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폭력’ 방임·정서학대가 70%
대부분 가정형편 어려워
돌봄 못받는 아이들은
커서도 저소득층 악순환
11월 말 경 한겨레신문이 굿네이버스와 공동기획으로 두 차례에 걸쳐 "방임도 아동학대다"라는 제목의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첫 기사는 7살 여자아이와 4살의 남자아이가 돌보지 않는 아버지와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방임, 학대를 알아볼 수 있는 요령과 신고방법도 알려주고 있다. 이날 기사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폭력인 방임과 정서적 학대가 아동학대 신고 건수의 70%를 차지한다고 한다.
(한겨레 신문 11월 24일자 11면)
이런 아동학대의 특성을 보면
1. 방임, 학대의 가해자인 부모나 보호자들이 아동학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 주변에서도 크게 문제시하지 않거나 남의 집안일로 여겨서 관여하거나 신고하지 않는다.
3. 대개 부모가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데서 발생한다.
4. 돌봄을 못 받은 아이들은 커서도 저소득층으로 악순환할 가능이 높아진다.
그럼 어떻게 할까?
1. 우선 아이들의 90%이상이 학교에 다니는 학령기 이상에서는 담임교사의 세밀한 관심이 필요하다. 사랑하지 않으면 보지 않게 되고 보이지도 않는다. 그 마음을 움직여주고, 아동학대와 신고요령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2. 저소득층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을 세밀하게 짜야한다. 임신기 중의 육아에 대한 교육, 출산시 축하방문과 교육프로그램 수강권이나 참고책자 전달 등도 하나의 방법이며 지역단위로 소규모 자조모임을 엮어준다.
3. 2010년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의하면 학대행위자 중 무직과 단순노무직이 41.1%, 비정규직이 6.9%로 절반을 차지했다. 막노동 식의 맞벌이 하거나 한부모로 벌이를 하면서 생활을 돌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소득층 지역에 위기아동을 24시간 돌볼 수 있는 센터를 세우는 것도 좋겠다.
4. 교육복지, 위스타트 사업 등을 통해 가정에서 방임, 학대된 아이들이라도 마음의 힘을 회복하고 잠재적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돕는 세심한 '개별화교육과정' 내지는 '통합적, 전인적 사례관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5. 부모가 돈벌이, 집안일, 양육스트레스, 부부간의 불화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공익광고와 학부모교육도 필요하지만 아동수당, 육아휴직 등을 비정규직까지 확대해야 한다.
6. 친권박탈과 부모분리를 합법화하도록 아동복지법 개정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법으로 어디까지 얼마나 상세하게 규정해야할지... 떼어놓는다고 해서 다른 대책이 썩 좋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지면 인프라도 더 생기겠지 생각한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방임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실감했다.
차라리 신체적 학대 같은 것은 금세 발견되고, 아이 스스로 뛰쳐나오거나 신고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방임은 서서히 아이를 죽이는 무서운 일이다. 잘 발견되지도 않고 아이도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인 줄 안다.
그 외로움과 공포, 불안에 무심해지기까지 아이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된다. 다시 인간성을 회복하는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아동학대 관련 지식과 관심, 적절한 개입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어눌하다고 선생님들은 그 아이를 손가락질 했다. 아이가 지저분하다고 친구들은 그 아이랑 안 놀고 옆자리에 앉기를 거부했다. 대개는 그냥 씻으라고, 말 배우라고, 숙제 잘 해오라고 '상담'하고 '훈육'하고 '징계'한다. 하지만 교육복지사업을 하는 학교들은 이제 달라졌다. 이런 아이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묻는다. 살핀다. 가정방문도 한다.
그래서 실제로 아이가 달라질 수 있도록 고민하고 의논하면서 도울 것을 돕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있게 품고 간다.
어떤 아이는 씻을 수가 없었다. 어떤 복지사는 남자 멘토를 연계해서 목욕도 같이 가고 집안 청소도 할 수 있게 도왔다. 어떤 복지사는 선생님과 궁리 끝에 수영장 이용권을 마련해서 수영교실 프로그램에 등록하도록 도왔다. 씻을 수 없는 집안 형편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해서 차츰 배워나가면 무슨 수가 생기지 않을까.
어떤 아이는 말이 어눌했다. 담임은 반항한다고 했고, 아이들은 따돌리고 괴롭혔다. 가정방문해보니 혼자 키우는 엄마가 지적지체였다. 게다가 잘 돌보지도 않고 아이 혼자 두었다. 하지만 아이 지능은 정상이었다. 마음으로 격려하고 친구들과 놀이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마음 속 힘이 생겼다. 구체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소리내어 책읽기도 했다. 아이는 금세 목소리를 찾았다.
다 잘 되지는 않았다.
어떤 아이는 집안에서의 성학대가 의심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제발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사회복지사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할 수 없었다. 보호자에게 접촉했다. 보호자는 거부했다. 아이는 얼마 후 전학갔다.
어떤 아이는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일 나갈 때 밥과 수저만 주고 문을 잠그고 다녔다.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지만 체구도 왜소하고 타인과 잘 소통하지 못한다.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친척들이 세심히 신경을 쓰지만 아이는 정서적으로 엄마와 떨어지지 못해서 모두 힘들어했다. 내가 가끔씩 가서 상담을 해도 아이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만에야 겨우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었고, 대답 대신 내가 예시하는 대답을 골라 고개를 끄덕이고, 글 쓰기도 어려워 했다. 나는 정말로 답답하고 암울했다. 하지만 나를 위해서 라면을 끓여주고 정성껏 밥상을 차려주었다. 아이와 웃으면서 게임도 했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꿈꾸었다. 곧 방학이어서 담임교사를 만나지는 않았고 그 학교에는 사회복지사가 없었다.
결론은 우울하다. 아이는 엄마에게 간다고 친척집을 나갔고 엄마는 여전히 일하는 식당에서 기거하고 아이는 가출해서 어디에서 지내는지 모르다가 결국 비행으로 경찰에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 아이에게 가출은 뭐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집이 집이 아니고 온 세상이 집인 아이다. 하지만 정말 '집'다운 집, '가족'의 느낌을 그 아이는 언제 되찾을 수 있을까. 더 잘 하지 못해 미안하고 끝까지 도와주지 못해 친척분들에게도 죄스럽다.
어쨌든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있는 학교는 그래도 다르다. 변화가 있다. 좌절해도 시도한다.
교육복지사업의 힘이다. 거대담론을 현실화, 구체화하고 그 틈새를 이렇게 채워가는 일이 참 소중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http://korea1391.org
굿네이버스 www.gni.kr
굿네이버스 아동학대문제연구소 http://www.goodneighbors.kr/child_abuse/main.asp
관련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6913.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6914.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071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