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잉여

샘연구소 2012. 4. 21. 21:29

클럽에서 노는 게 취미라는 한 어린 친구에게 물었다.

요샌 무슨 춤 추냐고.

그랬더니 그냥 '잉여' 춤 춘단다.

허접해서 그렇게 부른단다.

알 만하다. 진짜 허접하다. 흐흐...

10대들만이 즐길 수 있는 그 허접함! 물론 20대도 즐긴다.

모든 형식에의 저항, 무가치, 지루함, 귀찮음, 에너지, 무한자유..

근데 애들말로 진짜 '허접'하다. ^^;; 그래서 '잉여'춤인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좀 뒤쳐지거나 모자라다 싶은 아이, 약해보이는 아이들을

'잉여'라고 부르며 비웃는다.

 

요즘 청년들 힘들게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된단다. 그래서 NEET(일도 안 하고 학생도 아닌 부모님의 빈대...ㅠ.ㅠ)족이 늘어난다.

힘겹게 취직 되봐야 알바 아니면 쥐꼬리만한 봉급에 금세 짤릴 비정규직이다.

그래서 자조적으로 '잉여'인간이란다.

 

 

모처럼 평화로운 공동체에서의 삶을 꿈꾸는 분과 긴 수다를 나누었다.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고 여가와 휴식도 노동시간으로 치면서 존중하고 자연과 함께 남녀노소가 어울려 사는 그런 작은 공동체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동안 살아본 작은 공동체에서의 삶은 자칫 잘못하면 사생활이 존중되는 심리적 거리가 무시되어 힘들 수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다시 진짜 좋은 공동체를 찾고 있다고 했다. 각자가 아는 이런 저런 공동체 이름들이 나왔다.

우리가 같이 만들 수도 있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 산다면 누구랑 같이 살면 좋을까?

우리가 공통으로 아는 이들을 꼽다보니

목공기술 가진 분, 도자기 구울 줄 아는 이, 농사짓는 이, 무엇이든 수리하는 데 도사인 이, 그림그리는 분, 컴퓨터(하드웨어) 만질 줄 아는 이, 옷 만들 줄 아는 이, 침 놓을 줄 아는 이... 등이 필요했다.

 

그러다보니 소위 말과 글로 먹고사는 사람들은 거기엔 전혀 쓸모가 없다.

그런 마을엔 '사회복지사'나 '사례관리자'도 필요없겠다고 했다

다 '잉여'다.

 

그녀는 비누도 만들고 화장품도 만들고 옷 만드는 전문가이다. 비록 상업적인 옷 만들기나 옷장사는 거부하지만.

난 심부름 열심히 하고 청소설거지빨래하고 시키는 거 뭐든지 다 한다고 했다.

게다가 간간이 시도 외워드리고 악기연주, 노래도 불러드린다고 했지만 참으로 궁색했다.

'잉여'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참으로 쓸모없는 것들을 가르치고 배우느라고 너무나 많은 자연을 훼손하고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결박하고 있구나.

그런 것들에 부와 권력과 명예를 부여하고 있구나.

그걸 가장 대놓고 하는 게 '교육'이구나...

 

 

옛 중동지방의 현자 '루미'의 우화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단다.

어느 랍비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그러자 그 랍비가 다른 물건은 다 좋으나 책들만은 가져가지 말아달라고 도둑에게 빌었다.

도둑은 이까짓것이 무슨 쓸모가 있다고! 하면서 다 불태웠다든가?

그러자 랍비가 주저앉아 실신했다든가?

 

아무튼 교훈은 이것이었다.

"진정 도둑당할 수 없는 것을 지니도록 하여라."

나아가 도둑당할만한 것은 가능하면 소유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보다는 지식, 지식보다는 지혜를 구하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꿈꾸는 공동체에서 살려고 하니

학교교육이 가르치는 분업, 지식이 아닌 생생한 지식과 기술, 그런 노동력이 필요하다.

 

이 사회에서의 잉여가 아니라 정말 생태적이고 평화로운 소박한 공동체에서 잉여가 되지 않기 위해

나도 진짜 생산적인 걸 배우고 몸으로 익혀야겠다.

 

 

 

 

 

 

 

 

 

 

 

'샘터 사랑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버이날에  (0) 2012.05.09
어머니들에게 감사  (0) 2012.05.05
폐지의 값  (0) 2012.04.16
여자와 남자  (0) 2012.04.16
꽃피는 봄  (0) 201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