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화

중학생 톡톡톡

샘연구소 2011. 9. 14. 00:00

<중학생 톡톡톡> - 우리들의 솔직, 담백, 유쾌한 이야기

(유현승 기획, 엮음/뜨인돌 출판사/2011)

 

 

이책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2010년 '청소년 저작 발굴 및 출판 지원사업' 당선작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울의 일신여자중학교 국어교사로 재직하면서 2학년 여학생들과 함께 일종의 독서치료 방법을 적용한 독서나눔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들이 쓴 글들을 엮어서 책으로 냈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중학교 여학생들의 생각과 느낌, 생활들을 엿볼 수 있고 그들을 만나는 교사나 상담사, 사회복지사들이 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설 <합★체>가 중학교 남학생들의 세상을 엿보게 하는 것과 쌍벽을 이룬다고나 할까?

 

나아가서 유현승 선생님의 시도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그이는 머릿말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계기를 이렇게 썼다. 2005년 몇몇 학생들의 글쓰기 실력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을 보고 놀라 3명의 아이들과 독서나눔을 시작했는데 그것으로 정서적 안정을 찾고 글쓰기 실력도 늘어난 것을 확인하면서 차츰 확대하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제대로 배우려고 대학원에서 독서지도학을 공부하기까지 한다.

 

처음 유현승 선생님이 시도한 것을 이런 것들이었다.  

- 아이들이 풀어내지 못한 상처가 있다면, 읽고 쓰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털어놓기

- 아이들이 자랑하고 싶거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읽고 쓰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털어놓기

- 아이들이 나누고 싶은 고민이나 걱정이 있다면, 읽고 쓰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털어놓기

 

그러나 아이들을 읽게 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더더욱이 쓰고, 나누고, 털어놓게 하는 과정을 거저 되지 않는다. 그것이 '독서치료' 지도자인 전문가의 역할이다. 책을 매개로 하여 '동일시, 카타르시스, 통찰'의 과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쓰기'의 과정이 중요한데 이를 위하여 아이들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가(지도자)의 '치료적 질문(문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영화 '프레셔스'에서 주인공이 대안학교에서 지도교사로부터 글쓰기를 강요받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랬구나... 영화는 그런 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아이들은 집단 속에서 또래와의 적극적 공감의 교류가 일어나고 이로서 상생과 위로의 공동체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아가 교사 자신이 변화하였다고 고백한다.

 

아이들의 글은 외모, 성적, 부모님의 불화, 컴퓨터 게임 등등 사소한 일상의 소재들을 가지고 부끄러운 이야기도 내비치고, 짖꿎은 모습도 내보인다. 마음이 짠할 때도 있지만 당찬 모습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부모님과 몇 명의 친구들은 나를 보고 '귀엽다'거나 '예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위로의 뜻을 포함한다는 걸 알고 난 후부터 얼굴에 대한 포기가 시작되었다. '뭐, 어쩔 수 없지'라고 말이다. ... 하지만 뭐, 어떠하리. 세상에 예쁜 사람들밖에 없다면 안 생긴 나의 희소가치가 증가할 테니. 결국 나에게는 이득이 될 거다. 그런 의미에서 감히 이꼴로 인생을 살겠다고 덤비는 것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용기 있는 도전이 아닐까 싶다. - 27-28쪽

 

내가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부모님께서 심하게 싸우신 적이 있다. 그때 난 숙제를 하는 중이었고, 언니는 피아노 학원에 가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말다툼을 하시는 것 같아서 ‘곧 끝나겠지’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나더니 엄마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는 너무 어렸을 때라, 그냥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엄마 아빠가 이혼하시면 어쩌지’ 두렵고 불안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잠시 후 아빠가 나가시고 언니가 학원에서 돌아왔다. 나는 그제야 언니와 함께 엄마한테 가 보았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얼마나 무서웠는지는 아직도 생생히 느껴진다. - 90쪽

 

나는 공부 문제로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사람한테 차별을 받았다. 바로 우리 엄마다. 엄마께서는 공부로 사람을 차별을 안 하는 듯하지만 성적표가 나왔을 때나 어쩌다 대화를 하다 보면 심하게 차별을 하신다. 그럴 때면 진짜 집을 나가고 싶다.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엄마는 그런 건 하나도 몰라주고 늘 차별하기 바쁘다. 오빠는 원래 머리가 타고났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오빠보다 더 노력을 하는데 엄마는 왜 늘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지 모르겠다. 정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그런 상처를 받으면 한동안은 말도 하기 싫다. 진짜 그럴 때면 눈 마주치는 것조차 꺼리게 된다. 나는 제발 우리 엄마뿐 아니라 우리나라 어른들 모두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 180쪽

원래 목적인 읽는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책을 사용한 적이 많다. 짜증 나는 일이 생겼을 때나 싫어하는 사람이 앞에서 깝죽거릴 때 벽이나 그 사람을 향해 책을 던진 적이 있다. 냄비 받침, 벌레 죽이기 등도 많이 했다. 그중 가장 많이 한 행동은 책을 베고 잠을 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잠이 잘 오기에, 책을 베고 자면 어떨까 해서 베고 자 봤더니 베개처럼 편하고 잠도 잘 왔다. -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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