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배움이 일어나려면

샘연구소 2011. 10. 8. 12:29

교육복지사업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참여기회를 주고 있지만 막상 어떤 아이들은 좀체로 진정한 '배움'과 내면의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킬까? 진정한 배움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학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사회복지 세팅이 아닌 학교라는 2차 세팅에 들어가서 적응하랴 배우랴 일하랴 3중고를 겪으며 지내고 있다. 해도해도 모르는 것이 많고 배워도 배워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연수에서도 배우지만 실무에서 실수를 하면서도 배우고, 남이 하는 것을 보고도 배우고, 아이들과 만나면서 많이 배운다. 배움의 내용도 종류도 방법도 그 결과도 다양하다.

 

배움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스캇 펙은 <그리고 저 너머에(열음사)>에서 배움에서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는 세 가지 요소로 태도, 기질, 가치를 들었다.(p175-181)

 

태도는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성격이거나 일반적인 접근방법이다. 사람에 따라 부정적인 경향을 보이는 영역에 대해서 보다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영역에서 더 좋은 학습효과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두려워하면 할수록 - 항상 자신을 방어하거나 보호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면 - 어떤 특정 주제나 경험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배울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적어진다는 것이다.

얼마전 EBS에서 아이들에게 '칭찬의 힘'이란 실험을 다큐로 방영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우리 00 최고야! 짱이야! 너 참 똑똑하구나! 머리가 좋은 것 같아! 너 IQ가 높지?"같은 칭찬을 들은 후 그런 칭찬을 듣지 못하게 될까봐, 그보다 낮은 평가를 받을까봐 두려워서 더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어떤 기회나 도전 앞에서 실수에 대한 격려나 재도전의 가능성보다도 꾸중과 좌절, 탈락을 더 두려워한다면 당연히 나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기질은 생물학적으로 성격을 지칭하는 말로 유전자 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가족을 비롯하여 아이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 교사들은 그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에 대해 상당히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할 수 있다. 논란의 여지는 기질이 태어나면서 고정되어버리는가 아니면 어느 정도의 나이에 이르러서 고정되는가의 문제이다.

흔히 아이들에게 성격유형검사인 MMTIC 검사를 하거나 RIASEC 같은 진로적성검사를 하고 그에 따라 학습방법이나 의사소통유형, 진로탐색에 관한 조언을 해주곤 하는데 이런 것들은 바로 기질이론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 말했듯이 과연 기질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성격이나 적성 유형을(비록 MMTIC 같은 검사에서 U 밴드가 있다고 하여도) 규정하는 것은 위험소지가 있다.

성인이라면 어느 정도 자기의 기질이 확정되었으므로 자기 기질에 적합한 학습방식을 선택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다. 나처럼 관심분야가 폭넓고 주의산만한 사람은 집중시간을 짧게 하는 대신 몰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선택하고 대신 움직이면서도 짧고 깊게 사색하고 그때그때 글로 쓰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치란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인생에서 우리의 선택과 인식방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우리는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울 수 없다. 그래서 가장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근거를 두고 끊임없이 선택을 하며 배워간다.

스캇 펙은 배움에 있어서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무엇을 먼저 공부할지, 또는 무엇을 공부하지 않을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처럼 인터넷과 읽을 거리가 넘치는 세상에서 이 말은 꼭 새겨둘 말이다. 나의 가치와 부합되는 일을 찾아서 우선 배우고 행하며, 좀 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미루는 일은 배움뿐 아니라 모든 일상사에서 일관될 수 있는 원칙이다.

 

 

 

그래도 궁금즘은 남아있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를 넘어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모든 일, 모든 사람, 모든 경험에서 배우며 스스로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배움의 욕구가 없다. 어떻게 하면 끊임없이 배우고 자기를 계발하도록 자발인 욕구기제를 내면에 발동시킬 수 있을까?

 

최근 매슬로우 학파에서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존중의 욕구 위에, 자아실현의욕구 아래에 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끼워넣었다.

 

어린 시절 낮은 단계의 욕구가 계속 결핍된 채 자란다면 어느 일정 나이 다음에는 존중의 욕구나 지적 욕구, 심미적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는 발현될 수 없는 것일까?  

교육복지사업을 기획할 때 어떤 프로그램으로, 어떤 접근방식으로 아이들을 만나야 아이들 내면에 '지적 욕구'란 발전소를 가동시켜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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