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내 직업은?

샘연구소 2011. 8. 19. 14:35

"귀하의 직업이 무엇입니까?" - 문어체

"무슨 일 하세요?" - 구어체


음... 내 직업이 뭐지?  

학교사회복지사? 

이건 직업이라기보다 전문적 정체성의 이름인데... 지금 학교에 있지도 않잖아?

교육복지연구소장? 이것도 좀 그렇다.


그렇다. 난 백수다. 

우아하게 말하면 프리랜서. 

날품팔이 일용직이다. 무엇이든 닥치는대로 한다. 


"그럼 힘드시겠어요...."


그렇다. 

힘들기도 하지만 그 힘든 점들이 곧 백수의 장점이다. 

수입이 적다는 것, 안정된 소속 직장이 없다는 것.

그래서 학교사회복지사들이나 우리 아이들과 가족의 주머니사정을 조금 더 느낄 수 있고 

대학교나 직장에 묶인 분들보다 자유롭고 유연하게 미묘한 빈 틈새를 메꿔드릴 수 있다. 

그리고 또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다는 것. 

하고싶은 일, 만나고 싶고 돕고 싶은 동지를 만나러 서울에서 저 경상도나 전라도, 강원도 구석까지도 즐겁게 여행할 수 있다는 것. 


한 시간 강의를 하러 왕복 네 시간을 다니는 일은 다반사이고

두 시간짜리 연수나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 몇 달 동안 연구하고 기획하고 수정하고 협의하고 나중에 또 검토하고 반성하고 토론한다. 


그 강의나 교육, 온갖 회의들은 나의 교육학 및 사회복지학을 비롯한 잡다한 지식과 기술, 경험과 철학들을 얼버무린 것이지만 딱히 전문적이라 하기엔 어디나 넘치는 사회복지학 석사학위 외에 입증할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강사료는 더더욱 찌질하다. 


바람난 미친년 널뛰듯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녀봐야 한달에 100만원 남짓 벌기도 빠듯하다. 우리 현장 학교사회복지사들과 비슷하거나 못하다. (그래도 "소장님~~"하면 밥은 얼마든 산다. 물론 사준다면 또 잘 먹어드릴 수 있다. ^^) 그렇지만 지역에서 의미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조언해줄 분들을 구하기 힘든 곳에 찾아가 동지들을 만나고, 고생하는 선생님들과 교육을 논하고, 함께 아이들의 행복을 이루어나가는 일은 누가 말려도 참을 수 없는 보람이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싶어서, 나 스스로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답답하고 부끄러워서, 나는 틈을 내서 시키지도 않은 나라 교육걱정, 온 나라 아이들 복지 건강을 염려하고 공부하고 공부한다. 월급도 안 주고 누가 물으러 오지도 않는데 말이다. 아, 이건 아니다. 물으러 오는 이들이 있긴 있다. 우리 현장 동지들. ^^ 


'입증'할 수도 없고, 아직도 허술하고 편견투성이일 나를 쓸모있게 해주는 현장의 일꾼 동지들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행복하게 산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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