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꽃이 피네
-녹색마을 사람들의 신명나는 이웃살이 이야기-
(정외영 저, 이매진)
자칭 ‘동네 아줌마’들이 서울시 강북구에 있는 수유리 지역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 가는 지역복지 실천 과정과 결과에 관한 보고서이다.
아줌마, 그녀들의 수다가 시작된다. 주변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마을의 문제를 이웃과 수다로 시작한다. 수다의 내용을 우리의 문제로 함께 공유하는 대화로 전환하고, 대화를 의미 있는 행동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 회의를 한다.
그녀들이 만들어 낸 결과는 눈부시다. 이웃아이의 성장도 함께 고민한 열린 숙제방, 삶의 터전을 위한 녹색 가게, 청소년 봉사동아리 ‘나누리’, 찾아가는 이웃산타‘, 환경연극 동아리, 그녀들을 위한 학습동아리, 밴드 동아리 등을 만들고 운영한다. 이러한 실천들은 사단법인 ‘녹색마을사람들’의 모태가 된다. ‘녹색마을 사람들’은 현재 지역조직사업(동아리, 소모임, 다문화 깨페), 어린이 도서관(다문화 사랑방), 풀빛살림터(풀사모), 마을 속 작은 학교로 구성된다.
이러한 다양한 사업들에 활용된 주요한 자원은 그녀들이 동네에서 만나는 문제만큼이나 지역적이고 실제적이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때로는 쌈지돈,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강사, 자원봉사자, 지역사회 주민들의 후원, 공공기관의 장소 등 지역사회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자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자원을 모아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하고 마침내 원하는 모습의 사업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그녀들은 자연스러운 과정의 실천 활동을 통하여 생명체로서의 가치를 실현하는 지역복지 전문가로 성장한다. 실천을 통하여 학습하고, 이론 학습을 통하여 실천을 단단하게 만든다. 자신의 분명한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분명하게 인식하며, 실무능력 강화 교육을 실시하고, 실무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협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규모가 커진 조직의 운영위원이 되고 이사가 되고, 주민자치센터의 주민자치위원장이 되기도 하고, 자신이 꿈을 찾아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도 한다.
모든 과정에서 그녀들의 삶의 태도는 겸허하고 현실적이며 헌신적이다.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 진심에서 우러나는 이타심을 실천한다. ‘원대한 계획은 나로부터 시작하는 진솔함과 소박함이며, 멀리가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변화하면서 함께 가는 것이다’를 그녀들에게 꼭 맞게, 지역에 꼭 맞게, 행복하게 실현한다.
그녀들! 어느새 행동하는 지역복지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오늘도...
어느 사이에 간과하고 있던 사회복지 실천 몇 가지를 다시 돌아본다.
어느덧 대단한 정책 제안 및 실현만을 사회행동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본다. 1990년대 운동권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바보 학생회장’이 떠오른다. 스스로 먼저하고, 양보하고, 돌아보고, 기다리고, 함께 가는... 그래서 친구들은 그를 바보학생회장이라고 불렀다고 기억된다. 학생회에서 학생회장의 품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회자된 사례이다. 바보학생회장의 일화를 떠올리면서 사회행동의 바탕은 생활 현장이며 작은 실천의 집합체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문제를 발견하는 시각의 오류도 다시 돌아본다. 대학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시간에 다루었던 배웠던 내용이 기억난다. 전문가들이 완벽하게 모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였으나 실패한 사례였다. 문제 및 해결방안 모색에 클라이언트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만나는 학생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해 정확하게 알고, 학생들의 생활 속 불편함들을 그들의 입장에서 잘 파악하고 사회복지 실천을 하고 있는지, 혹여 잘나가는 프로그램과 사업을 위해 등한시 하지는 않았는지 겸허한 태도로 돌아본다.
마지막으로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사고 전환이다. ‘자원이 없고, 사람이 없어서 활동하기 어렵다.’고 쉽게 결론 내리고 포기하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본다. 지방에서 일하면 형편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그들이 가진 강점들이 있고,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이타심도 있다. 그것을 간과하고 전문적인 지식에 기대어 평가하고 결론 내리는 실천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지... 핑계를 대고 노력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 함께 실천하고 노력해야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전문가로서 주어야 하는 것은 사업만이 아니다. 내가 삶을 어찌 살고 있는지도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겸허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타인의 삶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 작은 것을 소중하게 대하는 자세... 오늘은 내가 배우고 내일은 부족한 나로부터 그 녀석들이 배우길 소망한다.
(한국교육복지연구소 연구원 문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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