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강점관점 아동사례관리

샘연구소 2011. 7. 15. 17:40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교사가 학생을 마음대로 만들어내거나 뜯어고칠 수 없으며 다만 각자가 가진 개성과 재능을 발현하도록 찾아주고 이끌어내주는 정원사와 같은 존재라고 배웠다. 루소, 페스탈로치 등을 비롯하여 많은 철학자와 교육학자들이 아이들을 존중하고 기다리고 강요하지 말라고 했다.

 

실제로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못 하는 것을 잘 하게 하려고 애를 쓰기보다 잘 하는 것, 덜 못 하는 것을 더 잘 하게 하면 훨씬 효과도 크고 그렇게 하다보면 못 하는 것도 해볼 용기가 생기게 되는 것을 보았다. 혹시 못 하는 것을 하게 할 때에는 학급 전체가 하게 하거나 옆에 앉은 짝과 그룹을 만들어주고 하게 했을 때 효과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이게 최근 사회복지실천에서 주목받는 "강점관점"실천과 많이 통하는 것 같다. 

 

얼마 전 '우리아이 희망네트워크'가 펴낸  <실천지침서>를 구해서 보았다.  강점관점에 기반한 아동과 가족 사례관리사업을 한 기관이다.

그 실천지침서에 강점 기반 실천이론의 대가인 Dennis Saleebey는 <Strengths Perspective in Social Work Practice>(Allyn & Bacon 출판사, 우리나라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 모든 개인과 집단, 가족, 마을은 다 강점을 갖고 있다. 실천가는 이들의 강점을 찾기 위해 진심으로 이용자의 삶의 이야기와 설명에 관심을 갖고 존중해야 한다.

- 외상적 장애, 학대, 질병 등은 도전과 기회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일상의 의식주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회복력이 있고, 자원이 풍부하며, 비록 고통 속에서라도 강점에 의해 동기부여된다.

 

그리고 이어서, 이들에게 높은 기대를 가질 것, 전문적 관점에서 무시하지 말 것, 가족 스스로 가족 구성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등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했다.

 

나 역시 강점관점과 해결중심상담에 대해 공부했고 이를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강점관점은 진정으로 사회복지의 이념이나 철학과 일치하는 실천 지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클라이언트'란 용어 대신 '이용자'라는 표현을 썼고, 전통적인 전문가 중심, 공급자 중심의 실천에서 벗어나 아동과 가족, 지역사회가 주도적 역량을 발휘하고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아가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수없이 겪었던 시행착오와 논의, 합의의 과정의 결실로 얻은 구체화된 실천방법이라고 한다. (이사장 김성수 주교의 발간사)

 

이 책은 원칙과 함께 사례를 축어록으로 제시하였고  Q&A를 덧붙여서 누구나 쉽게 읽고 따라해볼 수 있게 한 좋은 지침서이다. 그동안 수고한 우리아이 희망네트워크 사업단 모든 관계자분들과 솔루션센터, 그리고 참여한 '이용자'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책 내용 중 아동과의 면접에서 고려할 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는데 공감이 간다.

 

첫째, 실천가가 먼저 아동들에게 좋은 것이나 함께 해보자라고 제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안하기보다는 오히려 어떻게 해서 실천가를 만나러 올 수 있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둘째, 아동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호기심을 가지고 가능한 간략하게 질문하라고 한다.

 

셋째, 아동이 엉뚱하고 틀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르쳐주거나 고쳐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변화의 파트너로 함께 할 뿐임을 기억하라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나에겐 아쉬움이랄까 내려가지 않은 무엇이 있다.

사례 축어록을 읽으면서 또 느낀 해결중심 상담법의 갑갑함이다. 내가 그 이용자가 되었을 때 전문가는 자꾸 답을 회피하고 "그래서 어떻게 쪼금 더 하면... ?"이란 질문을 계속 한다면 나는 상을 뒤집어 엎을 것 같다. 또 만날 때마다 10점 만점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식상하다. 실제로 또 이런 식의 강점관점 해결중심 상담법이 책임소재를 이용자에게 떠넘기고 결국은 교묘하게 변화를 설득하는 더 복잡하고 세련된 '의도적 변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실천이 분명히 힘이 있다는 걸 안다.

 

현장 실무자들은 더 깊은 해결중심상담법(국내에도 번역서들이 많이 나와있다)과 그 밖의 다양한 상담이론들을 배웠으면 한다. 입맛에 맞는 메뉴가 다르듯이 상담도 사람에 맞는 게 다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강점관점이나 해결중심상담을 '기술적'으로 적용하기 이전에 진정으로 그 사람의 삶과 고통, 한숨, 원망, 욕구 등에 '연결'하려는 진지하고 깊은 수준의 '공감'을 연습하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우리아이 희망네트워크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잘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강미경 단장님, 솔루션센터 김윤주 선생님, 옆에서 보고 얻어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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