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꿈과 진로

샘연구소 2011. 3. 12. 20:45

청소년에게 진로는 중요한 주제이다. 더우기 우리가 만나는, 우리가 늘 생각하는 아이들은 꿈이 없다고들 하고 또는 꿈이 있어도 이룰 수가 없어서 일찌감치 포기한다고도 한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의해 간단한 교육을 받은 '진로코치'라는 강사들이 상주하기도 하고 방문해서 강의를 하고 있다. 또 여러 분야의 어른들을 초청해서 자기의 일을 소개하는 특강도 많이 한다. 사회복지사들은 상담교사처럼 아이들의 성격유형검사, 진로적성검사 등을 해서 풀이해주고 어느 문야가 맞을 것이라고 추천해주기도 한다. 대개의 선생님들은 그냥 "공부 열심히 해. 성적이 좋으면 나중에 니가 하고싶은 일을 손쉽게 선택할 수 있고 선택지가 많아지는 거야. 그러니 무얼 할지, 왜 공부할지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공부 열심히 해!"라고 얘기한다. 한심한 일이다.

 

나는 최근의 진로지도 양상들을 보면서 무언가가 빠져있다고 늘 생각했다.

첬째는 진로적성검사들이 너무 어려서 진로분야를 좁게 잡아주어서 상담을 받으면 받을수록 아이들의 생각이 좁게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세상이 너무 급하게 변하는데 어린 청소년들에게 지금 우리 부족한 사람들의 머리로 추천하고 설명하는 진로지도가 2~3년만 지나도 구닥다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상이 변해도,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 생기고, 살면서 직업을 서너번 바꾼다고 할 때 정말로 필요한 무엇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깊은 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었다.

그런데 최형우 대표(도움과 나눔)의 말 중에 내 생각에 대한 해답을 엿본 것 같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최영우 대표가 진로특강을 했다.( 2010. 12. 16.)

그리고 그 내용이 <시사IN>에 게재되었다. 그동안 실렸던 다른 어느 강사보다도 진솔하고 가슴 뜨겁게 다가왔다.

 

(출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카페에서 갈무리)

 

그는 고2때는 페스탈로찌의 <은자의 황혼>을 읽고 교육행정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성적이 못 미쳐서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 가지 못했다. 그 때 <달과 6펜스>를 읽으니 돈이 육감(sixth sense)과 같다고 하면서 돈이 없으면 나머지 5가지 감각조차 잃게된다는 글이 나왔다. 그래서 다시 고려대 무역학과로 진로를 바꿔 진학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계속 교육학이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발동을 걸었다. 그래서 교육행정고시를 준비했으나 떨어지고 말았다.  그 무렵 그는 선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영어, 말레이시아어, 인도네시아어를 공부했지만 졸업 때가 되니 선교사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  다시 대학원을 마치고 산업연구원에 들어갔다. 거기서 2년간 일하면서 일이 재미없어 결국 그만두고 <통일논단>이란 신문을 만들어 기독교활동을 했다. 이때 사랑의집짓기운동 외국인들에게 통역을 할 기회가 왔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해비타트의 1호 스태프가 되어 활약했다.  지금은 비영리 모금 컨설팅회사의 CEO로 직원을 100명 가까이 두고 대학, 문화예술단체, 병원들을 고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벌써 10년이 다 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꿈은 장난감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계속 바뀌었지만 언제나 꿈은 강력한 학습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가 지나온 꿈 모색의 길, 한 때 파고들었던 공부와 시간들은 모두 그의 인생에 밑거름이 되었다. 우스운 것은 그는 지금도 스트레스가 쌓이면 목공을 하기도 하고 헬라어나 히브리어 성경을 읽거나 그리스어 문법책을 읽는다고 했다. 현상학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종종 "나는 변호사를 하기 위해 태어났고 이 직업이 천직이야"라고 말하는 이들 중 대다수가 막상 직업을 얻고 난 후에는 실망하거나 고민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너무 어릴 때부터 어린아이에게 장래희망을 정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일관된 것은 지식에 대한 열린 태도였다. 오늘날과 같은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인문학적 소양과 열린 학습태도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수명 60세의 최종학력 하나와 평생직장을 가지고 살아가던 부모, 조부모 세대가 아니다. 변화가 심하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사업 주기가 짧아지고 직업의 수명도 짧아지고 기술과 정보의 가치가 자주 변하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식에 대한 열린 마음이다.

 

그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한 가지 패로 인생을 사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내꿈은 무엇이라고 성급하게 정할 필요가 없다. 단지 있어야 할 것이라면 지식을 대하는 열린 태도, 세상에 대한 책임감과 애정이다. 이것이 가장 큰 경쟁력일 것이다.... 지식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지식은 쌓일 수가 없다."

 

"나의 꿈은 계속 바뀌었지만 매순간 치열하게 살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가장 치열하게 살고 있다. 미래에 나는 어떤 길모퉁이를 지나갈지 지금은 가늠하지 못하겠다. 지금 내면의 신호는 현재 하는 일을 계속 하라는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나그네라고 생각한다. 나그네인데 그 어떤 정착민보다 편안하게 산다.) 나그네는 행낭이 가벼워야 한다. 사회의 변화와 요청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