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과 이슈

대학강의 잘 하기

샘연구소 2011. 12. 11. 10:55

지난 11월 26일, 숭실대에서 학교사회복지학회 주최로 "학교사회복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나는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내용이 궁금해서 자료집을 구해서 읽어보았다.

 

한국성서대 배진형 교수님이 주제발표를 하시고 이어서 홍순혜(서울여자대학교), 박현선(세종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교수님과 전구훈 학교사회복지사협회장님이 토론을 하셨다.

배진형 교수님의 발제원고를 읽으니 정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제대로 잘 가르치기 위해 이렇게 공부하고 연구하고 준비하고 에너지를 쏟으시는구나! 역시...

 

학교사회복지를 가르칠 때 추구하는 기본 가치는 물리적, 정서적, 지적인 '안전감'이라고 한다.

 

안전감 즉, 학생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려면, 1)학생 스스로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있다는 연결감, 2)학생 각자의 서로다른 기초선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신뢰하는 교수자의 기대감, 3)질문이나 모르는 것에 대해 추구할 수 있는 개방적 시도를 멈추지 않도록 도움 등으로 요약된다고 한다. 이러한 안전감이 확보될 때 학생들이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하! 나를 돌아보니 나도 그 세 가지 초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가르치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발제자는 학교사회복지 교수에 대한 적용에서 문제기반학습(problem based leraning; PBL; 문제중심학습은 학습자들에게 제시된 실제적인 문제를 협동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학습자들이 공동으로 문제해결 방안을 논의한 후, 개별학습과 협동학습을 통해 공동의 해결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학습자 중심의 학습환경이자 모형이다. / 위키백과)을 적용하였다.  

 

문제기반학습법의 원칙은 다음의 5가지로 정리된다.

1) 체험학습

2) 자기성찰적 학습

3) 협동학습

4) 실제적 성격의 과제 제시

5) 촉진자, 동료학습자로서의 교수자

 

발자가 위 원칙들을 적용한 후 수강학생 4명에게 물어본 결과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1) 효과적인 수업방식은 동영상 시청, 외부강사 특강, 조별활동, 선배의 경험담, 신문기사 3분 스피치, 프로그램 시연 및 참여 등이었다.

2) 수업과제와 평가방식 측면에서 학생들이 직접 다른 조의 발표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동료평가 방식이 좋았다.

3) 수업 첫 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하는 자신의 강점찾기를 통하여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교수-학생의 태도 및 연관성 측면에서 유익하였다.

4) 교재 및 참고자료 활용 부분에서 교수자가 준비한 내용과 양, 주교재인 교과서와 PPT 자료와의 일치감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발제자는 이 외에도 다양한 수업운영 모니터링/평가 자료와 미국 유학당시의 경험도 제시하고 있다. 나는 그것들만 봐도 머릿속이 빡빡해져서 어지러웠다. ㅎㅎ;;

결론적으로 브룸(Vroom, V. H., 1964, Work and Motivation, N.Y.:Wiely)이 제시한 '기대이론'으로 결론을 대신하고 있다. 즉, 사람이 과업의 수행과정에서 다양한 차원의 인지를 하는데 특히 일의 수행을 통한 1) 성과에 대한 기대, 2) 성과의 결과와 관련된 인식, 그리고 3) 그 결과가 자신에게 가져다줄 이익 등에 대한 가치판단에 기초해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사회복지 교수에서도 학생들에게 동기부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교수자가 자신의 강점을 먼저 인식하고 이것이 최대한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적절한 교수법을 선택적, 차별적으로 적용할 것은 제안한다.

 

 

(학교사회복지론 교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책)

 

 

발제문을 읽고 보니 내 생각,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방식들이 많이 나와있다. 이렇게 정리를 해주시니 "아하! 내가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어서 안심도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는다.

나는 내 성격이 틀에 박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수업을 나와 학생들간의 '상호작용'으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기본적인 강의계획서는 있지만 모든 강의는 학기마다 다 다르다. 학교에 따라서 분위기가 다르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하나하나의 구성에 따라 수업 방식이 달라진다.

