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당당한 국토순례

샘연구소 2011. 7. 17. 08:02

'들꽃청소년세상'이라는 곳이 있다. 보통의 아이들이 집에서 자라는 '집꽃'이거나 꽃밭의 꽃이라면 좀더 일찍 스스로 삶을 살아가게 된 '들꽃'같은 아이들이 함께 하는 곳이다.

 

들꽃청소년세상은 '들꽃피는 마을'이라는 그룹홈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돌봄(home, 의식주; 대안가정, 여학생쉼터, 자립하는 집), 배움(들꽃피는학교), 그리고 생산(화원, 옷가게 등)으로 나뉠 정도로 일이 가지를 치고 자라나서 '큰 마을'이 되었다.

 

이들이 이번 여름에도 국토순례 도보여행길에 오른다. 8월 5일부터 12일까지 7박8일 동안 강원도 지역을 약 140킬로미터 걷는다. 이로써 그동안 해마다 이어온 도보여행이 한반도 남쪽을 한바퀴 다 돈 셈이 된다.

 

얼마 전 받아본 소식지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아이들의 고운 마음에 감동했다. 

 

어느 그룹홈 여학생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지쳐쓰러져서 죽은 듯이 잠든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이 걱정되고 고마워서 이불을 깔아 눕혀드렸다고 한다. 아이가 쓴 글이다.

 

"우리가정 선생님이 자랑스러웠다!!! 나는 그런 지민쌤의 우리를 위한! 일을 향한 열정에 정말 감동이었고 지민쌤이 존경스러웠다 >0< !!!!!!!   아마 아직까지는 다른 가정의 이런 마음이 짠한 이야기는 없을 것이다!!!! 역시 우리 샘가정에 지민쌤은 짱이다. >-<!! 그리고 들어온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정에 또 다른 생활교사 주희쌤도 짱이다. >-<!!!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주시고 아침에 자기도 힘든데 일어나서 아침밥을 챙겨주시는거 보면 진짜로 감동이다.

(중략)

제가 요즈음 많이 대들어도 계속 부드럽게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말로 하기 쑥스러웠어요!!! 히힛!!! 그리고 항상 항상 제가 선생님들 좋아하고 사랑하는 거 알지용 >0< ???? 진짜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

 

나도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내가 우울하고 힘들어보이면 아이들이 찾아와서 걱정해주고, 안마해주고, 따뜻하게 차도 타주고, 심지어 개구장이 남학생들은 춤 잘 추는 친구를 데려다가 브레이크댄스로 기어이 나를 웃게 만들어주기까지 했다^^.(아!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 

 

아이들은 나의 개입 '대상'이기도 했지만 함께 집나간 친구를 어디서 찾아올지, 왜 그런지, 방황하고 일탈하는 친구를 어떻게 해야 도울 수 있을지, 아이들은 그 친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함께 의논하고 아이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와 대안을 채택하고 또 그 아이들이 직접 친구를 찾아오고, 가정방문도 같이 하고, 같이 먹고, 놀고, 자기 집에 데리고 살아주기도 하고, 나에게 건의도 하는 '파트너'이고 '수퍼바이저'이고  '조력자'였다.

 

아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도움과 교육의 대상으로 만들지 말고 함께 나누고 함께 배우고 함께 서로를 다독이면서 그렇게 파트너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진정한 변화를 만든다.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부족함도 드러내고 도움을 구하자. 그것이 진짜로 아이들을 존중하고 세우는 일이다. 아이들의 변화뿐 아니라, 우리의 변화도 함께 말이다. 전문성, 지식, 기술도 중요하지만 부족한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그 노력을 기쁘게 감당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감동, 신뢰, 희망, 노력 같은 것을 배우게 되고 스스로 또 함께 변화하는 것 같다.

 

그래서 들꽃청소년세상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도와줄 대상으로 보지 않고 당당한 청소년으로 자꾸 내세우신다. 스스로 돕게 멍석을 깔아주고 아이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신다.

올해도 도보여행을 통해 들꽃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아름다운 보석을 하나 더 마음 속에 간직하게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2010년 도보여행 자료사진

(www.wahaha.or.kr   문의처: 02-866-8836)

 

 

 

 

 

 

 

 

'동향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빠와 사는 아이들  (0) 2011.07.27
지금, 이곳에서 출발하기  (0) 2011.07.26
야간노동을 줄이자  (0) 2011.07.15
MBTI   (0) 2011.07.15
강점관점 아동사례관리  (0) 201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