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2학기

샘연구소 2011. 9. 3. 08:39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졌다. 낮 기온은 푹푹 찌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을빛이 완연하다. 캠프로 정신없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이제 다시 책상에 앉을 때가 되었다. 2학기 개학이다.

 

2학기 하면 떠오르는 것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눈병이다.

 

희한하게도 언제부터인가 2학기 개학을 하고 찬바람이 불면 아이들 사이에 눈병이 돌았다. 눈이 부어오르고 벌겋게 충혈되고 진물이 흐른다. 아이들은 할 수 없이 질병결석으로 학교를 쉬게 된다. 그런데 아직 여름방학의 해방감에서 깨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이 때를 기회로 그 눈병을 몸소 '분양'받기도 한다.

 

한 번은 10명 가까운 아이들이 모두 눈병으로 무더기 결석을 하게 되었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다 그렇고 그런 개구장이 녀석들이다. 하나가 눈병에 걸렸는데 노래방에 모여서 놀다가 서로 눈을 쓰다듬으며 자기들 나름의 눈병 전파식을 했단다. 분양을 받은 것이다.

 

마침 그 기간에 그런 개구장이들과 프로그램이 기획되어 있었다. 등산을 하고 저녁을 먹으며 2학기를 다짐하는 이벤트. 나는 취소하려고 했는데 생활지도부장 선생님은 다른 날짜 잡기도 힘드니 그냥 추진하자고 하셨다. 엥? 눈이 퉁퉁 부어서 앞도 잘 안 보이고 결석 중인 아이들을 데리고 등산을?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내가 부모라면 학교에 당장 항의전화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한 아이에게 의논하자 아이는 오겠다고 햇다. 또 다시 엥? 그리고 자기가 다른 아이들을 다 데리고 오겠단다. 아마 어지간히 심심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눈탱이가 밤탱이 된 환자들이 줄을 서서 등산을 했다. 부모들? 아무도 관심도 없었다.

 

아이들은 나보다도 더 잘 올랐다. 그리고 학교에 돌아와 둘러앉아서 짜장면(으아! 이제 '자장면'이라고 안 써도 된다. ^^) 곱베기를 시켜 먹었다. 아이들은 등산의 성취감, 오랜만에 몸을 쓴 시원함, 포만감으로 웃음 가득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눈병은 다 가라앉고 개구장이들과의 2학기가 힘차게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리해도 좀 심했다. 그래도 그런 게 통하는 아이들, 그런 부모들이 있었다.

 

두번째는 중2 여름방학을 지내고 2학기 때 교실에 앉은 아이들을 바라보면 좀 과장해서 말하면 향후 3~5년이 보이더라는 것이다.

 

중 2 라는 시기가 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가장 가운데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어정쩡한 중학생이 되어 1학년은 어리버리, 귀엽게 지냈다. 2학년이 되자 몸도 마음도 머릿속도 울끈불끈, 왁자지껄, 좌충우돌, 오리무중, 야단법석, 왔다갔다 한다. 여름방학 때 잘 놀고 쉬고 사랑받고 재미있게 지내면 그 고비를 잘 넘기고 2학기부터는 제법 고등학교를 생각하고 먼 미래도 바라볼 줄 알게 된다.

 

그러나 2학년 여름방학 때 여전히 불안하고 외롭고 힘들게 보내다보면 마음 속에 더 큰 불안과 분노, 슬픔, 공격성들이 자리잡는다. 아이들 표정은 거칠고 어두워지고 2학기 학교생활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미래는 보이지 않고 지금의 내 감정을 표출하느라 자기를 통제하지 못하고 충동에 끌려다닌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소위 '일진 짱'들도 중2들이 많이 하지 않던가. 막무가내 시절이 바로 이때인 가보다.

 

학교는 이제 고등학교 입시 준비와 성적으로 아이들을 더욱 조여간다. 목소리가 변하고 키가 우뚝 커진 아이들은 더이상 '아이'라고 사랑스럽게 봐주지 않는다. 여기에서 뿌듯한 마음으로 자신의 성장과 성숙을 주도해가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방황하며 어른들을 더 심란하게 하는 행동으로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아이들이 있다.

 

일본에도 '중2병'이라는 게 있다고 한다. 내가 본 중학교 2학년 때 아이들 모습들과 꽤 닮았다.

 

일본 만화에서 종종 그려지는 '중2' 학생 시기의 독특한 생각과 행동들

(출처: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67&newsid=20110902181347595&p=hani21)

 

 

2학기.

딱히 귀엽지도 않고 이제는 좀 철이 들었으면 싶은 아이들과 씨름하실 선생님들과 학교사회복지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 상담사 선생님들의 수고를 생각한다.

 

감사합니다.

특히 2학년 개구장이들을 많이 사랑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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