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혁신학교 vs. 교육복지학교

샘연구소 2011. 7. 13. 23:28

경기도와 서울시를 비롯한 진보교육감들이 교육계를 일깨우기 위해서 혁신학교 사업을 추진하면서 교육청에서 교육복지사업이 찬밥신세로 밀리는 느낌을 준다고들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았다.

 

혁신학교 사업을 과거 학무국에 해당하는 장학사들이 추진하고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적극 참여하니 사업이 힘차게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고 또 교사 자신들의 수고와 공이니 교육청이든 학교든 자랑과 홍보도 활기차다. 또 혁신학교사업이 꼭 빈곤계층대상이 아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도 홍보하기 좋고, 중산층을 비롯해 모든 시민이 골고루 자신의 일이라고 여겨 관심을 가지니 그만큼 주목을 받는다.  

 

반면 교육복지사업은 여러 교육청에서 재무과나 총무과로 넘어갔다. 수업이나 생활지도와 관련이 없는 '돈 쓰는' 사업으로 인식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니 교사들의 관심에서 빗겨나고 일도 교사가 일차적 책임이 있다기보다 학교내 민간실무자들과 지역 네트워크가 함께 하니 교사들이 나서서 자랑하기 곤란하다. 또, 이전 교육감, 이전, 정부 때부터 추진된 일이다보니 이미 시들해진 점도 있다. 게다가 빈곤계층만을 위한 사업처럼 여겨지니 중산층과 상류층에서는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이 사업을 못마땅해하는 시각들까지 보인다.

 

이런 것들이 혁신학교 앞에서 교육복지사업 추진 담당자들을 주눅들게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혁신학교와 교육복지사업학교는 서로 우열을 비교하거나 양자택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혁신학교와 교육복지사업학교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최상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육복지사업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업에서, 학급에서 공부 잘하고 집에서 지원 잘 하는 아이들 중심으로만 몰아나간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힘이 빠진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수업과 학급 운영에서부터 배려하고 함께 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교육복지학교 컨설팅이나 교사연수를 갈 때마다 그 점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내 행동반경이 너무 작고 목소리는 모기소리만해서 늘 안타까웠다. 그런데 교육감들이 밀어부치니 이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몇몇 저소득층 학생이 많은 혁신학교들에서 교육복지사업의 알맹이를 취하여 운영하는 경우들을 본다. 상담교사나 사회복지사를 채용하여 함께 학생지도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시흥의 장곡중학교가 그래서 관심을 많이 끌고 있다. 올해 혁신학교를 시작한 서울의 몇몇 학교들도 사회복지사를 채용했다.

 

그런데 혁신학교가 사회복지사를 채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우선,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야 십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

청소부를 채용해놓고 요리를 시킨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아직 대개의 사람들은 사회복지사가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떻게 훈련받아서 어떤 정체감을 가지고 일하는 전문직인지 잘 모르면서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고 그냥 '좋은 일 하는 사람' 정도로 치부하고 힘든 일, 자기들이 하기 싫거나 귀찮은 일을 도와주는 "착한" 허드렛일꾼으로 생각하고 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둘째로는 사회복지사의 관점과 철학을 배워야 한다.

나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의 관점과 철학은 아이들 하나하나를 '인적자원'으로 보지 않고 '인간 그 자체'이며 권리의 주체인 아동, 청소년으로 본다. 학교에서의 5~8시간만 보지 않고 나머지 가정과 마을에서의 시간과 장소, 인간관계들을 고려한다. 공부를 못해도 각자의 재능과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시키고 이끌기 보다 그들의 일상과 경험을 존중하고 욕구를 표현하고 스스로 헤쳐나가도록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그것이 결국 교육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인간상이 아닌가? 교육과 복지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또 교육복지사업학교들도 혁신학교에서 배워 실천해야 한다.

선생님들은 교육복지사업을 지역사회교육전문가에게만 떠넘기지 말고 교과운영에 연계해서 활용하고, 학급운영에 활용해서 교육복지실만이 돌봄의 센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교실이 돌봄의 공동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공부 못하고 지도하기 힘든 학생들 무조건 방과후교사에게, 지역사회교육전문가에게 미루지 말고 내 수업에 낙오자가 없도록 하려는 노력과 학급 친구들이 함께 관심을 가지고 같이 손잡고 가려는 노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감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교육복지사업과 혁신학교사업이 조화를 이루어나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학교가 돌봄과 배움의 공동체로 거듭난다면 아이들은 정말로 제대로된 교육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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