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PIE 관점

샘연구소 2011. 7. 6. 22:09

인간 속의 환경존재,  person - in - environment 관점.

 

이 블로그의 '이론과 실천'에서 첫번째로 언급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학생을 중심으로 가장 중요한 미시 또는 중시적 환경체계인 가정, 학교,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말했다. 사실 학교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중시-거시적 환경체계에 개입하기보다는 미시-중시적 환경체계와 접촉하는 일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 생태체계적 관점 또는 PIE 관점을 두고 많은 이들이 "아이들이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영향 속에 있다" 또는 "영향을 받고 있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이를 흔히 그림으로 제시하는 생태체계적 환경 도표에 화살표를 추가해서 나타내보았다.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가 먹는 것의 냄새와 맛에 길들여지고, 동네의 냄새와 소리, 이후에는 학교교육의 잠재적 교육과정과 교사 문화에 의해 사회화된다. 그래서 사실 청소년기 학생들의 학습능력이나 행동특성은 자기 자신이 타고난 기질이나 능력을 바탕으로 이런 가정, 학교, 지역사회, 그리고 그밖의 더큰 사회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기도 하다.

 

교육이나 사회복지 현장에서 대상학생(또는 당사자, 이용자)을 논할 때 "빈곤한 가정형편 때문에, 아동 양육에 무지하고 무책임한 부모 때문에, 폭력적인 부모 때문에, 맞벌이로 방임하는 가정들 때문에," 또는 "경쟁적인 학교풍토 때문에, 폭력적인 또래문화 때문에, 가난하고 거칠은 지역문화 때문에"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고, 문제행동을 하며 계속해서 위험하고 취약하다고 말한다. 또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사회복지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등등의 더 큰 구조적 모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나도 그렇게 말해왔다.

 

하지만 정작 대상학생들의 부모(의 사는 방법 - 직업 등)를 바꾸기는 너무 힘들다. 만나기도 힘든데다 오래되고 얽혀있고 일상적인 것을 특별한 단발적 개입으로 바꾸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또 이렇게 말한다. 역시 부모나 교사를 바꾸기는 너무 어려워...

 

하지만 아이들을 붙잡고 씨름하다보니 아이들이 자기 자신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가정을, 학교를 마을을 바꾸기도 한다.  아항!

 

아이들을 한 달, 두 달, 한 학기, 1년, 3년쯤 지속적으로 만나고 노력하고 싸우고 개입하다 보면 아이들이 마침내 변한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미소를 띄고, 눈빛이 맑아지고, 말이 고와진다. 공부도 하고, 욕도 싸움도 덜 하고, 미래도 생각하고, 힘든 일도 잘 해내고, 남도 배려해준다.

이렇게 아이들이 변하면 가족이 변한다. 욕쟁이, 폭력꾼 부모가 순해진다. 학교에 매일 전화해서 교사와 싸우고 욕하던 골치아픈 할머니가 순해진다. 전화를 하면 전과 다르게 받으신다. 학교에 찾아오거나 가정방문을 하면 얼굴표정이 달라지셨다.

학교사회복지사업이나 교육복지사업이 잘 되면 그 학교 선생님들의 얼굴, 말투도 달라진다. 과정이 구조의 '결'을 바꾼 것이다.

 

이것을 빨간 화살표를 넣어서 표시해보았다. 여기에 네트워크의 힘을 표현하기 위해 소용돌이 화살표를 얹어서 표시할 수도 있겠다.

 

 

 

생태체계적 관점은 일방적 영향력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가정, 학교, 지역사회와 더 큰 사회적 여건의 영향을 받지만 동시에 아이가 변함으로서 가정을 학교를 마을을 마꿀 수 있다.  

이렇게 학교와 가정을 바꾸다 보면 더 큰 사회도 제도도 바꿀 수 있지 않겠나.

아이들이 달라지고 부모와 교사가, 사회복지사와 주민들이 달라지는데 사회가 이미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될까? 자꾸 더 넓게 더 멀리 보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에 그치지 않으며 그들이 자신을 조금만 통제하고 주관할 수 있다면 가정, 학교, 마을을, 그리고 나아가서 이 사회와 세계를 바꿀 수 있는 능동적 존재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아이를 바꾸려는 우리들의 고민과 노력들이 사회를 바꾸고 미래를 바꾸는 작은 혁명이다.

한 아이가 변한 것이 곧 세상을 바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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