해보겠다는 의지로 가득차 있었지만 이미 너무나 훌륭하게 잘 하고 계셨습니다. 완벽한 서류와 기록들은 오히려 선생님들이 기재하고 보관하느라 너무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많이 칭찬해드리고 좋은 아이디어도 몇 가지 알려드렸습니다. 또 교육청에서 오신 프로젝트조정자가 행정적인 부분들에 대해 조언해드렸습니다. 무엇보다 이 학교는 사립학교, 여학교, 중학교, 기독교계학교가 가질 수 있는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고 기회요소들, 장점들을 최대한 살린 학교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제가 머무는 약 2시간동안 모두가 몸에 밴 겸손과 정성으로 함께 해주셨으니 아이들에게도 그와 같이 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사업은 올해 좀 어수선하겠지만 이미 잘 하고 있고 차차 자리를 잡고 더 잘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수고하는 선생님들과 지역사회교육전문가에게 '운동화'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많은 선생님들은 이미 일에 치여서 교육복지사업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그래서 냉담하게 협조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나 20%의 교사만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도 이 사업은 신나게 잘 될 수 있고 학교는, 학생들은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일여중은 그런 교사를 가진 것 같습니다. 행복한 학교입니다.
어느 교실 복도에 붙어있는 사랑스런 여학생의 시(!)
눈이 날카로우신 국어 선생님
- 소경은
5교시 종이 땡땡땡 치면
즐겁고 때론 무서운 국어시간이 찾아오고
아이들은 국어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깔깔깔 웃으며 떠들다가
선생님의 날카로운 호통 한 마디에
교실 분위기 조용해지고
국어선생님의 날카로우신 눈으로
“어디까지 떠들었냐?”하니는 말씀에
우리 반 친구들은 무서운 봉을 맞지 않기 위해
조심하게 말하는 우리 반 친구들
국어선생님은 날카로운 눈빛과 봉 한 방이면
국어선생님께 항복하지만
아이들의 개그와 선생님의 눈빛 한 방에
다시 즐거운 국어시간이 찾아오고
교무실에 용무 있어 가면
용무를 다 마치고 제일 먼저 찾는
사탕 많으신 국어선생님
국어선생님께서 주시는
비록 작은 사탕 하나밖에 안 되지만
그 사탕 하나라도 국어선생님께
큰 감동을 받은 우리 반 친구들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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