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변화와 의미

샘연구소 2011. 9. 1. 21:39

사람들은 누구나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누군가 '의미있는 사람'을 갖는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인가?

내가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또한 얼마나 가슴 벅차고 뿌듯한 일인가?

 

그 '의미있는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킨다.

연애를 하고 의미있는 사람이 생기면 사람들은 삶에서 우선순위priority가 바뀐다.

 

최근 지인 하나가 연애를 한다. 그이는 모든 만남과 전화통화까지도 여자친구의 눈치를 살핀다. 여자친구와의 만남이 최우선이다. 누가 강제로 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알아서 먼저 여자친구의 마음에 들려고 외모도 말투도 삶의 내용과 방식도 관계도 다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변화시키는 것도 그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의미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변화를 일으킨다.

전에 사회사업 공부를 하면서 보았던 significant others (유의미한 타자, 나에게 의미있는 주변 사람들) 라는 어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아이들이 수많은 어른들을 만나서 가르침을 받고, 훈계도 듣고, 지시도 듣지만 진정으로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들을 아이들이 '의미있는 사람'으로 인정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말이라도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한 말이라면 새겨서 듣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릴 것이다. 선생님이 정성들여 긴 훈계를 하고 "알았지?"하고 물으면 학생은 "네."한다. 다시 그 학생에게 "선생님이 뭐라고 했지?"라고 물으니 "멍!멍!"(개소리)이라고 한다. 하나도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미있는 누군가가 한 말은 곱씹고 되새긴다.

 

교사나 학교사회복지사, 상담사는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나름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리우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

기본적인 경청이나 지지 등의 태도,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상담이나 집단경험 외에도 많은 이벤트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다.

 

나는 교사가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선생님 집 가정방문' 제안한다.

 

나도 초등학교 때 심경석 선생님(2-3학년), 중학교 때 김광택 선생님(3학년)과 김종기 선생님(학생부장), 고등학교 때 이현우(1학년) 선생님 댁을 방문했던 기억이 진하게 남아있다.  그분들은 모두 내가 가장 좋아하고(아니, 사랑하고) 존경하는 선생님들이다. 그분들의 말씀은 강력한 메시지로 한톨도 버려짐없이 내 마음밭에 뿌리내렸다. 나는 그분들의 기대에 부합하고 싶어서 스스로 나를 돌아보고 노력했다.

 

내가 교사, 학교사회복지사가 되어 아이들 몇몇이 우리집에 다녀갔다. 내 아이들을 업고 함께 등산을 하기도 하고, 가출한 아이를 데리고 며칠씩 살기도 하고, 명절 때 일부러 불러서 세배를 받고 떡국을 끓여주기도 하고, 한 이불에 누워서 비디오를 보며 깔깔대기도 했다.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재미난 추억들도 있다. ㅎㅎ

 

나도 아이들도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우리는 특별한 추억을 함께 간직한 동맹관계가 되었다. 아이들은 굳이 내가 뭐라 하지 않아도 내 마음과 기대를 알아서 스스로 변화해갔다. 때로 상황이 가로막고 아이들을 좌절시키기는 했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싶다.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사람'이, 꽃이 되고 싶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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