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평가를 하고, 평가를 받으면서 산다. 금방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학교성적이지만, 사람들은 모든 사건과 정보에 대해 나름대로 좋다, 나쁘다, 또는 옳다, 그르다라고 평가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한다. 평가를 받았을 때 그동안의 노력과 수고를 확인하고 뿌듯할 때도 있지만 억울하고 속상할 때도 있다.
교육복지사업이나 학교사회복지 실천에서도 평가는 필수적이다.
(2010년도에 한국교육개발원은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지원사업 평가매뉴얼을 개발하여 배포했다)
9월 2일, 우리 연구소 연구원들과 인천남부교육지원청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담당 민간실무자들과 '평가'를 주제로 오전과 오후 종일에 걸쳐 연수를 하고 왔다. 평가를 임하는 자세와 평가의 목적, 평가보고서 작성의 실질적 틀과 기술들에 대하여 상세하게 배울 수 있었다. 또 현실적으로 사업평가를 진행할 때의 한 달 전, 일 주일 전, 하루 전과 한 시간 전에 체크할 일들을 알아보고 평가 후의 반영과 자기 관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오전 강의는 교육복지평가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논리모델을 적용한 성과목표 설정과 지표 개발에 관한 것이었다. 목적과 일관되게 이후의 활동이 세분화된 목표를 기술하고, 그 목표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내 '감'으로만 확인하는 게 아니라 보지도 듣지도 못한 이들(평가위원, 교육개발원, 교육청, 교과부...)에게 증명하기 위한 '객관적인' 지표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논지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끙끙대며 문장들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사실 적절한 목표를 문장으로 만드는 것은 나에게도 여전히 어렵다. 또 그에 알맞는 지표들을 찾아다 붙이는 일도 쉽지 않다. 샘플과 자기만의 연습 '시간'과 '노동'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새롭게 배움을 주신 강사님들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동미 선생님의 강의 중 보고서의 스타일 구분에서 옥동자 형(type), 노홍철 형, 유재석 형의 구분이었다. 본인들께는 좀 죄송하지만 너무나 이해가 잘 되는 인용이었다! 하하하...
아울러 평가나 보고 이전에 우리의 목적과 비전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모색이 필요하다. 2~3년마다 욕구조사와 평가만 새로 할 게 아니라 비전수립을 위한 간담회나 토론회 같은 것도 다시 해야 한다.
목적이 있어야 목표가 나오고 평가를 할 수 있다. 지향과 가치, 원칙이 확실해야 그것이 기준이 되어 평가가 의미있어 진다.
한편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온전히 지역사회교육전문가 혼자만의 몫인가?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학교전체의 일이고 교사들과 함께 추진되어야 하는 일이다. 아이 하나만을 상대로 하는 심리상담이나 교실에서 주로 진행되는 학과수업과 달리 학교문화와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사의 태도, 가정과 지역사회의 교육적 풍토와 역량마저도 변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에 기획부터 평가까지 교사, 네트워크 관계자들과의 적절한 역할분담과 동행,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안타까운 것은 사실상 이 사업의 대부분이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기획과 운영, 평가과정에의 '노동'으로 이루어지는데 계획서나 보고서에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그만큼 비중있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계획서나 보고서에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은 마치 '교육복지실 운영' 뿐인 것처럼 나타나곤 한다. 그러니 극단적으로 이 사업 예산이 축소된다면 지금 계획서나 보고서에 나온 것처럼 교사들이 외부 기관, 인사들과 프로그램 추진하거나 학생 의뢰하여 사업 운영하고 교육복지실 지키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만 없애면 인건비 만큼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발상이 당연히 나올 수 있다. 또한 아무리 보고서가 훌륭하고 평가가 잘 나와도 그것은 결국 학교의 몫이고 학교장을 비롯한 모든 교사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없다면 이 사업은 그저 돈쓰기 사업, 아이 내돌리기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이 없이 어느 하나도 이렇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평가(조직 평가, 네트워크 평가, 과정 평가), 보고서 작성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