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아들러가 쓴 <인간이해>를 읽고 정신없이 밑줄을 쳤다. 원저는 Menschenkenntnis로 1927년에 세상에 나왔다. (라영균 번역, 일빛 출판사, 2009년판)
아들러(Alfred Adler)는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이며 프로이트, 융과 더불어 3대 심층심리학자로 손꼽힌다. 아들러는 1870년 오스트리아 빈 외곽의 곡물상을 하는 유태인 가정에서 7남매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생사를 오가는 질병과 장애로 고생을 했다. 이러한 배경이 그를 의사가 되게 했다. 특히 다른 형제들에 뒤지기 싫은 경쟁심과 부진한 학교성적, 신체적 장애 등으로 인한 열등의식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 군병원에서 복무했고 이후 빈을 중심으로 22군데에 아동정신병원을 열고 유대인 박해로 강제폐쇄되는 1932년까지 계속 일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교수로 지냈다.
열등감, 보상심리, 인정욕구, 권력욕 등을 골자로 하는 그의 심리학은 이러한 개인적 경험에 기초하고 있다고 본다. 아들러는 1902년부터 정신분석학회의 모태가 된 '수요모임'에서 초대회장을 맡기까지 했으나 프로이트와의 견해차이로 1911년에 모임을 탈퇴하였다. 이후 동료들과 '개인심리학회'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학문세계를 추구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오로지 무의식으로 움직인다고 주장했으나 인간을 사회적 존재로 본 아들러는 환경에 대한 반응과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인생의 유형이 결정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인간은 천성적으로 개인적 능력과 정체성을 획득하는데 전력을 다하지만 그것이 만족되고 나면 사회에 순응하며 바람직한 일에 기여하고자 노력한다고 햇다.
아들러는 연구실에서 이론에만 골몰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많은 사람들을 만나 상담과 치료에 열심을 보였다. 또한 여러 나라를 다니며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평생에 걸쳐 '인간이해'라는 화두를 붙잡고 독특한 심리학 세계를 체계화하였으며 최초의 인본주의 심리학자로 일컬어진다.
무엇보다도 책의 앞부분은 내내 겸손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맨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간이해의 근본은 지나친 교만과 자만을 버리는 것이다. 진정한 인간이해는 교만이나 자만이 아닌 자기겸손을 전제로 한다.'
거듭해서 그는 인간이해를 위해서 우리는 '먼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자기 자신을 검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람을 바꾸는 일은 어려운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중함과 인내가 필요하며, 특히 개인적인 자만심을 모두 버려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진정한 인간이해의 지식을 습득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참회하는 죄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학자들과 달리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다못해 종교적인 느낌까지 주는 이런 모습은 오히려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하고 나의 인간이해의 미천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책을 읽으면서 섣불리 사람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결론을 내리기보다 늘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노고 더 넓고 깊게 보려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아들러가 강조하는 것은 개인과 환경간의 '연결'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환경과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자기의 생존에 필요한 것을 취하고 상황에 반응하면서 그의 성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 환경이란 좁게는 양육자(대개는 엄마), 가족, 나아가서 더 큰 공동체나 국가까지도 연관된다고 보았다. 즉 소속된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사회관은 맑스와 엥겔스가 주창한 유물론적 역사관에 기초하며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는 삶의 수단을 획득하는 기술적 방식인 경제적 하부구조(토대)에 의해 제약된다는 논리에 동의했다.
결국 성격이라는 것은 삶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정신이 특정한 형식으로 표현된 것이며 따라서 성격은 사회적 개념이라고 하엿다. 즉, 한 인간이 주변 환경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식이며 인정욕구를 공동체감과 연결하면서 형성해가는 행동패턴이라고 하였다.
특히 한 개인의 세계관과 행동패턴은 유아기 때 형성되는데 가족의 경제적 빈곤이나 문화적 결핍, 그리고 신체적 결함이나 장애, 질병은 아이의 건강한 발달과 사회적응에 큰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았다. 그의 심리학의 키워드들은 출생순서(형제서열), 열등감, 환경, 공동체, 목적을 향하는 삶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아들러에 대하여 무어라 하기는 어렵겠지만 그의 심리학은 거의 사회철학을 포용하는 깊이가 있었다. 또한 사회주의자의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어린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나 교사, 사회사업가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하기 쉽고 또 읽어야만 할 훌륭한 학자임에 틀림없다.
<내인생의 탐나는 심리학 50>(흐름출판) 에는 맨 첫 번째로 아들러가 소개되고 있다. 알파벳 순도 아닌데 그가 맨 처음에 소개된 데에는 다 그만한 무게와 깊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