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호 <좋은교사>지에 좋은교사 임원진들이 지난 겨울 덴마크와 핀란드 교육현장을 돌아보고 와서 올린 보고서 형태의 글들이 실렸다.
다음은 김병찬 교수(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교육행정을 전공했다. 중학교 교사로 10년 정도 근무했고 지금은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2010년 8월부터 헬싱키대학에서 교환교수로 머물면서 핀란드 교육과 한국교육 비교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가 <좋은교사>운동의 북유럽 교육 탐방단에게 2010년 1월 10일에 했던 강의를 요약 정리한 내용에 나온 것이다.
김교수는 우선 우리나라의 교육철학은 '홍익인간' 등으로 대표되지만 추상적인 구호 수준에 머물뿐 실제 교육활동과 삶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기본법에 보면 홍익인간이란 표현이 나온다. 이를 내가 순우리말로 풀어보니 "배워서 남주자"였다. 하지만 현장은 배워서 남주기는커녕 남을 짓밟고라도 자기가 앞서도록 강요되고 있다. 그게 소위 '경쟁력'과 '수월성'추구라는 현 교육정책의 기조이다.
하지만 핀란드는 사회구성원이 합의한 교육철학이 분명하고 이것이 실제 교육을 지배하는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고 한다. 김교수는 핀란드 사회에서 공유되고 있는 교육철학은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하였다.
1. "모든 아이들이 사는 곳, 언어, 경제적 형편 등에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배우고 발전을 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한다."
2. "모든 아이들에게 높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안전한 학습 환경과 복지혜택을 준다." 이를 위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각 학교에 특수교사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상담사 등을 배치하여 학생들의 교육과 복지를 돌보고 있다.
3. "유연한 교육체제와 교육적인 안전망을 통해 결과에 있어 평등과 일관성을 유지한다." 이를 위해 기본교육체제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교육과 성인교육체제를 갖춰놓고 있으며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교육과 복지수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 즉 결과에 있어 평등추구를 실현하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교육체제는 쉽게 따라할 수 있지만 이런 철학의 확립과 합의는 우리가 좀체로 따라하기 힘들 것 같다. 전반적인 교육체제와 현장교육의 특징들을 김교수는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1. 교육철학을 정립하여 공유하고 있다. 이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2. 실질적인 교육자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주도의 획일적이고 지시적인 교육제도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책임하에 해당 지역의 개별적인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3. 사회적으로 교사가 존중받고 교사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다. 교사양성과정도 매우 탄탄하고 선발된 교사들은 자부심이 충만하며 자율과 책임이 주어진다.
4. 사회복지 기반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가정의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공부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또한 김교수는 다른 글에서 핀란드의 교사양성과정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교사 양성과정은 기본적인 교육학적 소양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 위에 면서 과목은 해당학과에서 공부하고 스스로 잠재적 능력을 개발하고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다보니 거의 석사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별도의 자격시험은 없고 졸업증이 자격증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교사양성과정이 추구하는 교사의 정체성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지적했다.
1. 연구자로서의 교사
2. 탁월한 지식 전문가로서의 교사
3. 이론과 실천을 통합할 수 있는 전문가인 교사
4.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진 전문가 교사
학교사회복지사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연구자, 지식전문가, 이론과 실천의 통합, 자율성과 창의성.
이처럼 정체성이 뚜렷하고 제도적으로 자율과 책임이 보장된 존경받는 유능한 교사들 외에 또 초등학교 1학년부터 보조교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본 수업은 잘 하는 아이들 중심으로 마구 달려가고(편하겠지...) 학업에 뒤쳐지는 아이들을 이미 지쳐떨어진 시점인 방과후에 다시 남겨서 공부시키는 방식이 우리나라식이라면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수업 현장에서부터 낙오나 탈락을 예방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보조교사는 수업시간에 뒤처지는 아이들을 지도할 뿐 아니라 특별활동, 체육시간, 쉬는시간에도 아이들을 챙긴다고 한다.
미국의 어느 학교에(우리나라로 치면 교복투 지역에 해당할만한) 갔을 때에도 초등학교 교실에 3명 정도의 어른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수업을 책임지는 본교사, 특수학생 등을 돕는 보조교사, 그리고 외국어 사용학생(이민자, 다문화가정)을 돕는 학부모 보조교사 등 3명 정도가 있었다. 20명 정도가 한 반인데 어른 세 명이 달라붙어 있으니 아이들이 딴전을 피울 수도 없고 각자 자기 능력껏 수업을 최대한 따라가게 되는 것이었다. 부럽다.
정병오 <좋은교사> 대표의 말처럼 핀란드는 기본 사회체제나 자연조건, 인구구성과 역사 등에서 우리와 많이 다르다. 그곳 아이들은 행복하게도 "공부에 사생결단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우리처럼 "국가를 책임져야 할 인재를 양성하거나 인격을 도야하고 완성하겠다는 구호"를 걸지도 않고 아이들에게 심한 경쟁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렇게 충분히 존중받고 협동하며 배운 아이들은 당연히 국가와 사회에 대해 감사하고 자라서 기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핀란드 등 북유럽 교육은 보고 또 봐도 참 부럽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교육개혁은 사회개혁과 맞물려있다. 사회가 불평등한데 어떻게 학교만 평등할 수가 있을까. 그래서 보다 평등하고 정의롭고, 사랑과 존중, 배려가 넘치는 사회, 정직하고 책임을 다하는 사회, 그런 철학이 법으로 합의되어 나타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참교육을 희망하고 교육을 개혁하고자 하는 이들이 사회개혁에 나몰라라 할 수 없고 불평등과 부조리를 개혁하려는 투쟁의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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