 

2011년 2학기에 모 대학에서 학교사회사업론을 강의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구성학생들의 욕구를 파악해서 이 수업의 공동의 목표와 기대수준을 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다. 이번의 경우 졸업 후에 학교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렇지만 학교사회복지의 필요성과 내용을 잘 알도록 하고 학생의 인권과 복지증진에 대한 민감성과 사회복지적 통찰력을 갖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인간행동과 사회행동>, <사회문제론>, <사회복지개론>등에 일관된 철학과 가치, 관점, 개입이론등을 재확인하는 것, 기초적인 일반주의 사회복지실천기술을 학생과 학교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으로 삼았다.

 

3분 스피치, 강의, 동영상, 교재 읽기, ppt, ISSW 소식지와 학회지 등 유관자료 복사 배부, 웹 싸이트 정보찾기, 퀴즈, 토론, 팀발표와 팀평가, 개별과제, 암송 테스트, 인터뷰 테스트, 지필 평가 등을 모두 사용했다. 현장 실무자들의 피로감을 알기에 현장방문은 하지 않았고 현장 선배 초청 특강으로 대신했다.

학생들은 모두가 진지하고 열정적이었으며 충분히 총명했다. 나의 강의와 도전을 거침없이 빨아들였고 기대 이상으로 반응했다.

 

지난 주 금요일이 마지막 수업시간이었다.

각자 약간의 간식을 가지고 와서 자유롭게 강의를 하기로 했는데 푸짐한 파티상이 되었다. 어떤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4년만에 처음 이런  '쫑 파티'를 한다고 감격해했다.

마지막 강의의 주제는 가족 Family였다.

가족)의 기능이 사회화되는 흐름 속에서 진정 사회복지인으로서 소중히 여겨야할 가족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 짧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복지국가, 복지서비스(사회복지사), 공동체, 가족 그리고 학생에 대한 고민을 화두로 던졌다.

그것이 기말고사에 낼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과 하나하나 허그를 했다.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 앞날의 축복을 담아서.

어떤 녀석이 결국 눈물을 보인다. 강의 마치면서 울어보기는 또 처음이다. * ^__^ *

그리고 몇몇 학생들은 돌아가지 못하고 웅성웅성 모여서서 벌건 눈을 하고 있었다.

"교수님, 또 와서 강의해주세요."

"야, 난 시간강사야. 그리고 니네들 졸업하잖아"

"그래두요. 후배들이 있잖아요..."

정말 고맙다! 나도 행복했어... 

 

 

음음...

다시 학회 세미나 내용으로 돌아가서...

사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학생들은 정식 교수보다 강사에게 많이 배우지 않나 싶다. 학교사회복지는 실천경험이 중요하고 선택과목이다보니 더더욱이 그럴 것이다. 학생들이 보다 품질좋은 강의를 들으려면 교수는 아니지만 많이 고민하고 관여하고 경험있는 외부 강사를 모실 수 있으면서 그런 강사들이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보수는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다. 강사들이라도 진지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해야한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노력하는데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또 경험이 없는 교수가 강의할 경우, 부족한 부분을 메꾸기 위해서 학회나 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정보를 얻고 세미나나 행사들에 참여해서 부족한 것들을 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저 책 하나 읽고 간추려서 발표하는 식의 강의도 있다고 한다. 더 심한 것은 학생들이 책을 읽고 요약해서 발표하고 교수는 책도 꼼꼼히 읽지 않고  학생발표 듣고 토론시키고 즉석에서 간단한 코멘트 하고 마는 방식도 있다고 한다.

 

언제 봐도 참 진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겸손한 배진형 교수님이 학교에서도 열과 성을 다하시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세니마가 학교사회사업론 뿐 아니라 가르치는 분들에게 도전과 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기마다 어느 학교에서 부르면 가고, 안 부르면 쉬는(!) 시간강사 입장에서 배진형 교수와 같은 깊이있는 '가르침'과 학생들에 대한 헌신을 약속하기는 어렵다. 난 그저 한 학기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손님일 뿐!

그러니, 배교수님 결론대로 저는 제 스타일대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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