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에릭슨의 인간발달론

샘연구소 2011. 7. 28. 03:03

 

           에릭슨

(사진출처: 위키백과)

 

에릭슨(1902-1994)은 독일에서 태어났으나 출생과 성장과정의 복잡함으로 인해 유태인, 독일인, 덴마크인의 사이에서 정체감의 혼란을 경험했다. 이러한 그의 경험은 그 자신에게 끊임없이 ‘나란 누구인가?’, 그리고 ‘자아정체감’과 같은 화두에 몰입하게 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해석한다.

에릭슨은 1928년 비엔나 정신분석학 연구소와 접촉하게 되고 이어서 안나 프로이트와 함께 어린이들을 연구하면서 정신분석학자로서의 전문성을 굳혀나갔다. 이후 유태인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여 어린이를 비롯하여 정체감(identity)이라는 주제로 인디언 부족과 루터, 간디 등 유명인들의 인생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였고 유명대학들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1994년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아이덴티티’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인문사회과학에 큰 영향을 미친 그는 20세기에 가장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중 하나라고 주저없이 말할 수 있다. 또는 평생에 걸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인간존재의 핵심으로 '자아정체감'이란 단어에 천착한 '인간학자'였다고 본다.

 

에릭슨의 이론은 기본적으로 프로이드의 아동발달단계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심리성적 충동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발달을 역사, 사회적 관계 속에서 파악한 심리사회발달론자였으며 특히 아동기에 발달이 그치지 않고 중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를 통해 점성적으로(계단을 쌓아올리듯 차곡차곡 쌓아나간다는 뜻) 발달한다고 본 점에서 프로이드와 뚜렷이 구별된다.

에릭슨의 발달단계 이론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면서 신체의 발달과 맞물려 심리·정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발달단계를 구획지을 수 있다. 그리고 각 단계마다 특정한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인간은 이러한 인생의 도전들 앞에서 자신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계속 살아나가고자 노력하는데 이때 긍정적, 부정적 과제들을 통합하면서 시기별로 발달과업을 달성해나간다고 보았다. 특히 발달과업의 성취에 있어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추정연령

심리사회적 과제와 위기

기본적 덕목

0~1세

신뢰감 대 불신감, 불안

희망

1~3세

자율성 대 의심, 수치심

의지

3~5세

주도성 대 죄책감

목적

6~11세(아동기, 학령기)

근면성 대 열등감

유능감, 적격

12~18세(청소년기)

자아정체감 대 역할혼돈

충실성

18~35시(성인초기)

친밀감 대 고립감

연대, 사랑

35~55세(중년기)

생산성 대 침체감

돌봄, 배려

55세 이상(노년기)

자아통합 대 절망감

지혜

*몇몇 학자들은 위의 인간발달과정론에 대해 문화적, 역사적 상대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치료자의 자세에 대하여 인상깊었던 점은 ‘관찰자의 자기자신에 대한 연마된 통찰력’이 동반된 주관성이 필요하다고 한 점이다. 이는 ‘(강제로) 훈련된 주관성’이라고 하여 철저한 자기분석에 근거할 때 가능한 것이다. 즉, 치료자는 항상 자신을 반성적으로 대상화하면서 타자와의 관계를 맺는 방법, 자기 자신을 상대적, 또는 관계적으로 보면서 실천하는 방법, 더불어 또한 상황의 내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은 양면적 위치에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론 중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들을 꼽으라면 complex, competence, 그리고 identity의 세 가지를 들 수 있겠다. 무의식적이고 자아를 추동하려는 의지인 콤플렉스, 외부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느끼는 효능감(self-efficacy)인 컴피턴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대되는 자기와 현재의 자기를 통합해가는 힘을 포괄하는 역동적인 자아개념으로서의 아이덴티티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용어가 바로 아이덴티티이다. 그의 정의에 의하면 아이덴티티란 ‘통합한 상태’로서가 아니라 ‘통합을 목표로 한 끊임없는 움직임’으로서 말하자면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 통합해가는 과정 그 자체로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혹자는 아이덴티티의 ‘이중성’이라고 불렀으며 어쩔 수 없이 이중의 아이덴티티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이를 통합해가려는 노력이 일생을 통해 유지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아이덴티티는 청소년기에 확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적극적으로 자기를 인식하고 질문하며 모색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청소년기에 정체성 모색의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정체성이 확립된 사람들은 가족, 친구 등 사회적으로 좋은 인간관계가 풍성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Markus & Kitayama의 연구에 의하면 서구에서는 보다 독립적인(independent) 자기로, 아시아문화에서는 상호의존적(interdependent) 자기로 인식한다는 점도 특이했다. 아마도 경제사적으로 해석할 때 오랜 농경문화와 전체주의 체제를 지내면서 상호의존적 자기라는 정체감이 아시아의 공통된 특성으로 자리잡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이번에 에릭슨에 대하여 여러 가지 책을 읽고 상세히 공부하면서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두 가지 발견했다.

하나는 발달과업에서 긍정적, 부정적 과제가 서로 대립하며 부정적 과제를 피하고 긍정적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에릭슨은 누구에게나 상반된 이 두 측면이 공존하며 이를 조금이라도 긍정적 측면이 많게 유지하면서 자기 안에 이 긍정성과 부정성을 통합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정체감이라고 하면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이고 이때에 확립된다고 알았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평생을 거쳐서 계속 자기가 누구인지를 그때마다 새롭게 발견하고 확장하며 일관된 자기의 모습으로 통합해나가는 ‘동적인’ 개념으로 아이덴티티, 즉 정체감을 설명하고 있었다.

 

에릭슨의 이론에 대해 한참을 읽으며 생각하다보니 과연 나는 죽음 앞에서나 "난 이런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나는 '진화중'이고 '발달중'이다. 나의 정체성은 아직도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고한 책들

■ 박아청, <에릭슨의 인간이해>, 교육과학사(문장이 매끄럽지 않아서 읽는데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에릭슨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을 섭렵하여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데이비드 R. 세퍼 저, <발달심리학>, 시그마프레스 : 인간행동과 사회행동에 관한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꽤 두껍지만 모든 이론을 너무 자세하지도 너무 얄팍하지도 않게 모두 소개하면서 다양한 그림과 표, 실례 등과 함께 제시한다.

■ 톰 버틀러보던 저, <내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 흐름출판 : 프로이드에서 최근에 이르기까지 알아둘만한 심리학자 50명과 주 저서를 간략히 소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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