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

샘연구소 2011. 7. 9. 22:57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왕성하게 하시는 약 40명의 어르신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주시자원봉사센터와 유스투게더가 함께 하는 멘토링 자원봉사자 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올라왔다.  

 

 

어떤 분들이 수강을 하게될까 생각하면서 으례히 멘토링은 대학생이나 청년들이 많이 하려니 짐작하고 준비했다. 그러나 막상 가서 보니 3분의 2가 어르신들이었다. 

이분들이 과연 아동청소년들과 멘토링을 하실 수 있을까?... 좀 막막해졌다.

 

하지만 교육을 시작하자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집중하시고 진지하게 참여하고 진솔한 질문들을 쏟아내셨다. 오히려 우리가 배우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자리였다. 이미 자원봉사활동을 왕성히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멘토링을 하다가 쓴 맛(?)을 보신 분들도 계셔서 관심이 더 컸던 것 같다.

 

2인가구수가 4인가구수를 넘어섰다고 하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이웃의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지켜보고 관여하고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기른다면 학원, 공부방, 아동센터들의 틈새를 메꿀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오래 전 마을을 지나면서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칭찬도 듣고 꾸중도 들으며 자랐던 것이 생각났다. 내 아이들도 동네 어르신들이 절반은 키워주신 것 같다. 한밤 중 아이가 아프면 이웃집에 다른 아이를 부탁하고 응급실을 다녀오고, 손님 오셔서 밥이 부족하면 선뜻 옆집 대문을 두드려 밥 한 공기를 얻어다가 상을 차리고, 잔칫날엔 옆집에서 큰 상과 방석을 얻어왔다. 오늘처럼 궂은 날 부침개를 부치면 넉넉히 부쳐서 아이들이 하나씩 들고 마실 나가듯 옆집, 윗집, 입구의 노점상 아저씨, 아파트관리아저씨, 구멍가게 아주머니까지 골고루 인사하고 돌려드리고 오기도 했다. 그런 마을 어른들이 물려주신 옷으로 내 아이들이 입고 자랐다.

 

지금도 내 아이들은 나랑 마을을 나서면 인사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신경쓰인다고 할 정도이니 이런 이웃의 눈길이 '방임하는 엄마'인 나의 부족을 메꿔서 내 아이들을 안전하고 넉넉하게 길러주신 게 아닌가 생각하고 감사히 여긴다.

 

오늘 교육을 받은 어르신들이 자녀들, 손자들과 더 행복하게 소통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아이들을 멘토링으로든 무엇으로든 만나서 서로 사귀고 의지하고 함께 배우고 격려한다면 마을이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되지 않을까 꿈꾸며 돌아온다.

 

복지사회는 정치로 되지도 않고 돈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시민들 각자가 주체로 서고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양보하고 책임지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의 만남도 그런 복지사회, 민주사회를 이루는 작은 한 걸음이 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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