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적 학생생활지도

 

(학교현장을 위한) 회복적 학생생활지도

- 어떻게 학생들에게 책임감과 상호존중을 가르칠 수 있을까?

로레인 수투츠만 암스투츠, 쥬디 H. 뮬렛 공저, 이재영, 정용진 옮김, KAP

 

이 책을 포함하여 KAP(Korea Anabaptist Press) <정의와 평화 실천 시리즈>는 정의와 공의, 평화라는 개념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실현되게 하려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가정, 학교, 직장, 단체, 교회 등 사람이 속한 모든 단위의 공동체에서 매일 갈등이 발생한다. 정의와 평화는 바로 그 갈등의 지점에서 세워지는 것이며, 막연한 바람과 내면의 평화가 아니라 구체적인 개념과 방법, 실질적인 노력을 통해 이룰 수 있다. 일례로 현재 사법계에는 ‘회복적 정의(사법)’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소개돼 범죄에 대한 처벌과 응보식 대응의 한계를 뛰어넘어 관게의 회복과 치유, 문제의 직면과 책임이라는 보다 온전한 형태의 ‘정의’를 세우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KAP는 이 시리즈를 통해 사람들이 더 이상 정의와 평화를 관념과 내면의 것으로 오독하거나 오용하지 않고 삶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교사 외에도 교육복지사업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나 교육복지사, 위클래스의 상담교사, 학교사회복지사는 누구나 학교에서 늘상 학생들의 문제행동과 복잡한 갈등들을 접한다. 특히 학생들의 규칙위반이나 다툼, 비행 등이 발생했을 때, 우리는 자동적으로 '이건 규칙 위반이다→무슨 규칙을 범했나?→괘씸하다→벌을 줘야 한다→무슨 벌을 얼마나 주어야 하나?' 로 생각이 이어진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생 생활지도는 이런 패턴으로 실행되고 있다.

 학교들은 ‘학생생활규정’이란 지침에 따라서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한 학생을(사실은 다 그렇지는 않고 교사의 눈에 띈, 교사나 다른 학생들을 심히 불쾌하고 불편하게 했거나 피해를 끼친 사건만... 규칙에 어긋난 행동을 할 때마다 아이들을 다 징계하려면 아마 학교는 교육을 못 할 것이다.) 벌 주는데 더 심한 학생폭력 문제의 처벌을 위해서는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처벌과정과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적지 않게 아이들이 징계를 받아도 또 비슷한 일 또는 다른 사건으로 징계를 받게 되는 일을 본다. 과연 처벌은 효과적인가? 아니, 교육적인가? 학교가 교육의 장이며, 아이들이 성장발달과정에서 교육을 받아 올바른 생각과 행동습관, 태도 등을 익히라고 학교교육을 하는 거라면 징계와 처벌은 과연 온당한 것인가? 하는 질문을 수없이 하게 된다.

 

나는 중학생들에게 익명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었다.

1) 과거 규칙위반이나 잘못된 행동, 폭력 등의 문제로 교사에게 지도를 받아본 적이 있나요?   2) 어떤 지도를 받아보았는지 모두 체크하세요. ① 훈계 ② 반성문 ③ 빽빽이, 학교청소와 같은 처벌 ④ 오리걸음, 손들고 서있기, 매 맞기 등의 체벌 ⑤ 외부 기관 봉사활동 ⑥ 부모님 소환 ⑦ 대안학교 교육받기 ⑧ 기타 3) 처벌을 받았을 때 진심으로 잘못을 깨닫고 반성을 한 적이 있나요? 어떤 지도를 받았을 때 그랬나요?   4) 처벌을 받았을 때 또는 받고 나서 어떤 생각과 기분이 들었나요?   5) 앞으로 교사들에게 어떻게 지도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나요?

 

놀랍게도 대다수의 학생들은 처벌을 받으면서 자기가 무엇을 왜 잘못했다는 것인지 수긍하지 못한 채로 “잘못 했습니다”,“죄송합니다”를 말했고 벌을 받았다고 했다.

더 중요한 것은 특히 청소나 체벌 등의 조치를 당한 이후 억울함과 분노가 치밀어서 내가 피해를 입혔던 학생과 처벌한 교사를 때려 죽이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 번 징계를 받은 아이들은 종종 '단골고객'이 되곤 한다.

과연 이런 방식의 학생생활지도를 왜 우리는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징계와 같은 생활지도의 절차에는 철저하게 당사자들이 배제된 채 교사들이 회의하고 결정한다. 사실 사법체계라는 것이 그렇다. 민형사에서도 피해자가 소송을 하면 그 다음부터는 국가나 사회가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을 내릴지 결정한다. 때로는 피해자의 의견과 정 반대되는 처벌이 시행되기도 한다. 이것은 과연 ‘정의로운’가?

 

나는 사회복지실천을 배우면서 차별없이 모든 개인의 존엄성 ‘존중’과 사회적 ‘평등’ 또는 ‘공평’이 양대 가치임을 배웠다. 이는 내 신앙고백에 의한 삶의 가치관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 있으면서 되도록 아이들을 편견없이 바라보고, 행동에는 다 길고 복잡한 스토리가 깔려있을 것이며, 아이들을 존중하고 정직하게 대할 때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회복적 학생 생활지도는 이러한 맥락과 일치하면서 더 깊고 확실한 행동지침을 보여주었다.

 

회복적 사법이나 회복적 생활지도에서는 Responsibility, Respect, Restoration의 3 R's를 중시한다. 즉, 결자해지, 갈등이나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스스로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 서로서로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 그리고 피해와 깨진 관계,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응보적인 처벌에 기대기보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관련된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서 문제를 내어놓고 솔직하게 분노와 슬픔을 표현하며 중재자는 서로가 사과하고 용서하도록 하고 마침내 모두가 공동체로 결속되도록 안내한다.

징계를 받을 아이들도 결국은 학교와 가정, 우리 사회가 품어야 할 아이들이라면 이러한 공동체의 회복을 지향하는 접근법, 신뢰와 기대가 깨진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정말로 정의로운 생활지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회복적 사법’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2000년대 이후이고 본격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사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책인 <회복적 정의란 무엇인가?(하워드 제어 저)>가 출판된 것이 바로 지난 해인 2010년이다. 그런데 실제로 외국에서도 ‘회복적 정의’를 실천하는 시도가 처음에는 사법분야에서 시도되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적용하고 있지만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는 현장은 학교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 <회복적 학생생활지도>란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었다.

 

교사와 위클래스나 위센터 실무자,  교육복지나 학교사회복지 실무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KAC에서 진행되는 워크샵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