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사회복지사가 갔다. 수업은 안 한다.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선생님이 아닌 사람.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참 궁금하다. 선생님들은 곁눈질 하며 속으로만 묻는다. "교장샘, 보건샘 빼고 혼자서 독방 차지하고 수업도 안 하면서 하루종일 무얼 하길래 학교에 있나요?"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막상 학교사회복지사, 교육복지사인 나를 설명하려는데 교과서에서, 공문서에서, 아니면 연수 때 배운 현학적인 개념정의는 떠오르지만 막상 쉽게 설명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저소득'이나 '학교부적응'이니 이런 말까지 툭툭 튀어나온다. 허걱..
당신은 누구세요?
1.
교장: 학교사회복지사가 무엇 하는 사람이에요? 안 그래도 학교가 할 일이 많고 오만 사람이 드나들어서 정신이 없는데 무슨 학교사회복지사업까지 하라고 그러는지 원..
학교사회복지사: 학교사회복지는 사회복지의 한 분야인데요 음... 아이들이 잠재력을 발굴하고 음....
교장: (재미없군... 사회복지사면 복지관이나 복지시설에서 일할 것이지 왜 학교에 들어와?)
학교사회복지사: (땀 삐질, 호흡곤란...)
2.
아이들: 아줌마 누구세요? 누구네 엄마에요?
학교사회복지사: 음... 나는... 음.. 니네들하고 상담도 하고 프로그램도 하고...
아이들: 아, 저 선생님 사탕 주는 선생님이야...
학교사회복지사: (이거 아닌데... )
3.
아이들: 선생님은 무슨 과목이에요?
학교사회복지사: 음. 난 수업은 안 해.
아이들: 네? 그럼 하루종일 뭐해요?
학교사회복지사: 너희들이 학교생활을 잘 하고 다양한 교육복지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에고.. 꼬인다... )
4.
학부모: 여보세요?
학교사회복지사: 000네 집이죠? 어머니세요? 안녕하세요?
학부모: 누구세요?
학교사회복지사: 네, 저는 000학교에서 일하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인데요.
학부모: 네? 무슨사회요? 적사회요?
학교사회복지사: 아, 그러니까, 아이들한테 다양한 교육복지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연계해주고...
학부모: (뭐야? ...무슨 서비스? 아이들 미끼로 장사하는 사람인가보다) 툭!
학교사회복지사: (으윽... )
자기를 설명하는 것은 곧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이다. 그동안 학교 내 사회복지사,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에 대하여 수없이 듣고, 읽어왔지만 나만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적절하게 몇 가지로 변주(variation)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성동교육청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과 롤플레이로 실습해보았다.)
<히트 롤플레이>
교장: 교육복지가 뭡니까? 아주 간단하게 말해보세요.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표시하면서)
사회복지사(지역사회교육전문가 지원자): 아주 간단하게요? (손가락으로 똑같이 따라하면서)
교장: 끄덕끄덕.
사회복지사: 교육과 복지가 같이 가는 거요.
교장: (오호!)
(대박!)
혹시 가능하다면 요렇게 더 해볼 수 있으려나?
사회복지사: 아주 쪼~금만 더 자세히 말씀드릴까요?
교장: 해봐요. 짧게.
사회복지사: 모든 학생들이 공부 잘 하고 학교생활 잘 하길 바라지만 여러가지 개인적 이유나 가정형편상의 이유로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잖습니까? 대개는 가난하거나 부모님이 안 계신 아이들이죠. (교장: 그렇지.) 이런 아이들에게 왜 못하냐, 안 하냐고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심리정서적, 문화적, 복지, 보건, 학습적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방과후까지 살피고 지원해주어서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고 공부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 가정, 지역사회 기관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협력합니다. (음.. 그렇단 말이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선진국에서 시행해왔고 우리나라도 2000년 전후부터 정부나 민간차원에서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다양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옳거니!)
그렇다면 이런 상황엔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4.
언론사 기자: 학교사회복지사/지역사회교육전문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입니까?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