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교육청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2012년 비전 전략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회의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위원들이 어렵게 시간을 맞추어 2차례의 회의를 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회의가 이어질 계획입니다.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에서 열심히 일하고 고민하는 분들과 함께 하면서 저도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참 넓은 지역입니다.
서울 못지않게, 아니 서울보다 더 잘 살고, 교육열도 높고 깔끔하고 세련된 도시도 있고, 참 어렵고 복잡하고 구질구질하고 어두운 도시도 있습니다. 그런 모든 곳에 아이들이 있고 학교가 있습니다.
교육의 불평등과 소외를 해소해서 교육격차를 좁히겠다는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경기도의 비전과 전략은 무엇이어야 할까?
여러 사업 지역들 중에서 부천시는 2006년에 제일 먼저 시작했습니다. 현재 초중합해서 6개 학교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인식이나 운동, 정치적 힘들도 있고 지금까지 왕성하게 잘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임학림 선생님은 학부모 운동도 하셨던 분인데 참 지혜롭고 카리스마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폭넓게 보면서 사업을 이끌어가십니다.
그 다음으로 2007년에는 안산시가 시작했습니다. 정말 어렵게 5개 학교에서 첫 발을 내디뎠는데 지금은 15개 학교로 늘어났습니다. 처음 시작할 무렵 박성희 피씨와 함께 지전가들 교육, 수퍼비전한다고 전철을 왕복 4시간씩이나 타고 다니면서 만나곤 했습니다. 한 번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피씨와 지전가들 열 서너명 모두가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ㅠ.ㅠ 오죽 했으면... 박성희 피씨는 경기도2청사 담당 피씨로 옮겨 갔다가 최근에 사직했다고 들었습니다. 청소년기관 활동가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아마 지역에서 그 힘찬 활기와 소녀같은 천진함으로 청소년들과 신나는 이야기들을 많이 만들어낼 것입니다.
이후에 수원, 안양, 광명, 평택, 군포, 시흥, 의정부, 고양, 구리남양주 지역이 신규 지정되고 기존 지역에 추가 지정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총 15개 지역 71개 학교에서 사업이 운영되고 있지요.
제가 사는 집이 서울의 동북쪽 끝자락이고 이런 저런 인연으로 해서 구리남양주, 의정부, 고양시의 교육복지사업에 관계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곳들도 3년차가 되니 제법 사업이 자리를 잡고 지전가들 얼굴도 많이 피었습니다. ^^;;
제가 보기에 사업 1~2년차는 적응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의하면 (교육안전망) 구축기라고 했습니다.
사업 목적과 방향을 이해하고 취지에 맞는 시스템을 정착하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을 찾아내고, 욕구를 살피고, 일할 사람들을 조사하여 조직화하고, 일을 어떻게 할 지 시도해보고 정리하고, 지역사회도 돌아보고 손 잡아보고 하는 시기이지요.
다들 힘듭니다. 교사들도 피씨, 지전가, 교육청 담당자 모두가 힘이 듭니다. 슬프고 화나고 황당하고 암담하고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3년차 쯤 되면 조금 일이 수월해집니다. 시스템이 돌아갑니다. 애를 쓰지 않아도 무엇이 이루어집니다. 학교가 밝아지고 아이들이 많이 웃습니다.
사업 4년차부터는 발전기 또는 활성화기라고 봅니다.
이제 좀 시스템이 안정되었으니 신명나게 일을 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프로그램들을 더욱 확대하고, 집중하고, 잘 안 되는 곳을 손질하고 보완하고, 지역에서도 솔솔 재미가 납니다. 초중고 연계를 고민하고 아이들의 24시간을 돌아보면서 촘촘하게 살피고 돕는 일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5년차부터는 지역과 학교의 인구구성 변화, 지역개발로 인한 환경 변화, 또한 교육복지 예산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야 합니다. 또한 보다 공고한 가정-학교-지역사회의 협력체계가 마련되고 다양한 전문기관들이 참여하는 교육복지 안전망이 가동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서울, 부산처럼 8년이 넘은 지역의 학교들은 제법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각자 지역과 학교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활발하게 운영됩니다. 가족과 교사들은 예측 가능성을 가지고 아이를 키워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험요소들에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교육현장의 정책변화는 이 사업을 흔듭니다. 또 지쳐버린 지전가들의 이직은 사업의 김을 뺍니다. 오래된 지역이라도 사업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지정된 학교들은 첫 시작단계의 고통을 고스란히 맛보고 있습니다. 선발학교들이 있으니 보고 배우고 따라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버겁긴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그래도 빨리 따라잡겠지요.
이쯤 되면 교육복지사업의 부작용들도 제법 도드라집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내리 집중지원대상이었던 학생들은 어떨까요? 정말 힘든 시기에 도움을 받아 잘 성장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서 그 고마움을 증언합니다. 하지만 가난한 아이들만 선별되어 관리되는 것에 대한 반감과 거부감도 그만큼 커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학교는 공적 전달체계가 확실하고 효율적이어서 사업이 빨리 자리잡지만 지역사회의 인프라 구축은 참 더딥니다. 게다가 빈익빈 부익부라는 불만도 나옵니다.
제가 생각한 사업의 발달단계 그림입니다
그래서 경기도에서도 이런 큰 흐름을 염두에 두고 각 지역 여건을 고려하여 중장기 비전을 수립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역교육청이 할 일과 학교가 할 일, 경기도교육청이 할 일을 잘 체계화해야겠지요.
경기도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슬로건이 참 좋습니다.
"이웃이 많은 아이, 힘있는 아이를 키우는 마을"만들기.
생각의 힘(학습), 표현의 힘(심리/정서), 나눔의 힘(문화/체험), 자립의 힘(복지)라고 합니다.
첫 출발 당시 여러 사람들이 몇 날 동안 워크샵을 하면서 머리를 모아서 찾아냈다고 하네요.
이웃이 많은 아이, 힘 있는 아이를 키우는 학교, 그런 마을
교육공동체란 말보다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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