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기온이 20도가 넘었다.
햇살이 눈부시고 진짜 봄날이다!
오전에 집을 나서니 내 속의 습한 기운까지 뽀송뽀송 마를 것 같다.
나비까지 날아다닌다. 이야!
하룻새에 벚꽃이 만개했다. 개나리, 진달래, 좁은 도시의 마당에도 돌나물, 쑥이 뾰죽뾰죽 자랐다.
나무들이 겨우내 감추어두었던 푸른 잎을 밀어내느라 사방이 소란스럽다.
딱딱하고 어둔 흙을 뚫고 고개를 내밀려는 여린 싹들 때문에 땅이 마구 흔들리는 것만 같다.
일요일 아침이어서 가게들은 다 문을 닫았고 꽃과 나비, 새들만 분주하다.
이 조용한 아침 길을 종종걸음으로 단정하고 소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곱게 화장한 아주머니들이 지나가신다. 교회에 가시는 것이다.
걷다보니 경찰차가 서고 두 명의 경관이 나와 길에 서있던 부스스한 모습의 아저씨에게 다가간다. 아마 차가 없어졌다고 신고한 모양이다. 에이... 아저씨 모습 보니 어제 과음하시고 딴 데 차 세워둔 채 집에 와 자고 일어나 이 아침에 집 근처에서 찾으시는 것 아닌감? ^^
놀이터엔 부지런한 아이 몇이 나와서 놀고 있다. 아마 저 아이들의 젊은 부모는 세수도 안 하고 머리도 안 빗은 채 '완전 무장 해제'의 휴일 아침을 즐기고 있겠지?
사무실 안에도 봄을 끌어다 놓을 수 있을까?
프리지아라도 사와야지 했는데 꽃이 생겼다.
꽃다발을 해체해서 여기 저기 담아 두니 집안이 향기롭고 화사하다.
하지만 밖의 꽃잔치에 비하면 이건 명함도 못 내밀 판이다.
그래도 꽃 선물 주신 00, 00, 감사합니다~!
방금 한 지인이 함민복 시인의 '봄꽃'이란 시를 보내주었다.
봄꽃
-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질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