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야간노동을 줄이자

샘연구소 2011. 7. 15. 22:06

 

 

 

서울의 밤은 밝다. 새벽 2~3시에도 거리엔 차들이 많다. 24시 마트들이 점점 늘어난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이제 '외박'이나 '가출'이란 개념이 모호해질 정도로 밤도 낮만큼 살아서 움직인다.

 

<한겨레21> 제869호(2011. 7. 18)에 야간노동에 대한 특집기사가 실렸다. 기자가 직접 뛰어든 24시 편의점에서의 야간노동 체험기, 간호사, 미화원, 제조업, 대형마트 서비스 직원들의 생생한 증언, 그리고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야간노동'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앞의 두 기사들은 서울의 밤이 불야성을 이루는 이면에 신체리듬을 깨고 가족과 사회생활을 망가뜨리면서 직장을 유지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 할 수 없이 야간노동을 해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뒷 글을 전반적 추세와 외국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한 예로 기아자동차에서 주야2교대 근무를 하던 장호철씨가 지속적인 설사와 불면 등으로 고생하다가 지난 1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수면장애가 주야간 교대근무로 인해 발병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원고 알부 승소판결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법원사상 처음으로 업무로 인한 수면장애를 인정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사람은 전체 노동시간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긴 나라에 속한다. 회원국 평균인 연간 1766시간에 비해 477시간이 많은 2243시간이다. 그러나 노동생산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쩜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의 양과 그 성과를 비교할 때와 이렇게 유사할까!)

 

야간노동을 하는 종류는 다양한데 고용노동부가 2008년에 야간노동을 분류하여 제시한 기준에 의하면 사업의 공공서비스적 성격 때문에 야간노동이 불가피한 전기, 수도, 가스, 운수, 통신, 병원, 경찰 등이 그 첫째이다. 둘째로는  생산기술 또는 업무의 성격상 공장 불을 끄기 어렵고 끄면 손해가 막대한 산업 분야인 철강, 석유정제, 합성화학 산업 등이다. 셋째로는 단순히 기업의 경영 효율을 높이려고 사업장의 불을 밝히는 경우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꾸준히 야간노동을 줄이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는 모양이지만 최근에는 유통, 서비스 분야에서 야간영업이 늘면서 빈곤층과 실업자층에서 야간노동으로 몰리는 경향이다. 24시 편의점, 24시간 대형마트, 24시간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들이 그런 예이다.

 

하지만 국외에서는 야간노동을 더욱 규제하고 줄여가는 추세라고 한다. 야간노동이 노동자에게 끼치는 해약이 크기 때문에 종업원의 휴식권 보장과 가정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그렇게 한단다. 독일의 수면의학협회 자료에 의하면 야간 교대노동자의 80%가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평균수명도 일반 노동자 수명인 78세보다 훨씬 적은 65살로 나타났다고 한다.

WHO(세계 보건기구)의 국제암연구소(IRAC)는 행체리듬을 교란하는 야간노동을 자동차 유해가스나 유해물질인 다이옥신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발암요인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니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야간노동이라는 얘기다.

 

한 대형마트 야간노동자인 여성의 고백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을 생각했다.

"밤 11시부터 아침 8시반까지 9시간 반을 일했다. ... 밤 시간 시급이 7500원으로 낮시간보다 50% 더 많기 때문이다. 또 밤에 일하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더 잘 챙겨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일을 해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잠을 못 자니 건강에 바로 문제가 생겼다. ... 신경도 예민해졌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병간호가 필요한 친정어머니를 신경질적으로 대하게 됐다. "

밤에 일하면서 돈도 더 벌고 낮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겠다는 계획은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결국 그녀는 "돈을 덜 벌더라도 건강과 가족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돈은 모자란 대로 살자고 생각했다. 야간노동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빈곤지역 학교에서 학생들의 지각이 고질병이다. 부모가 깨워서 보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난할수록 야간노동을 하거나 새벽에 일찍 나가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혼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대충 눈꼽만 떼고 등교하곤 한다. 준비물도 과제도 잘 못해오는 아이들이 많다. 부모님이 저녁시간에 함께 있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다 만나는 엄마, 아빠는 피곤에 쩔어있고, 아프고, 아이에게 짜증을 낸다. 아이는 외롭고 슬프고 화가 난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질 수도 있다.

 

야간노동을 줄이되,  불가피하다면 교대근무를 더 개선해야 한다. 밤 업소들에 대한 허가를 까다롭게 해서 밤에 늦도록 밖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돌려보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런 밤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 아닌가.

 

가난해도, 한부모가정이더라도, 엄마, 아빠랑 건강하게 함께 자고, 하루 한 끼라도 함께 밥먹는 가정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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