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사랑방

폐지의 값

샘연구소 2012. 4. 16. 21:20

저는 서울의 변두리에서 교사로, 학교사회복지사로 일했습니다.

중랑구, 동대문구, 강북구, 도봉구, 은평구... 그런 곳들이지요.

그런 동네에서는 으례히 폐지를 모아서 담은 유모차나 리어카를 밀고 다니는 어르신들을 자주 봅니다.

아마 제가 일하던 학교의 조손가정 학생의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일 수도 있지요.

고갯길에선 밀어드리기도 하고 한때는 모아다가 가까이 사시는 할머니 집앞에 놓아드리기도 했었습니다.

 

최근에 집의 물건들을 다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묵은 책과 자료집들을 분류해서 내 힘으로 들만한 무게로 묶어보니 약 10덩어리가 되었습니다.

 

재활용쓰레기 버릴 때 내놓을까 하다가 폐지 모으는 집에 가져가보았습니다.

마침 리어카 가득 폐지와 고철을 담아오신 아주머니가 짐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분이 가신 후 제가 가져간 책들을 내렸습니다.

1킬로그램당 150원이랍니다. 저렇게 묶은 한 덩어리가 약 1킬로그램이 됩니다. 

 

저는 12,700원을 받았습니다.  80킬로가 조금 넘은 모양입니다.

이렇게 무겁게 많이 가져왔는데 저 소중한 자료들이 가득 든 책들이 겨우 일만삼천원이라고요? ...

우겨보고 싶었지만 어쩌겠습니까.

몇 년 전에도 한 번 이렇게 해보았는데 그때와 그리 값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저 리어카의 밑에 깔린 철판이 가져온 폐품의 무게를 달아줍니다. 

그리고 그 무게만큼 값을 쳐줍니다.

 

하하.. 제가 영어교사시절 썼던 참고서도 저기 쳐박혀있군요...

 

 

버린 책들은 정기구독하는 복음과 상황, 좋은교사, 한겨레21, 시사IN 같은 월간지와

오래 전 학교사회복지사 시범사업 할 때의 보고서들이 대부분입니다.

일부는 협회에 자료로 보관하도록 남겨두었습니다.

 

정리하면서 책에 적힌 전국 각지의 동지들 모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일부는 얼굴이 희미하게 잘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다들 참 열심히 했는데... 지금도 어디선가 열심히 살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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