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교육복지 4대사업

샘연구소 2011. 12. 11. 21:05

지난 10월 22일에 학교사회복지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열렸다. (http://www.schoolsocialwork.org/)

주제는 '빈곤아동을 위한 교육복지 4대사업의 재정립과 연계구축 방안'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복지 4대사업이란 교과부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이하 교복투), 위스타트, 드림스타트, 그리고 과천, 용인 등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하고 있는 학교사회복지사업 등 4대 사업을 말한다.

 

이 4개 사업이 모두 빈곤아동들에게 교육 및 보육, 건강 등의 서비스를 전달하여 불평등과 소외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증진한다는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업명칭이나 시행배경, 정치사회적 맥락부터 다르고 사업의 주관부처, 주 개입대상, 전달체계, 예산, 운영 구조 등 세부에서는 꽤 차이가 난다.

 

주제발표 1.교복투에 대해서는 강순원 교수(한신대 교육학과),  2. 위스타트와 드림스타트 사업은 정익중 교수(이화여대), 그리고 3. 지자체 학교사회복지사업은 임경선 교수(백석예술대학, 학교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이 발표했다.

제2주제인 교육복지 4대사업의 법적근거와 제도화, 연계구축방안에 대해서는 이태수(꽃동네대학교) 교수가 발표했다.

 

나는 발제들 중에서 특히 강순원교수의 교복투에 대한 발제가 참 좋았다.

정치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의 교복투 영국의 EPA와 EAZ, 그리고 프랑스에서 ZEP 등이 어떻게 생겨나고 변화해왔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잘 풀어주었다. 각 나라별로 정치적으로는 좌파정당이 집권하고 교육을 통한 평등의 실현을 주요 가치로 추구한 점, 경제적 위기와 사회적으로 이민자들의 통합 문제 등이 함께 작용한 것이고 우리나라도 역시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생산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면서 노무현 정부 당시 교복투가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이처럼 전 지구적인 흐름과 각 나라별 정치경제상황에 따라 교육복지 정책이 어떻게 해서 생겨나고 지금까지 흘러왔는지를 체게적으로 설명해준 발제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치철학의 부재와 목적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통한 합의가 부족한 가운데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한계 때문에 일선 현장에서는 관계자들 간에 갈등도 발생하고 초기 목적인 '평등'의 추구와는 달리 엉뚱하게도 오히려 '수월성'의 추구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학자들 역시 교복투 사업의 의미와 정치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찰 없이 국책기관 중심의 연구로 이어지는 가운데 도구적 연구가 주를 이루어왔는데 이제라도 그 의미와 가치, 철학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교복투 사업은 '과정지향적'인 정책이므로 당장의 학생과 학교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장의 욕구에 따라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철학을 파고드는 아래로부터의 시민운동이 지역 안에서 결합되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교복투 사업을 공교육 내의 또 하나의 사업으로 치부하지 말고, 근본적인 교육개혁의 측면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그의 지적은 모두 의미있는 것들이다. 사실 현장에서 교장, 교사, 교육청 관게자들 사이에 교복투의 철학이나 정치사회적 의미 등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의 목표와 평가 지표가 흔들리기도 하고 학교 관리자가 바뀌면서 또 사업이 흔들리기도 하고 그 속에서 민간실무자인 지역사회교육전문가들이 애를 먹는다.

나 역시 교복투를 사업을 위한 사업, 빈곤학생만을 위한 프로그램 사업이 아니라 교육의 근본을 다시 보고 모든 과정과 환경을 학생의 인권과 복지, 사회구조적 평등을 지향하는 쪽으로 혁신하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발제에 대해 서동미 경기도 교복투 프로젝트조정자가 똑 부러지게 토론을 했다.

