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에릭슨의 identity

샘연구소 2011. 7. 28. 17:35

인간은 일생동안 신체적 성숙과 더불어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생리적 심리적 문제들에 직면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간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하는 자아정체감의 관심이 요구된다.

정체감(identity)이란 ‘자기 자신이 특이한 존재라는 것, 사회에서의 자신의 역할이 순응적이건 혁신적이건 간에 유능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잘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과 내가 내 스스로에 대해서 갖는 일관성을 말한다’.(박아청, 1996; 박아청, 2010에서 재인용)

 

에릭슨은 유아 때부터 개인이 자기와 타인, 세계에 대한 인식, 자아정체감(identity)을 어떻게 발달시켜 가는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연구하였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그의 이론을 근거로 하여 다양한 대상에게 적용, 조사와 연구를 확장했다. 나는 청소년기(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에 이르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으므로 그 시기를 중심으로 자아정체감에 대한 연구들을 모아서 요약, 정리하고 의견을 첨부하였다.

 

청소년기에 들어가면서 아동은 급격한 신체적 성장과 정신적 체계의 발달로 자기에 대한 인식 역시 급속하게 성장, 변화한다. 청소년기에 자기에 대한 의식(자아의식)이 유난히 눈뜨게 되는 것은 이런 놀라운 신체의 변화, 정서적, 정신적 혼란과 불안을 이제는 부모의 도움이나 협력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맞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기는 자신을 타인의 입장에서 음미하고 관찰할 수 있는 시기이다. 아동들은 자기 스스로를 보는 ‘I’보다 남들이 보아주는 ‘me’가 중시되게 된다. 따라서 타인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 사이의 일관성(에릭슨이 말하는 불변성과 연속성 sameness and continuity)과 독자성을 추구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한 것이다(Johnson & Wellman, 1982; Johnson, 1990; 박아청 1996 등).

 

Montermayor & Eisen(1977)는 4, 6, 8, 10, 12학년 아이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20가지 대답을 쓰게 해보았다. 그 결과 어린 아동은 신체적 속성, 좋아하는 활동, 이름, 나이, 성별, 주소와 같은 범주적 정보를 언급하였다. 그러나 청소년은 심리적 특성, 신념, 동기, 교우관계로써 자기를 규정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청소년기가 되면서 자신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게 되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자기를 인식하는 면이 강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춘기에 들면서 또래관계 속에서 자기를 인식하는 경향은 소위 ‘interdependent'한 사회관계를 문화적 특징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 더욱 강하다. 그러므로 학교사회복지사가 청소년기 학생들에게 가족관계, 교사와의 관계, 또래관계 등 중요한 사회적 관계들을 강화시키고 확대하는 것은 자아정체감의 확립에 도움이 된다. 에릭슨은 자아정체감의 형성은 개인이 각 발달적 위기에 어떤 환경 속에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하였다. 이런 사회적 관계의 양과 질을 개선하고 증진하는 것은 아동, 청소년이 자아정체감을 모색해나가는데 지지적인 환경을 구성하는 일이 될 것이다.

 

성장에 따라 아동은 자신에 대해 자아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에 대해 기대하는 기준에 비추어 자아평가 결과가 긍정적일 때 아동은 적절한 자아존중감(self-esteem 또는 self-worth)과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갖게 되며, 그렇지 못할 때 부정적인 자기개념을 갖게 되고 심하면 무력감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학령기 아동들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 주로 동년배와 비교하며 이들의 주요 목표는 성인과 또래의 인정을 얻는데 필요한 기술적, 사회적 기능을 습득함으로써 개인적 효능감과 대인간의 효능성을 성취해나간다.

 

여러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할 때, 타인이 나의 행동을 어떻게 지각하고 반응하는가가 자기인식과 자기존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부모, 교사, 또래 등 유의미한 타인들의 평가는 청소년기 아동이 자기를 정의하고 평가하는 ‘사회적 거울’이 되어서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자아정체감에 그대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 4, 5, 6학년 학생들은 대개 인지적, 사회적 능력을 기준으로 하여 자기가치를 정의하므로 자존감이 높은 아동은 학교에서 공부도 잘 하고 친구도 많은 아동들이다. (Coopersmith, 1967) 또 자신에 대해 좋게 느끼며 사회적 또는 직업적 정체감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는 8~10학년(우리나라 중학생 또래) 학생들은 부모, 교사, 그리고 가까운 또래 친구들과 다정하고 지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Berndt, 1982).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청소년기 학생에 대한 개입에 어떤 함의를 가질까?

