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동네 한 바퀴

샘연구소 2011. 10. 9. 14:13

전남 순천시의회 김석 의원은 <시사IN> 기고글에서 "'동네 한 바퀴'를 하면 풀뿌리 현장인 골목에서 주민을 만나기 때문에 동네의 특성과 문제를 공유하고, 민원을 미리 챙길 수 있다"고 썼다.

 

엄청난 예산자료 분석, 업무보고서 검토, 시정 질의서 작성 등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뱃살도 함께 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자발적으로 주민을 만나고 토론하던 시간은 줄어들고, 일일 행사계획에 따라 얼굴만 내미는 시간과 형식적인 만남이 늘었다. 의회 첫 등원 때 한 선배의원이 "당선되면 행사 쫓아다니느라 주민 만나기가 어려워질 것이네. 의회활동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동네 사람들은 자네 얼굴 보기 힘들다고 서운해할 것이여"라고 했던 말을 실감한다.

(중략)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주민들만 아는 추억의 장소, 멋진 자연환경, 문화, 사람, 맛집 등 동네 보물을 찾아나선다. 이를테면 동네 보물찾기다. 찾은 보물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현장에서 주민들과 토론하면서 차곡차곡 기록해둔다. (시사IN, 2011. 11. 8. 제212호 p25)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지역사회교육전문가나 학교사회복지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일에 치이다보면 복지실과 교무실, 행정실, 교장실, 또는 교육청을 주로 오갈 뿐 정작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교실풍경, 방과후에 지내는 동네의 모습은 점점 멀어지곤 한다. 아이들과 '마을지도 만들기'하는 프로그램들도 하지만 정작 마을은 '변화나 개입의 대상'이거나 가정방문 때에나 살필 뿐 평소에는 내 삶과 너무 동떨어져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한겨레21 자료사진)

 

 

바쁘더라도 시간을 내서 수업시간, 쉬는시간, 점심시간 교실풍경을 돌아보자.

 

자동차로 출퇴근한다면 하루 쯤 자동차를 세워두고 아이들 손에 이끌려서 동네 떡볶이집도 가보고 놀이터에서 상담도 해보자. 늘 다니던 출퇴근길이 아닌 둘러가는 길이라도 우리 학교 아이들이 다니는 골목길을 따라 걸어보자.

 

그러고보니 예전 생각이 난다.

학교사회복지사가 되어 쉬는 시간에 종종 교실을 '탐방'했다. 한번은 어느 교실에 갔는데 담임선생님이 "왜 우리 교실에 와 있어요?"라며 싫은 표정을 하셔서 위축되어 일단 교실을 떠난 적도 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복지실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쉬는 시간, 어떤 아이들은 뒤편에서 몸씨름을 하기도 하는데 늘 깔려있는 놈이 같은 학생일 때가 있다. 관심대상이다. 다른 아이들은 다들 삼삼오오 몰려서 종알대는데 혼자 엎드려 있거나 창밖만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는 녀석도 있다. 이 녀석도 궁금하다.

 

어떤 녀석은 상담대상이었는데 쉬는 시간에도 늘 혼자, 밥 먹을 때도 벽을 보고 혼자 앉아서 먹는 녀석이 있었다. 나는 교실에 들어가 다른 학생들에게 "000 이 반이니?" 라고 묻기도 하고 "너희들 000 알아? 공부시간에 열심히 하니?"라고 일부러 물어서 아이들이 그 녀석의 '존재'를 좀 알아달라고 작업을 하기도 했다.

 

화장실도 가보았다. 장난꾸러기들은 문 시건장치가 고장난(학교에 따라서 종종 있다. 짖꿎은 녀석들...^_^;;) 문을 훌러덩 열어젖치고 냅다 도망가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요샌 학교 화장실에 모여서서 담배 피우는 녀석들이 없겠지? 넘치는 쓰레기통을 비우면서 들어있는 흔적들을 살피기도 했다.

 

숨어서 피우느라 허구헌 날 변기통이 막히는 학교에서 근무해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애연가 녀석들을 불러서 이왕이면 예쁘고 깨끗한 데서 쉬라고(헐...) 화장실 청소하고 예쁘게 꾸미기 작업을 하기도 했다. 훨씬 나았다. 나는 일부러 교직원 화장실을 가지 않고 여학생 화장실을 다녔다. 저녁에 퇴근하면서 켜져있던 불을 끈 적도 많다.

 

오래 전 어느 중학교에서 새벽에 일찍 나온 여학생이 화장실에서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또 맹랑한 녀석들이 겨울날 빈 교실에서 불을 쬔다고 라이터를 켰다가 불을 낸 적도 있고 여학생들이 소주를 들고 와서 이른 아침 빈 교실에 모여 그걸 나눠마시고 살짝 취해서 수업에 들어갔다가 들켜서 혼난 일도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일찍 나온 날이나 아주 늦게 퇴근하는 날은 교실 안을 들여다보면서 학교 안을 다 돌아보고 화장실도 칸칸이 들여다보기도 했다. 겨울 퇴근시간엔 일찍 해가 져서 혼자 돌아보기 무섭다. -_-;;

 

 

 

 

계단이 끝나는 지붕 밑 공간도 종종 숨어서 묘한 짓 하기 좋은 공간이다. 가끔 가본다. 섞여서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후다닥 일어서는 녀석들을 보기도 하고 졸지에 흩어져 달아나는 남녀학생을 보기도 했다. 어느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화장실 근처 천장의 판넬을 들고 그 안에 담배를 감춰놓은 것을 발견한 적도 있다. 고녀석들... 내 코가 개코란다... ㅎㅎ 

 

운동장이나 주차장의 후미진 곳도 가끔 가본다. 담배꽁초가 보일 때도 있다. 누가 피웠을까? 지붕 밑에 설치된 CCTV를 바라보며 지금 내가 녹화되고 있을까? 누군가 이 장면을 보게 될 날이 과연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아이들과 가정방문 가는 것이 아니라 나 혼자서 골목길을 걸어보기도 한다. 한 집건너 있는 만(卍)자 깃발이 붉거나 희게 달려있는 점집들이 간간이 있다. 가난한 동네의 특징이다. 게다가 요샌 골목 안에도 조명이 어두운 작은 찻집 또는 술집들이 있다. 보기만 해도 뭔가 음침한 일이 일어나는 곳처럼 보인다. 온돌에 이불을 덮고 앉아있는 주인아줌마가 계신 구멍가게.

 

한 번은 XX놀이터에서 우리학교 아이들과 다른 학교 아이들 사이에 패싸움이 났다고 연락이 왔다. 난 거기가 어딘가? 하고 있는데 생활지도부장은 금세 운동화를 갈아신고 뛰쳐나갔다. 나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창피했다. 그 이후로 그저 복지관이나 연계기관이나 다니고, 몇몇 가정 방문 때나 다녔던 동네를 제대로 답사하기로 하고 나섰다. 

 

대문만 열어도 앞집이 바로 코앞처럼 가깝지만 소리치고 달려도 아무도 내다보지 않을 것 같은 꼬불꼬불한 골목길. 또는 가도가도 그집이 그집같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000네 집이 이 근처였던가? 다음 골목이었던가? 이름을 소리쳐 부르면 나올까? 아이들은 이 길에서 친구를 만나 학교에 오고 엄마를 만나 집으로 가겠구나.

 

그러다가 재래식 시장이나 가게들이 좀 모인 곳, 좌판을 벌인 할머니에게서 야채 몇 가지를 사들고 오기도 한다. 야채들은 할머니만큼이나 부실하고 쪼골쪼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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