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한윤영, 최대헙, 김정근 공저, 웅진지식하우스)
대부분의 책소개 코너에서 이 책을 청년실업 문제를 다룬 책으로 소개하고 있다. 청년 노동과 관련해서는 늘 그렇고 그런, "희망을 가져라, 인내해라, 꿈은 이루어진다, 노력해라"식의 자기계발서나 고리타분한 조언류가 한 부류를 차지한다. 불확실한 청년들에게는 위로가 되는지 꾸준히 팔린다.
또 한 부류는 청년실업의 구조적 원인과 양상을 짚어서 고발하고 비판하며 이에 대한 각성과 행동을 요청하는 류의 책들이다. 이 책들은 잘 안 팔린다. 하지만 예외로 박권일, 우석훈 공저인 <88만원 세대>는 밀리언 셀러를 기록했다.
이 책은 <88만원 세대>와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 저)에 이은 후자의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단순히 청년실업 문제에 관한 책으로 한하지 않겠다. '좋아서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책이라고 본다.
요즘 사회는 점점 더 청년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부추기고 여기에 더하여 '열정'을 요구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좀 급여가 적거나 근무조건이 열악하더라고 즐겁게 힘을 쏟으라'는 것이다. 청년들은 면접관인 경영자나 오디션 심사자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자기 자신과 분열된 또 하나의 자기의 기준을 따라 살게 되었다.
저자들은 프로게이며, 연예인 지망생, 영화와 문화사업, IT업계의 '개발자'들, 언론고시 지망생, 네일아트, 제빵사, 소믈리에 등 서비스 직종 사람들, 다단계와 소액창업자, 시민단체와 정당, 노조 상근자들을 직접 인터뷰와 함께 신랄하게 보여준다.
좋아서 하는 '열정'을 자랑하는 삶의 이면에는 고생만 죽어라 하고 돈도 못 벌고 몸 버리고 관계 깨지고 실업자 되거나 빚지기까지 하면서 초라하게 늙어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을 우리나라 사회의 변천과정 속에서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그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 아이들은 꿈을 꾸고 노력만 하면 이룰 수 있나? 만약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자기가 '새벽형 인간'이 아니고, '아프'면서라도 노력하지 않은 게으른 개인의 탓인가?
아이들에게 진로탐색으로 무엇을 어떻게 추천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 책과 함께 <4천원 인생(안수찬 외, 한겨레출판)>과 <한국의 워킹푸어(프레시안 특별취재팀, 책보세)>도 함께 읽을만 하다. 이 책들은 빈곤층의 삶을 르뽀형식으로 고발하는 책들이다. 부제들이 잘 보여준다. 앞의 책은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뒤의 책은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네 만드는가? - 빈곤 대물림의 시대, 국민은 울고 있다.'이다. 이 책을 읽으면 학교에서 서비스를 기획하고 전달할 때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과 하루 일과, 관계들을 좀더 잘 이해하고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좋아서 열심히 일하지만 150만원 조금 넘게 받는 비정규 계약직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의 현재와 미래도 생각한다. 나 역시 초창기에 후배들에게 적은 보수쯤은 견디라고, 의미있는 일이니 가난한 학생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위로하면서 견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참으로 죄송하다.
그럼 가난한 이들이 살아갈 힘은 어디에서 올까?
<열정은...>에서 저자는 결국 새로운 '열정'을 호소하며 글을 닫는다.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반복'이다. 그러나 그것은 관성적이고 습관적인 반복이 아닌, 사태를 직시하고 모든 곤경을 끌어안는 그런 반복이다. 그런 반복 속에서 우리의 역사는 다시 진행될 것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사랑과 열정을 그대에게!
※부록인 "한국의 열정 노동자 현황(고용노동부)" 목록에는 안타깝게도 학교사회복지사도 사회복지사도 지역사회교육전문가도 나오지 않았다. ...
'책과 영화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 (0) | 2011.10.18 |
---|---|
회복적 학생생활지도 (0) | 2011.10.08 |
불행, 건강에 대하여 (0) | 2011.09.18 |
중학생 톡톡톡 (0) | 2011.09.14 |
부모혁명 스크림프리 (0) | 2011.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