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탈북학생의 복지

샘연구소 2011. 9. 20. 21:02

인천 장도초를 터전으로 해서 2008년부터 3년 동안 시행된 탈북가정 학생들의 복지증진을 위한 학교사회복지사 파견사업 종결보고회가 열렸다. 한국교육복지연구소는 처음 사업 구상과 기획, 프로포절 단계부터 김명희 선생님과 상의하고 내내 소통하며 지원해와서 오늘 보고회의 공동주최차로 참여했다. 

 

이는 인천학교사회복지사협회가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얻어서 출발한 것이다. 초대 인천지회장인 김명희 선생님이 리더가 되어서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냈다. 그 작고 연약해보이는 모습에서 어쩜 이렇게 알뜰살뜰하고 정다운 일들이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풀려나왔는지 정말 신기하다.

 

그이가 한 일이라 그런지 보고회에 나와서 말하는 이들 모두가 진정성과 헌신을 느끼게 해주었다. 화려하게 목청높여 말하지 않지만 참으로 묵묵히 수고하고 정성들여 애쓰며 탈북가정 아이들, 가족과 또 지역 실무자들과 함께 해온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왼쪽부터 이예니 어울림숲 지역연계팀장, 박경현, 김명희 장도초 학교사회복지사)

 

(전구훈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의 축사)

 

인천 장도초등학교는 전국에서 탈북자가정 자녀들이 가장 많은 학교이다. 최근 해마다 약 15명씩 늘어나서 올해는 63명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바로 이웃한 논현중, 서울 노원구의 용동초, 강서구의 가양초와 경서중 등이 탈북가정 학생 밀집 학교이다.

 

학교사회복지사는 우선 학교 체계에 이 사업의 필요성과 협조의지를 얻어내고, 공간을 구성하고 조직의 일원으로 포함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가정 파악, 신뢰관계 형성, 구체적인 개입 계획 수립을 펼쳐나갔다. 그리고 나아가서 지역사회의 심리언어연구소, 종합사회복지관, 건강가정지원센터, 어린이도서관, 새터민지원센터, 하나센터, 드림스타트센터, 이웃학교 등 다양한 기관들과 손을 잡고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공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나가는 동안에 3년이 흘러갔다.

 

'탈북학생'이라고 지칭된 아이들은 1997년에 제정된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 제2조 1항에 명시되어 있는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자' 중 학생들을 말한다. 보고회 제목에는 '탈북학생'이라고 하고 있지만 사실 탈북가정을 배경으로 하는 아이들은 가족의 구성, 기능, 탈북과정, 생육사 등에서 동일한 그룹으로 묶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거칠게나마 탈북학생들의 특징을 들자면, 언어능력이 부족하고, 예습복습과 같은 학습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데다가 자기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활동에 소극적이어서 학업성취도가 낮다. 그러나 재학기간이 길어지면서 말을 배우면 다른 부분들도 조금씩 개선된다고 한다. 다양한 생육사에서 기인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드러나는 혹은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을 만들고 있고 이것이 신체화증상으로 종종 발현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결석,  조퇴가 많은 편이며 결석률이 일반학생들에 비해 약 3.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방법이 한국사회에 부적절하거나 부족하고 가족 구성원의 변화나 출생배경의 다양성, 가정폭력 등도 아이들에 대한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부모 모두나 부모 중 한 명(주로 어머니)이 북한 사람으로, 중국에서 장기체류하는 과정에서 출생한 아이들의 입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정확하게 말하면 '탈북학생'은 아닌 것이다. 이들의 수는 계속 늘어나서 전체 탈북학생(약 1700명으로 추산)의 약 36%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물론 그들중 초등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엄마는 북한사람이고, 자기는 중국서 태어나 중국말을 하지만 한국에서 살며 한국인이 되어야 하는 매우 혼란스러운 정체성의 위기에 놓여있다. 또한 외모는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거의 못하고 중국어밖에 못 하는 점도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학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학업이나 대인관계 등에서 자신감이 없고 결국 많은 수가 학교에서 부적응하거나 자퇴를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사회복지사들은 아이들을 찾아내서 조심스럽게 다가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서 지원했다. 효과적으로 한국말 배우기,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한 지식과 기술들 배우고 연습하기, 이웃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만나보고 동네 알기, 아이들의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주는 문화체험과 예술활동 등을 펼쳤다. 동시에 늦은 밤을 가리지 않는 가정방문, 가족상담과 부모에 대한 교육, 지역 기관을 통한 가정 지원과 지역 공동체 활동 등을 이끌어냈다.

 

(도림고 학생들과 함께 만든 마을지도-놀이공간 탐방)

 

(아이들의 작품들)

 

(전시작품들을 보다가 기발하기도 하고... 해서 ... -_-;;)

 

오늘 보고회의 백미는 '어울림숲청소년기획단'에 참여한 도림고등학교 학생들의 활동소감 발표였다. 고3의 시기에 탈북가정 아이들과 만나 귀한 시간을 내서 마을지도만들기를 직접 기획하고 답사하고 인터뷰하고 사진찍고 창의적인 지도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탈북가정 아이들은 마을을 알게 되었고 주민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마음좋은 '한국'의 오빠, 형들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행복했던 것은 바로 그 도림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다. 지난 12년의 학창시절중 학교-집-(또는 학원)밖에 모르고 시키는 공부만 해온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가 주체가 되어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조사하고 직접 몸으로 하고 그것이 이런 결과물을 이루게 되는 것을 처음 해보면서 이것이 힘들었다기보다도 오히려 힘든 수시원서 쓰는 고3여름방학을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의 근원이었다는 고백을 듣고 모두가 짠한 감동을 느꼈다.

 

토론회 중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가정 아이들 집단에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제안에 반대한다. 정책을 세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이 더 분명하고 편리할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새로운 집단낙인감을 만들어내고, 이들을 따로 골라내는데 필요한 행정비용과 인력, 에너지를 더 쓰게 될 것이다. 또 현장에서는 학습부진이나 학교부적응, 빈곤학생을 지원하는 다양한 체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차원의 잣대로 아이들을 구분해서 지원함으로써 서비스의 중복이나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장도초등학교는 올해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학교로 지정되어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파견되었고 김명희 선생님의 업무를 지역사회교육전문가에게 인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이는 탈북학생 외에 많은 빈곤,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해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역할이 주이기 때문에 탈북가정 아이들을 위한 섬세한 돌봄, 즉 집중사례관리는 소홀해질 것이 뻔하다. 

오는 11월로 끝나는 이 사업이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오늘 참여자 모두 새로운 숙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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