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장학금 받아봤다.
아마 중학교 때일 거다. 마침 그 무렵 군인자녀 학비지원금이 나와서 한동안 나는 '돈을 받으면서' 학교에 다녔다. ㅎㅎ
고등학교 때? 모르겠다. 아마 받았을 것이다. 우리 집은 넉넉하지도 않았고 나는 공부를 잘 했으니까.
대학 때? 알바해서 등록금 벌었다.
딸아이가 고등학교 때 장학금 받았다. 기분 좋았다. 아이가 공부를 잘 해서, 그리고 돈을 아낄 수 있어서... ㅠ.ㅠ
대학 다니면서 또 장학금 받았다.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전액 장학금은 없다. 쥐꼬리만큼 나온다. 학교근로를 했다. 그것도 약간을 메꿀 수 있을 뿐이었다.
둘째가 대학에 갔다. 분당에서 잘 사는 아이인데 등록된 거주지가 경기도여서 장학금을 받는다던가? 기숙사에 들어간다던가? ...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초반, 한 아이가 학비가 밀려서 70만원이 넘게 미납되어 졸업을 앞두고 학교가 고민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장학금 신청서를 써봤다. 시기나 내용, 대상 등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어느 성당에서 심의 끝에 돈을 보내주셨다. 학비납입 영수증 사본을 붙여서 감사편지를 보냈다. 아무 답장이 없었다. 감사했다.
몇 년 전 삼성에서 일종의 벌금 비슷한 의미로 교과부에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 출범했다. 나도 잠시 자문위원으로 갔다. 대부분 위원들은 공부 잘 하거나 잘 할 아이들을 골라 지원한다는 생각이 많았다. 나는 공부 못 하거나,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아이들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당시 신인령 이사장님과 몇몇 분들이 동조해주셨다. 그리고 공부 못 하거나 잘 하기 힘든 아이들을 지원하는 장학금과 그런 아이들이 많이 사는 지역사업을 지원하는 분야도 생겼다.
그래도 여전히 장학금, 교육복지사업 수혜자 선정은 낙인적이다. 다음 글을 보자.
얼마 전 장학금 신청을 했다. 부모님의 재산세 내역,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주민등록등본과 그 외 가계 곤란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서류가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부모님의 부채증명서를 냈다. 나랑 같은 장학금을 신청한 한 동기는, 이렇게 나와 우리 집의 가난을 증명하면서, 가장 숨기고 싶은 붐님의 수치심까지 증빙 자료로 제출해가면서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 고민스럽다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빚에, 더 우울하다고 말했다. (<한겨레21> 제888호, 2011. 12. 5. 66면)
아는 청년이 제3회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작은 손바닥 부문 당선작 <<랩탑>>이라는 제목의 짧은 글로 당선되었다. 겨우 2쪽밖에 안 되는 글이지만 오래 여운이 남는다. 위의 구절은 그 글 중의 일부분이다.
어느 초등학교에 가니 부장선생님이 교육복지사업을 운영하면서 '에듀파인' 때문에 6년 내내 가장 가난한 아이들만 고르고 묶어서 프로그램을 시킬 수밖에 없게 되었다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와 좌절을 터뜨리셨다. 교육청과 컨설팅 위원들은 온갖 '꾀'를 짜내어 아이들의 낙인감의 해소하고 참여율을 높일 묘안을 제시하지만 '선별적' 복지 프로그램의 구조적 한계이다.
장학금, 받아보셨나요?
교육복지사업의 수혜자로 지낸 청소년 여러분, 기분이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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