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예산이 준다

샘연구소 2011. 10. 8. 00:42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을 하는 학교별 사업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이 사업이 법제화되면서 특교예산에서 일반예산으로 편성되고 지자체마다 사업학교를 늘리다보니 더 잘게 쪼개야 해서 이래저래 학교별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이다.

 

예산이 줄어드는 것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워낙 덩치가 큰 예산 때문에 집행하기도 힘들었지만, 방과후사업, 돌봄교실, 위클래스, 다문화학생 지원 등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내 프로그램들과 유사한 사업들이 점점 더 다양하게 따로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은 군살 빼기가 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교육복지 프로그램들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보아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엔 좋은 점과 우려되는 점이 있다.

좋은 점은 학교 안에 중복되는 사업이 정리될 수 있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도 가야하고 또 남아서 교육복지사업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참여하느라고 지칠 수 있는데 그런 예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학습부진아 사업이나 위클래스의 상담과도 중복되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도 좀 숨을 돌릴 것이고 교사들과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대상학생 분류하느라 진땀 빼는 일도 좀 수월해질 것이다.

 

우려되는 점이자 동시에 앞으로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전문적 역할'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이것이다.

 

지금까지는 한 부서에서, 그리고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전체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크게 보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각각 뿔뿔이 흩어지면 누군가 한 아이를 중심으로 그 아이의 능력과 적성, 여건에 알맞은 프로그램과 서비스들을 선택할 수 있게 돕고 일관성 있게 기획해서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례관리이고 지역사회교육전문가의 역할이다.

또한 여전히 가정연계활동과 지역사회 자원 네트워킹 활동은 더욱 빛날 것으로 생각된다.

 

어쩌면 중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오래 남지 않아도 되는 걸 반길지 모르겠다. 다만 청소년들이 학교가 아닌 마을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에 일어나도록 여성가족부(청소년 활동 소관부서이다)와 지자체에서 지원을 하고 지역 활동가들의 창의적이고 교육적인 활약이 필요하다. 

 

이제 초창기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 막연한 서비스의 나열, 백화점식 프로그램 사업처럼 보일 수 있었던 한계를 벗어나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서 아이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춘 '개별화'되고 '전문적'인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은 사회복지, 상담, 교육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아이와 환경체계를 평가하고 올바른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 관리할 수 있는 진정한 '사례관리자'로서의 역량이 더 많이 요구될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주로 서비스를 구매해서 제공했고, 간접적인 개입자였다면 이제부터는 직접서비스의 전달자로서 상담능력, 집단프로그램 기획과 실천 및 평가능력 등의 실천적 역량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특히

 

사례관리는 참으로 사회복지 실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통합적 능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제대로 된 사례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게 걸친 많은 지식과 정보, 통합적 판단능력, 기획력, 자원동원 능력, 변화추동 능력, 의사소통과 설득력, 자기 평가능력과 성찰적 능력이 필요하다. 거기에 실패경험을 포함한 다양한 경험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사례관리는 유사한 처지의  '빈곤아동'이나 '한부모가정'아동이라도 내용과 방법에서 다 다를 수 있다. 게다가 같은 아동이라도 어떤 사례관리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상호적인 것이다. 그래서 사례관리는 하나하나가 마치 예술작품처럼 개별화된다.  

사례관리에 대한 수퍼비전이 매뉴얼로 다 커버할 수 없는 것은 이처럼 '예술'에 가까운 개별성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례관리의 가치와 원칙을 세우는 일이라고 본다. 아이는 식물인간이 아니다. 로보트도 아니다.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존중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게 안내하는 태도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로 "나는 너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정직하고 겸손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 또한 아이가 선택한 서비스와 프로그램을 소비하고 스스로 변화 플랜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주변 여건들을 보다 안전하고 정의롭게 그리고 공동체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노력이 진정한 사례관리자의 역할이라고 본다.

 

변화하는 정책환경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을 보며 늘 배운다. 일상의 변화가 학교와 마을을 바꾸는 작은 혁명이 될 수도 있다.  

 

 

 

단풍이 들어가는 숲을 달리는 차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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