 

우선 사업의 성과를 학교(학생)수준과 교사수준, 지역사회수준에서 보여주고 아울러 한계를 지적했다. 전반적으로 학생의 학교적응, 생활습관, 효능감과 사회성, 정신건강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교사들 역시 효능감과 학생관계계가 증진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학교와의 연계가 활발해지고 교육공동체로서 지역사회가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계점으로서는 제도적 기반의 불안정성과 인력활용의 불안정, 교과부 및 학교 내 타 부서와의 협력이 어려운 점, 사업확대 과정에서 지역적 접근을 취하느라고 열악한 여건의학교가 사업대상에서 제외되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2010년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개선방안'을 들어 이에 대한 개선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발제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는데 그 부분들이 아주 명쾌하다. 현장에서 처음부터 줄곧 뛰어온 실무자만이 볼 수 있는 점, 할 수 있는 말을 해주고 있다.

 

첫째, 교복투 사업에 있어 교육복지에 대한 개념 정립의 부재라기 보다는 이미 제시되어 있는 개념과 철학의 공유 및 공감대 형성, 사회적 합의 등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둘째, 교복투 사업은 정치사회적 맥락에서만 볼 수 없으며 다른 여러 요인들에 의해 역동적인 영향을 받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행정 체계의 개편, 유관사업들의 증가 들은 정치사회적 철학과 같은 거대담론과 별도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영향력이라는 것이다.

셋째, 본 사업이 과정지향적 정책인데도 결과중심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확대의 부작용 보다는 다른 관점에서의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복투 사업을 교육개혁의 전체 시스템 안에서 재조명하고 아래로부터의 교육운동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하였다.

 

강순원 교수의 발제에서 1980년대 이후 한국 교육을 정치사회적 평등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지적해온 학자만이 볼 수 있는 폭넓은 지식과 평가를 공유할 수 있었다면   서동미 프로젝트조정자의 토론에서는 현장에 대한 애정과 보람,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이 발제와 토론문을 읽고 나 역시 한참을 생각했다.

 

여전히 교복투의 초기 정신, 즉 교육의 평등적 측면에 대한 깊은 성찰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한다. 

이는 김대중 정부 들어서 복지라는 화두가 논의의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그 이전에는 사회복지가 여전히 금기처럼 되어 있어서 급작히 '관'에 의해 이슈가 독점되고 추진되었기 때문에 민간차원에서 논의가 활발할 여유가 부족했으며 또한 관주도의 사업에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어려웠고 결국 연구의 대다수는 국책기관인 교육개발원에 의해 독점되었기에 그 의미와 철학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공유과정이 빈한했던 것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그동안 학교사회복지학계조차 '효과성'연구에 매몰된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교복투의 정치철학에 대한 고찰을 할만한 깊이가 사회복지계 내에 없음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다수의 연구는 효과와 효율의 추구에 집중되어 있다. 또 교육계에서도 그리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교육사회학계도 이미 이런 분석은 1970~80년대에 잠깐 일어났다가 이미 쇠퇴한 감이 없지 않다. 이제라도 이런 정치경제사회적 맥락속에서 교복투의 철학에 대한 연구가 일어나기를 바란다.

나는 현장 교사연수나 지전가연수 등에서 교복투의 사회경제, 정치적 맥락 속에서 시행배경과 사업의 의미를 설명하고 가치와 철학을 강조한다. 소소한 기술적인 면과 실행의 팁들보다도 이런 정치사회적 이해와 가치의 합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들이 활성화되면 논의도 많아질 것이고 정권이 바뀌고 관리자가 바뀌어도 현장에서 흔들림없이 교육복지적인 사업과 활동이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보며 또한 아래로부터의 운동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교복투가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즉, 가난해서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을 다그쳐서 잘 하게 만들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교육을 복지적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사는 사회를 실현하는 작은 사회로서의 학교를 만들기 위해 변화되는데 도화선이 되기를 바란다.

 

핀란드는 가난한 나라이어서 평등을 국가의 제1가치로 선택했다고 한다.

다함께 가자는 것이다.

평등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교육정책 속에 가장 극명하게 현실화되었다.

남과 경쟁하지 않고 자신을 계발하며 협동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교육. 수월성보다도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

 

핀란드에서 PISA 1위의 비결을 본다고 관심이 많다. 경쟁력, 경쟁에서의 낙오자를 끌어올리기 위한 교복투가 아니라 교육 자체가 평등하게, 인간적으로 혁신되기를 바란다.

 

 

(지식채널 e, 차등없는 교육 - 핀란드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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