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생각이 없다고들 한다.
어른들도 생각 없기는 마찬가지라고도 한다.
바야흐로 생각없는 사람들의 시대인가보다.
잠시도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수업이 그렇고, mp3가, 스마트폰이, 인터넷이, 광고판과 안내방송들이 그렇다.
자동차에 네비게이션을 설치한 후 처음 적응하기 힘든 것이 바로 내 머릿속의 생각을 포기하고 '네비양'이 시키는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이렇게 점점 생각을 배워야 도시생활에 적응이 된다.
그런데 어느 학교에 가니 '생각키우기'인가 '생각의 힘'인가 하는 집단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흥미로웠다.
인천 가좌중학교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정필화선생님.
학교방문 컨설팅을 마치면서 정필화 선생님에게 가장 잘 된 프로그램 또는 보람을 느낀 사업이 무엇이었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이 '생각의 힘' 집단프로그램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지전가의 일이 각각의 집단프로그램이나 학생들을 챙기기 힘들고 또 대부분 그렇게 하지도 않고 그냥 외부 인사나 기관, 또는 담당교사에게 위임하고 전체 관리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분은 소위 '학교사회복지사업'에서의 학교사회복지사가 하듯이 집단프로그램을 '직접' 세세하게 기획, 운영하고 계셨다.
이 프로그램은 학년별로 전문가 3명이 전교의 모든 학급에 5회기에 걸쳐서 개입한 것이다.
전체 구상은 정필화 선생님 자신의 '요즘 생각없는 아이들'이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프로그램 세부 계획과 강사 섭외까지 일일이 간섭하셨다. 사전 욕구조사를 반영해서 학년별로 특색을 살렸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에 참여하면서 자기와 타인을 알아가고 서로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익히고 궁금한 점들을 건강하게 탐색하고 알아가는 방법도 배우고 있었다. 프로그램 내용도 알차고 강사도 훌륭했으며 평가 및 모든 서류 정리에서도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보였다.
아이들은 얼마나 생각의 힘이 자랐을까? ...
2010년 1월, 미국 텍사스주의 오스틴에 갔을 때, UT 오스틴 대학교 부속인 UT초등학교에서 SEL이란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Social Emotional Learning 이란 프로그램의 약자이다.
아이들의 사회성(대인관계, 윤리성, 자기인식과 자기통제력 등) 증진을 위해 감정을 활용하는 사회적 기술 학습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 http://casel.org/ CASEL 홈페이지에서)
UT 초등학교는 모든 교사가 SEL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특히 상담사와 사회복지사의 협력이 뛰어났다. 학생들에게는 감정을 읽고 표현하는 교육을 시키고 있고, 교실에서의 문제행동이나 갈등에 대해 이완코너(소파가 있는 cozy coner)도 두고 아래와 같은 그림이 앞에 붙은 '생각의자'도 설치했다. 곳곳에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며 자기 감정을 통제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들이 있었다.
(상황과 감정을 표정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사진과 어휘카드들)
(그림을 보여주며) 이들은 지금 뭐하고 있지? 이 사람이 무어라고 말했을까? 얘들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 아이는 지금 기분이 어떨까? 너라면 이럴 때 기분이 어떻지? 너라면 이럴 때 무어라고 말하니? 어떻게 하니? 그럼 저 친구는 어떤 느낌이 들까? 어떻게 행동할까? ....
(행동하기 전 또는 후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안내하는 질문과 문구들)
우리가 배우는 건요... 다른 사람의 기분을 이해하는 거에요. 우리들의 느낌도 이해하구요. 충동을 스스로 자제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구요. (갈등증폭이나 감정폭발이 아닌) 문제해결을 목표로 하구요.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것만은 아니겠지만 UT 초등학교는 같은 지역의 다른 학교들보다 성적도 뛰어나고 학생들 품행도 매우 좋아서 우수학교로 평가받았고 지원경쟁 1위학교라고 했다. 감정을 살피니 생활도 좋아지고 공부도 잘 하게 된 것 아닐까?
감정을 읽으면서 비로소 아이들은 생각주머니가 커지는 것 같았다.
생각(인지)은 감정과 별도가 아니다. 지식을 주입한다고 생각주머니가 커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풍부하고 민감하게 돌봐줄 때 생각주머니가 크고 탄력적으로, 또 창의적으로 되는 것 같다.
아래 도표 역시 CASEL에서 활용하는 인지행동이론을 적용하여 개발한 '생각의 힘 키우기' 프로그램에 대한 도표이다. 큰 글씨들만 보아도 대충 어떤 것을 뼈대로 하는지 눈치챌 수 있다.
생각없는 시대,
그러나 PISA를 비롯해 세계의 지성들은 유연함과 창의성, 협동성을 가장 중요한 미래세대의 역량으로 말하고 있다. 이것은 곧 생각의 유연함, 창의성, 협동 능력이 아닐까.
그러려면 박물관같은 감정 없는 지식교육을 빨리 바꾸어서 생기있고 감성이 살아 숨쉬는 생각키우는 교육으로 가야한다.
교육복지 학교들 대부분이 학력증진을 위해 방과후 보충학습 프로그램을 40% 내외 실시하고 있다. 난 아무래도 공부 '못' 하니까 공부 '더' 시키는 프로그램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좀 문제인가보다...)
좀 넓게, 멀리 보고 아이들의 생각키우기를 위해서 SEL을 다양하게 적용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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