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강점을 찾아라

샘연구소 2011. 9. 22. 22:49

SWOT 분석은 상황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간단하고도 유용한 분석틀이다.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 종종 활용하는데 학생 개인이나 학교를 평가할 때에도 쓸모가 있을 것 같다.

 

만약 SWOT 분석을 개인에게 적용한다면 강점, 약점은 개인 차원에서의 평가, 기회와 위협은 환경 차원에서의 평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한 번은 어떤 외지고 가난한 동네의 학교를 방문했다.

교장, 교감, 그리고 몇몇 선생님들을 만나서 학교 여건이 어떤지, 학생들이 어떤지 살피고자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그런데 내가 '사회복지사'여서 그랬을까? 한 분을 빼고는 모든 분들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아이들의 문제점, 가족의 문제점, 지역의 열악성을 강조하셨다.

 

아이들은 대개가 공부에 흥미가 없고, 기초학력이 부진해서 가르쳐도 잘 이해를 못 하고, 집중도 못 하고, 거칠고 교사의 지도가 먹혀들어가질 않으며, 가정형편이 열악해서 집에서 지원해주지도 못 하고, 부모들은 대개가 불화하고 이혼하고 재혼하고 별거, 동거가정도 있고 난잡하고 혼란스러우며, 조손가정도 많고, 아이들도 부모들도 거짓말과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는 들으면서 정말 답답하고 우울해졌다.  

이렇게 암담하다면 이 선생님들은 어떤 기분으로 교사를 하시나? 이렇게 가능성이 없고 모조리 문제 투성이라면 가르침과 배움이 가능할까? 교육이 가능할까? 그런데 왜 사표를 내지 않고 월급을 받고 계실까? 그만 두시지...

 

기회가 되어서 SWOT 틀을 보여드리면서 지금까지 내가 들은 것은 아이들의 약점과 지역의 위협들(위험요소)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교육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그래서 아이들의 강점, 지역의 기회들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교사가 아이들에게서 강점을 하나라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어디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가족과 학교에서, 지역에서 강점과 기회들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지역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많은 아이들에게서 상처투성이이지만 생존 그 자체, 학교에 나오는 것이 큰 '강점'임을 발견했다. 지역에 학교에 존재하는 것, 교사와 학생이 모이는 것 자체가 큰 '기회'가 되는 것을 보았다.  

 

교사를 비롯하여 상담가, 학교사회복지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과 함께 강점을 찾는 탐험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모래사장이나 강바닥에서 유리구슬을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아이들이 안내할 것이고 때로는 깜깜한 밤바다처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첫째로는 나의 고집과 나만의 지식, 편견, 언어들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씌워진 굴레를 벗겨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삶과 사고를 다른 언어로 표현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친구는 사춘기 시절 부모님이 불화하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가출하여 그룹홈에서 성장했다. 외로움과 고통 때문에 정신적 질환을 겪기도 했고 타인들에게 폭력적이고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룹홈에서의 새로운 가정생활과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차츰 내면과 행동이 정돈되어갔다.

그리고 20세가 되어서 이제 거리의 청소년들을 만나러 나간다. 그녀는 그 어떤 선생님이나 상담가보다도 외롭고 힘든 아이들을 잘도 발견한다. 다가가서 이야기도 잘 한다. 많이 배우고 공부한 "00사"들보다 그런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소통한다. 그녀에게 어린 시절의 상처는 '약점'보다는 '강점'이 되었다.

 

어떤 학생은 중학생시절 방황이 심했다. 일주일이 멀다고 학생부에 붙잡혀가서 반성문을 쓰는 일이 생겼다. 그런데 학생부장 선생님이 국어선생님이셨다. 반성문에서 틀린 표현들을 '빨간펜'으로 바로잡아 주시면서 거듭 거듭 깔끔한 문장으로 다시 쓰기를 시키셨다. 아이는 선생님이 죽어라고 미웠다.

그런데 언젠가는 "야, 이놈 봐라... 제법인 걸! 글재주가 있으니 이담에 소설가가 되어도 되겠다!"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그 학생은 이후 글을 쓸 때마다 자기를 더 세심히 관찰하고 더 정성들여 쓰게 되었고 마침내 기자가 되었다. 위기가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강점'의 목록이 '약점'보다 많이 보이고, 약점이 강점으로 변하며,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에서의 '위험요소'보다 '기회와 자원'의 목록이 더 풍요롭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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