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많이 떨어졌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높은 하늘이 퀭하니 보인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열심히 했다. 아이들이 변했다. 눈빛, 피부결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수치의 변화로 일일이 보여주기 힘들지만 아이들은 몸세포 미토콘드리아의 구성배열부터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에 새로운 분위기를 일으켰다. 나도 행복했다.
한편 불안했다. 그러던 아이들이 다시 싸운다. 다시 무단결석, 다시 삥 뜯기, 다시 담배피고 술마시고...
그래도 다시 시작하고, 마치 "선생님, 이래도 우리들 포기하지 않을 거에요? 이제 그만 포기하세요."라고 나를 시험하는 것 같아서 그럴수록 나는 질기게 붙잡았다. 어떤 아이들은 한 번에, 아니 그냥 내가 학교 한 켠에 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일어섰다. 어떤 아이들은 두 번, 세 번 나를 시험한 뒤에 일어섰다.
어떤 아이들은 좀 쎄게 나갔다.
결국 사라진 아이들, 동네를 다 뒤져도 아무도 찾지 못한 아이들.
미친 엄마처럼 빗속에 온몸을 적시며 유흥점 골목 식당 주방을 다 뒤지던 때도 생각난다.
밤마다 주유소에서 일 끝난 아이를 납치하듯 데리고 돌아오던 일도 생각난다.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어 몸을 흔들고 화를 내던 아이도 생각난다.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안아주고 위로하기도 했다.
그래도 어떤 아이는 사라졌다. 찾지 못했다.
미안하다. 찾아주지 못해서...
고등학교에 간 후 바람결에 괴로운 소식들이 들려오기도 했다.
결석이 잦아지더니 결국 사라졌어요.
자퇴한 아이.
임신하고 온 아이.
소년원으로 간 아이.
자살한 아이.
미안하다. 곁에 있어주지 못해서...
내가 학교를 떠난 후
떠밀려 전학을 가게 된 아이.
결국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중퇴한 아이도 있다.
미안하다.
더 오래 전 일들도 생각난다.
교사 시절, 그때만 해도 선생들이 아이들을 참 많이 때렸다.
때리는 교사들을 미워했지만 나도 충분히 폭력적이었다.
정말 미안하다.
나의 부족한 조언과
나의 잘못된 개입으로
펼쳐 보여주고 함께 꿈꾸었지만
삶이 잠시 흔들리고 나중에 더 낙심했을지 모를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
그래서 함께 가야한다.
나에게 부족했던 것.
그것은
가족, 다른 선생님들, 지역사회와 더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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