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퀘이커 영성

샘연구소 2011. 11. 17. 00:47

지난 10월말 길희성 박사님이 운영하는 강화도의 심도학사에서  <퀘이커리즘과 평화영성>이라는 주제의 모임에 참가했다. 이번 모임에는 정지석 박사(목사)님을 모시고 2박3일 동안 강의, 명상, 토론, 자연 즐기기 등으로 채워갔다.  참여자들은 하는 일도, 사는 곳도, 신분이나 직업도, 종교도 다양했다. 그러나 영성을 추구하는 진솔한 마음 하나로 모인 훌륭한 길벗들이었다. 그리고 내내 이끌어주시고 대화의 깊이와 넓이, 품격을 더해주신 길희성 박사님 덕분에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1. 첫 강좌는 세 가지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누구인가?’

‘내 삶의 주제어는?’

‘이 모임에 대한 기대와 소망은?’

간단한 것 같지만 참여자들은 각자 자기의 깊은 내면의 소리를 듣고자 하였고 또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했다. 평생의 질문인 '나는 누구인가?'를 처음 만난 사람에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았다. 내 삶의 주제어들도 늘 변하고 있는데... 아, 나는 왜 이리 아직도 혼돈 속인가...

이 과정에서 나는 퀘이커 영성의 핵심인 '침묵'을 보았다. 성경에도 '세미한 소리'라는 구절이 나온다. 침묵 가운데 내면의 소리, 내면의 빛을 듣는 것이다. 

 

2. 둘째날의 질문은 ‘나는 사람을 믿는가?’ ‘사람에게 희망이 있다고 믿는가?’였다.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만 또 완전히 믿지 않는다. 나 자신도 알 수 없다. 누구나 불완전하고 부족한 존재.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와 당신을 믿는다. 

사람에 대한 신뢰. 조건이 없는 믿음과 희망. 이것이 퀘이커 영성의 두 번째 핵심이다. 쉽지 않다. .

남녀노소, 장애인, 외국인, 심지어 동물이나 자연 속에도 신의 손길을 본다.

‘that of God in everyone’

누구에게나 영성, 신의 모습이 있다.

 

3. 마지막 날에는 퀘이커의 평화운동에 대하여 들었다.

종교개혁 이후 350년에 걸친 퀘이커들의 신앙과 평화 행동. '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대로 이들은 소리소문없이 움직인다. 전쟁을 반대하고 무조건 용서한다. 재난이 있는 곳에는 누구보다 먼저 침투해서 피해자를 돕고 평화를 세우는 일을 한다.

한국전 당시에도 총칼을 들지는 않았지만 후방에 들어와서 의료봉사 등을 했다고 한다. 비폭력. 그리고 그들이 직접 하기보다 현지인이 스스로 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을 많이 택한단다. 자율. 자존.

 

사람들은 물었다.

"퀘이커리즘이 좋아요. 어떻게 하면 퀘이커가 될 수 있죠?"

그들은 이렇게 대답한다고 한다.  "You are already Quaker!"

우리끼리의 무슨 입단식, 승인절차는 의미없다는 것이다. 다만 그렇게 사는 삶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침묵예배.

어느 때보다도 명상이 달고 충만했다. 마음에서 우러나 "저 장미꽃 위의 이슬..."을 부르니 하나 둘 조용히 따라서 불러주셨다.

 

햇살 좋은 가을 휴일 낮.

나는 사람들과 떨어져서 혼자 서너시간동안 시골길과 호숫가를 산책했다. 나무, 풀, 꽃, 소와 개들, 뱀, 메뚜기, 사마귀, 새, 오리, 햇살... 모든 것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퀘이커로 산다는 것.

침묵 가운데 내면의 빛을 발견하는 것.

평화 가운데 살며 또한 평화를 실천하는 것.

 

나는 멀고 멀었다. 하지만 가고 싶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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