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아동 성폭력과 청아랑 활동

샘연구소 2011. 3. 11. 18:14

작년에는 유난히 아동성폭력사건이 많았다. 그 피해정도나 범행수법도 잔인하여서 연일 언론이 시끄러웠다.

나영이 사건을 지나면서 대중의 분노가 폭발했고 마음을 모아서 기금을 만들게 되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함께 '청소년아동사랑위원회(청아랑)'을 조직하여 원스탑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나 역시 여러 법조계, 의료계, 아동계, 여성계, 사회복지계 인사 여러분들과 함께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많이 알려졌지만 정말로 아동청소년 성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은 친아버지나 양아버지였다. 그 다음은 친척이나 친구 등 지인들이다.  많은 부분 어머니가 알고 있지만 빈곤과 가정해체의 불안으로 문제를 덮고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가족 안에서의 문제이다 보니 아이들이 신고를 더더욱 꺼리고 마음속에 꼭꼭 숨기고 있느라 가슴앓이를 하기도 한다. 또 한 번 피해를 입은 아동이 2차, 3차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지금은 조금 인식이 달라진 것 같지만 여전히 아동성폭력은 아주 파렴치한 정신이상자에 의해서 벌어지는 것처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실은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학교에 큰 돈을 들여 CCTV를 설치하고 법적 징계를 더욱 더 엄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위험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아이들이 가장 신뢰하고 의지해야하는 가정에 있다는 것이다. 또는 집값이 싼 동네가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사건을 알게 되면 경찰에 신고하고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원스탑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후에 필요에 따라 해바라기센터라든가 여성성폭력상담소, 쉼터, 그리고 청아랑 등 여러 곳의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내가 그동안 사건들을 보면서 내가 발견하고 느낀 점은 이렇다.

1. 아동성폭력은 아동의 신체와 정신에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자기가 속한 사회와의 끈들을 다 파괴한다. 학교를 옮기거나 다니지 못하게 되기도 하고 비밀리에 가족이 모두 먼 곳으로 이사를 가야하게 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이들은 교육과 사회화의 과정을 거쳐 사회에 통합되고 자립하고 성인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성폭력피해아동 지원시스템은 아직 의료적 지원이나 법적 지원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잘 다니고 있는지(물론 그만 두는 아이들도 많다), 수업태도는 어떤지, 학교에서 친구와 잘 사귀는지, 선생님의 각별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지는 않는지... 나는 그런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피해아동이 소위 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고 교복투사업학교를 다닌다면 그나마 조금 관심을 받을 수 있지만 사실 교복투는 학생 하나하나를 세심히 돌보지 못하기 때문에 허술했다. 내용은 비밀로 했지만 아이를 찾기도 힘들었고 아이들이 그저 교육복지 혜택으로 무상급식지원이나 방과후프로그램 참여 등을 지원받고 있을 뿐이었다. 특별히 심한 문제행동이 드러나지 않으면 교육복지로 도움을 받기는 힘들다.  

 

2. 가족이 모두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가해자인 아버지들은 대개 경제적으로 무기력한 경우가 많았다. 이미 사회적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다.  또 이를 당한 어머니들의 정신적 충격은 말로 할 수 없다. 단순히 '우울증'이라고 진단하고 넘기기에 그 고통과 후유증은 당사자인 피해아동에 못지 않다. 이는 이후에도 자기 자신을 돌보지도 못하고 피해아동은 커녕 다른 자녀들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또 다니던 직장조차 놓아버리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경제적 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된다. 안 그래도 소송비나 치료비가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그런데도 청아랑 위원회에 돈이 많지 않고 경제적 지원을 하기에 그 기능이 모호하여 이들의 경제적 지원요구를 묵살하거니 미미하게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벌면 되겠구먼..."이라고 말씀하시는 위원도 계셨다. 하지만 정작 엄마라면 하던 일도 접고 아이 곁에 있어야 할 텐데 없던 일자리을 얻으라고 할 수가 있을까...  성폭력피해아동지원은 엄마나 형제자매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3. 대개가 빈곤소외계층, 지역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다보니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이 매우 미미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만약 이것이 잘 사는 동네, 그런 지역의 학교에서 발생했다면 아마 해결책이 훨씬 빨리, 체계적으로, 전방위적으로 마련되지 않았을까 싶다. 또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은 어쩜 단순히 아동에 대한 정신이상적 행동인 성폭력이나 의료적 치료, 법적 징계만으로만 해결될 수 없으며 빈곤의 다양한 증상, 부작용으로 고민하고 다른 빈곤정책들과의 연계 속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청아랑에서뿐 아니라 학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로부터 간간이 아동성폭력 사건을 듣는다. 당연히 알게 된 교사나 사회복지사가 신고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복잡하고 답답하고 안타깝고 화가 난다.

 

땅이 녹고 싹이 트기 시작하면 다시 성폭력 사건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가난한 아이들에게 세상은 너무나 험하고 야박하다. 

그러나 한편 나에게는 믿음도 있다. 인간은 참으로 신비한 존재이다. 아이들에게는 성인보다도 더 강한 'resilience(탄력성, 회복력, 적응유연성)'이 있다. 죽은 것 같던 검은 나뭇가지에 연두색 싹이 나오듯 아이들도 힘든 시기를 잘 견디고 이겨낼 것이다. 어느 치료사의 어려운 이론보다도 깔깔거리며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 속에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청아랑에서는 그동안의 활동을 보고하면서 시민의 인식을 증진하고 보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대책의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조만간 심포지엄을 개최하려고 한다.

 

* 청아랑

● 지원신청 : 대한변협 인권과 02-3476-4000
● 후원문의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02-6262-3000

 

* 참조기사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e/shin/2010/06/01/201006010500010/201006010500010_1.html

http://news.donga.com/Column/DA/3/040106/20110217/348879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