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교육복지사업의 내 원칙

샘연구소 2011. 6. 25. 23:29

교육복지사업 학교컨설팅이나 실무자 수퍼비전을 할 때 내가 제시하는 원칙(principle)들을 다음과 같이 간추려보았습니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부모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지원을 받는 학생과 가족을 존중하고 물으며 참여하게 하고 파트너로 대해야 합니다. '정성'을 다해서 해야 합니다. 정성이 없으면 감사를 기대할 수 없고 거대한 예산과 많은 이들의 수고는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전에 물거품처럼 흩어지고 말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계속하는 '학습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도 중간점검 회의로 참여학생, 대학생보조교사(멘토), 담당교사나 담임교사 등이 한자리에 모여 그 프로그램이 좋은지, 싫은지, 왜 좋고, 왜 싫은지, 도움이 되긴 한지, 안 되는지, 더 잘하려면 2학기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니면 그만두거나 대폭 수정해야할 지 등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학생들의 의견도 소중히 받고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늘 끌고가려 하고 안 따라온다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2. 교사의 마음과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1억원의 교육복지사업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교사가 "어제 00프로그램 다녀왔니?", "방과후 교실의 선생님 좋아?","상담선생님 젊으시니?"와 같이 작은 관심을 보일 때 그 프로그램, 그 방과후 교실, 그 상담은 비로소 학생에게 유의미해지고 학생의 내면에서 화학변화를 왕성하게 일으킨다고 생각합니다. 또, 교실에서부터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합니다. 수업을 할 때에도 배움이 느린 학생을 배제하거나 소외시키지 않고, 학급을 서로 믿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활기찬 사랑의 공동체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교육복지사업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3. 중학생 시기에는 자존감이 발달하므로 낙인감을 주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특히 사춘기 여학생의 경우 '소속감과 애정'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집단으로 따로 떼어내 별도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은 그런 특징에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 빈곤 학생(not '일반'학생)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자신이 선택하거나 책임질 수 없는 "가정의 빈곤"이 학생 자신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교육복지사업이 '보편적 교육복지'로 가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학습부진->비행->중퇴로 가는 아이들의 경우 학급과 학교, 가정에서 '소속감'과 자신의 위치, 역할, 의미 등을 충분히 느끼지 못해서 일어납니다.

 

4. 가정방문을 '프로그램'으로 정성껏, 제대로 해야합니다.

아이들을 잘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해주고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정방문이 최우선이고 가장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입니다. 가정방문 다녀오신 선생님이 느낌과 학생의 변화를 알려서 다른 선생님들도 참여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특별히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이 필요한 학생 선정, 가정방문을 하려는 이유와 목적, 학생과의 사전 상담, 학부모에게 연락(전화), 방문(준비물, 질문목록, 유의점 등), 기록, 학생과의 추후 상담, 학부모들과의 집단 프로그램(간담회, 자조모임, 연수 등)으로 이어지기까지는 길게는 한 달이 걸릴 수도 있는 심도높은 프로그램입니다.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 교사연수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갈수록 교사와 학생간 소통이 소원해지는 요즘, 가정방문은 이런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다차원에서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교육복지사업의 영역구분에 따라서 학습, 문화, 심리정서, 보건복지 지원 분야로 프로그램을 짜지만, 다른 차원에서 실내활동과 실외활동, 정적인 프로그램과 동적인 프로그램, 소비(관람)적 체험과 생산(창조, 발표, 봉사활동)적 체험이 적당히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일부 학교들에서 '학습부진아를 위한 방과후학습'과 '부적응학생을 위한 심리상담 집단프로그램'이 많은데 이것들은 자칫 내성을 길러주고 오히려 학습동기를 약화하거나 저항감을 늘리고, 상담의 힘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많은 교육학, 심리학, 사회복지학, 발달학, 뇌과학자 등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봐가면서 '효과적인' 개입을 해야합니다. 공부 못한다고 공부 더하라고 시키는 것은 참 쉽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얼마나 '효율적인' 것인지 평가해봐야 합니다. 

 

6. 마지막으로 그 학교 구성원들이 교육복지사업의 목적과 의미에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교육복지사업의 목적과 목표는 이미 교육개발원이나 교과부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한다면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학교를 중심으로 적극적 행동을 하는 것과 교육불평등의 결과 양상으로 나타나는 학습부진, 문제행동을 예방하고 개선하기 위해 직간접, 지역사회 연계를 통한 개입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도시/농촌, 중학교/초등학교, 다세대주택지역/아파트지역/상가지역/공단지역/농산어촌 등)에 따라 구성원들의 문제인식이나 욕구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욕구조사나 간담회로 그 학교의 사업목표나 특색사업을 찾아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업은 '등대'를 얻을 수 있고 마음을 합해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 6월 25일 우리연구소 내부세미나 모임인 '교복소풍'에서 저의 발표를 들어주시고, 생각을 더욱 가다듬을 수 있도록 토론해주신 우리 연구소 연구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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