내가 생각한 것은 다음과 같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쉬운 전략들이다.

 

1. 가족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1) 아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깨닫고, 가족의 결함이나 결핍을 들추기보다도 작지만 가족 안에서 받은 사랑과 돌봄, 어려운 여건에서 노력하고 자녀를 소중히 여기고 기대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하는 상담, 프로그램을 한다.

2) 학생 자신이 가족에게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작은 일을 찾아서 실천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한다.

3) 학교로 부모초청 발표회나 자녀의 교실 자리에 앉아서 강의 들어보기, 자녀가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보여드리기, 부모와 함께 하는 주말/방학 체험여행과 캠프, 도서관에서의 독서캠프 등을 한다.

4) 가정방문과 부모상담시 자녀양육의 수고를 공감해드리고 아이의 학교생활에서의 강점을 칭찬하며 더 나은 부모역할을 하고 싶은 욕구를 이끌어내며 실제로 쓸모있는 정보와 행동지침을 드리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2. 교사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1) 교사가 아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늘려갈 수 있도록 강점을 발견하여 알려주고 또 교사와 같이 아동의 강점을 발견하려는 대화를 한다.

2) 작은 일이라도 아동이 교실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도록 교사와 상의하고 그 일에 대해 교사가 확인하고 칭찬해주도록 한다.

3) 교사와 학급 학생들이 함께 하는 학급단위 활동에 적극 지원해드린다.

4) 열성있는 교사들의 방과후 소그룹 학습지도를 적극 지원해드린다.

5) 스승의 날이나 특별한 날 교사와 학생간 관계를 증진하고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한다.

6) 매달 ‘이달의 선생님’을 선정해서 그 선생님에 대한 정보와 특징을 게시하고 학생들과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한다.

 

3. 또래관계를 증진한다.

1) 자기를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한다.

2) 공감, 이해, 배려, 자기표현, 대화 등 사회성기술 향상 프로그램을 한다.

3) 외모를 깔끔하고 단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지도를 해준다.

4) 학생 스스로 3~5명이 동아리를 만들어서 경쟁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예: 1만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보람되고 의미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 최고 3팀에게 실제로 그 1만원을 주거나 교장선생님, 다른 선생님들을 설득하여 돈을 더 얹어서 그 일에 쓸 수 있게 해 준다.)

 

4. 사회적 유능감을 증진한다.

1) 공부를 잘 하도록 도와준다.

2) 공부 외에 자신의 특기를 개발하게 해주고 대중 앞에서 발표할 기회를 준다.

3) 교육복지사업 안내를 비롯하여 모든 프로그램에 학생이 참여하고 발표하도록 한다.

 

<기타>

1. 서구의 경우 신체적 자아인지가 연령증가에 따라 감소하는 반면, 우리나라 아동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연진경, 김선애, 1991) 우리나라가 예로부터 유교적 전통에 의해 의관이 인격을 나타낸다고 하여 외모를 중시한 경향이 있지만 특히 요즘 청소년기 아이들은 밖으로 보여지는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이는 학교교육과 상업적 미디어의 범람으로 내면적인 가치에 대한 경시 풍조가 가져온 부작용으로 보인다. 최근 사춘기 청소년들의 고민 순위에서 학업성적 다음으로 외모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아이들은 다이어트, 피부관리, 머리모양, 옷꾸밈, 화장 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반대로 학교의 학생복장규정에 따라 규제하려는 교사들과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 한편,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 자존감이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김희화(1993)의 연구에서도 초등학교 아동의 자아존중감이 3학년에서 감소되기 시작하여 6학년 때에 큰 폭으로 낮아짐을 알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내가 중학교 학생들에게 개입할 때에도 단기 개입 후에는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상승하지만 1년 이상 관찰했을 때 거의 변화가 없거나 떨어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앞에서 보았듯 청소년기에는 타인의 눈으로 평가하고,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교하면서 평가하게 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또 공부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는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나의 오랜 경험은 단기의 상담이나 개입으로 아이들의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들에 회의하게 된다. 더 길게 깊이 멀리 넓게 보고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비교적 공부 외에 압박이 적은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을 모색하는 도전과 성취감이 없다면 보다 다양하고 강력한 도전들이 기다리는 20세 이후에 대단히 힘들어질 것이다.  청소년기에 아이들에게 책상에 앉아있게만하고 문제풀이나 암기를 강조하는 지금의 학교교육은 '보이지 않게 서서히 학생을 집단적으로 죽여가는' 일이다.(담배의 해악문구를 인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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